윤석열 전 검찰총장, 대선 출마 선언 후 첫 경제 행보로 스타트업 간담회.
WSJ, "한국은 중국·인도에 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3번째 창업 허브."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오전 서울 강남구 팁스타운에서 열린 '스타트업 현장 간담회'에 참가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은 대한변호사협회의 기습 시위도 있었다. 유력한 대선 후보 중 한 명인 윤 전 총장이 스타트업 업계 관계자들을 만난다는 소식에 법률 플랫폼 ‘로톡’과 변호사 광고를 놓고 갈등 중인 변협이 거리로 나선 것이다. 관련 사안에 대해서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로톡은 변호사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양측의 의견차는 좁혀지지 않고 있다. 로톡을 포함해, 대한의사협회와 마찰이 있는 미용의료 플랫폼 ‘강남언니’, 한국공인중개사협회와 갈등을 빚는 ‘직방’ 등 스타트업 사업 영역은 이미 해당 업계만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되고 있다. 정치권에서 스타트업 문제를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든 이유다.
여권에서도 관심이 적지 않다. 중도 사퇴하기는 했지만, 김소연 ‘뉴닉’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국민 면접관으로 선정된 바 있고, 대선후보 본경선 6인 컷오프를 통과한 박용진 의원은 최근 프론트원을 방문해 인공지능 청년혁신기업 간담회를 진행했다.
"초고속 인터넷, 인구 밀집 도시, 정부 지원이 생태계 키웠다"

지난 3월 김범석(왼쪽에서 세 번째) 쿠팡 이사회 의장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존 터틀(오른쪽에서 두 번째) NYSE 부회장과 함께 오프닝벨을 울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스타트업은 해외에서도 주목받는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면에 '한국에서 급성장하는 빅테크 스타트업(Big Tech Startups Spring Up in South Korea)'이라는 기사를 실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유니콘 기업이 10개가 넘는다”며 “중국, 인도에 이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세 번째로 창업 생태계가 크다”고 분석했다. 한국 경제구조가 가족 중심 재벌기업에서 테크 중심 스타트업으로 체질이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 배경으로는 초고속 인터넷망, 인구 밀집 도시, 정부의 지원 등을 꼽았다.
기사 인터뷰에 등장한 김한준 알토스벤처스 대표는 “몇 년 전만 해도 한국기업 투자의 수익성을 설명하기 쉽지 않았지만, 쿠팡의 뉴욕상장이 분기점이 됐다”며 “쿠팡 상장 이후 이제는 투자자들이 먼저 ‘넥스트 쿠팡은 누구냐’고 물어본다”고 말했다.
이런 관심은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지난 5월 국내 스타트업이 유치한 투자 금액이 사상 첫 1조원을 넘었다. 지난달에는 투자 규모가 더 커져 두 달 연속 ‘월 1조원 투자’ 실적을 기록했다.
가장 최근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가 ‘야놀자’에 1조원을 투자했다고 알려졌고, 지난달에는 정세주 대표가 만든 헬스케어 업체 ‘눔(NOOM)’이 6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지난해는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4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초대형 인수합병(M&A) 사례가 나왔다.
한 스타트업 관계자는 “기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코로나19에도 생태계가 크고 있다는 걸 체험하고 있다”며 “빅테크 기업이 세계에서 인정받을수록 다른 국내 스타트업이 관심받을 기회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감이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