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조위 "하나은행, 투자자 보호 노력 소홀···최대 80% 배상하라"
1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 분조위는 이날 하나은행에 대해 “판매사로서 투자자 보호 노력을 소홀히 해 고액다수의 피해를 발생시킨 책임이 있다”면서 대표 부의된 안건(1건)에 대해 55%의 기본배상비율(기본비율 30%+공통가산 25%)을 포함, 65%를 투자피해자에게 배상할 것을 권고했다.분조위 결과에 따르면 하나은행 고객인 피해자 A씨는 라임펀드가 원금 손실이 가능한 고위험상품(2등급)임에도 투자자 성향분석 없이 비대면으로 상품에 가입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은행은 상품 판매 과정에서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모사채와 구조화채권 등 확정금리성딜에 주요 투자하며 투자기간 1년 정도의 안전한 상품이라고만 안내했다는 것이 분조위 설명이다.
금감원 측은 “판매 과정에서 모펀드 투자 가능성에 대한 설명이 누락됐고 상품 가입 역시 가입일 당시 신청인(피해자가)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은 채 판매인(은행 직원)이 전산상 가입 처리하는 등 사실상 원격판매됐다”면서 “피해자의 상품 투자 결정 이후 ‘투자자정보 확인서’또한 임의 작성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분조위는 안건으로 올려진 대표사례 1건 외에도 나머지 건에 대해서는 각 투자자별 적합성 원칙 위반 및 투자경험 등에 따라 각각 40~80% 비율로 조속하게 배상을 위한 자율조정을 진행할 것을 권고했다. 분조위 권고안은 은행과 투자피해자 양 당사자가 20일 이내에 조정안을 수락하면 재판상 화해와 동일한 효력이 발생해 조정이 성립된다.
'피해구제 노력' 제재심 감경 전례 있어…"곧 권고안 수용의사 밝힐 듯"
하나은행 측은 이번 분조위 권고안과 관련해 “충분한 검토와 내부절차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권고안 관련 결정은 경영협의회를 거쳐 이루어진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앞서 권고안을 수용한 여타 은행과 하나은행 간 배상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당장 임원 징계를 포함한 제재심을 앞두고 있는 만큼 수 일 내에 권고안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고 있다.실제로 금감원은 당장 오는 15일부터 하나은행에 대한 사모펀드 판매 관련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 착수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이번 분조위 대상인 라임펀드(871억원)를 비롯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1100억원), 독일헤리티지펀드(510억원), 디스커버리펀드(240억원) 등 총 4개 사모펀드를 판매했다 환매가 중단된 바 있다.
감독당국은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 부실 책임 등을 물어 기관경고(중징계)를 사전 통보했다. 또 당시 은행장이었던 지성규 하나금융 부회장에 대해서도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사 임원 제재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경고-직무정지-해임권고 등 총 5단계로 분류되는데 이중 문책경고부터 중징계로 분류된다. 중징계 확정 시 임원의 금융사 취업이 3~5년 제한된다.
다만 이번 분조위 권고안 수용을 통해 하나은행에 대한 징계 수위가 예고된 것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융권의 공통된 의견이다. 피해구제 노력이 징계 경감 사유로 인정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문책경고를 받았던 진옥동 신한은행장의 경우 제재심을 거치며 주의적 경고로 한 단계 감경됐다. 역시 라임펀드 배상 권고안을 받아들인 우리금융(손태승 회장)과 기업은행(김도진 전 행장)도 징계수위가 낮아졌다.
한편 하나은행 제재심의 결론은 일러도 8월 20일 이후에나 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장이 내부통제 미흡을 근거로 금융회사 CEO를 중징계할 수 있는지 여부 등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주요 쟁점을 다투고 있는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의 제재 취소소송 1심 판결 이후 결론을 낸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제재심에서 감독당국과 금융기관 간 쟁점 다툼이 치열하게 이어져 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도 3~4차례에 걸쳐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며 "여기에 여름휴가까지 포함돼 있어 결과 도출 시기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