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혼의 재발견 - (1) 광주정신] 아는가, 빛고을이 미래혁명을 시작했다는 것을 AI 광주에 산다 광주의 AI 시대, 나눔과 상생의 가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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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정신] ⑬ 나, AI 광주에 산다 꿈의 시민이오

 

인공지능 기업유치 업무협약(2020년 12월 9일)

민주화의 성지, 불의에 저항해온 정의로운 도시 광주에도 인공지능(AI)의 파고가 높다. AI가 로봇과 결합함으로써 펼쳐지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신세계 앞에서 광주가 지키고 지향해야 할 정신가치는 어떤 것일까. 어쩌면 광주는 그동안 익숙했던 독재, 국가폭력, 편견과 차원이 다른 새로운 도전과 기회에 직면할 개연성이 크다. 그것은 물론 디지털 인류 보편의 과제이겠지만, 그런 변화의 폭을 미리 가늠하고 대처하는 것 또한 광주의 몫이다.

한국항공대 지승도 교수의 말이다. “AI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게이머, 의사 ,변호사, 작가, 음악가, 화가들을 야금야금 잠식하고 있다. 혁명 그 이상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시대가 코앞에 다가왔다. 지능이 결코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저 ‘빨리’, ‘많이’ 계산해서다. 계산기 속도를 좀 올렸다고 혁명이라니? 그렇다. 그 작은 차이가 무수한 직업들을 먹어치우고 있다. 자동차, 비행기, 잠수함에서 사람을 지우고 있다.” (‘꿈꾸는 인공지능’ 2021)

‘인공지능 + 로봇’ 시대의 광주

2016년 3월 프로 기사 이세돌이 AI 알파고를 상대로 바둑을 둬 180수 만에 불계승을 거뒀다. 인간이 AI를 상대로 이긴 유일한 대국이었다. 이후 1년 동안 인간은 60전 60패를 기록했고, 더 이상 대국할 기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런 AI를 로봇에 장착하면 인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당장 로봇에 인간의 DNA를 장착하면 한 국가의 경쟁력이 달라진다고 한다. 그래서 미국, EU, 일본, 중국 등 민간 차원에서 아마존, 소프트뱅크, 도요타, LG전자, 네이버 등이 로봇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고경철 외, ‘로봇산업의 미래’, 2019)

AI와 결합된 로봇(AI+로봇)은 단순히 지능이 로봇에서 구현되는 것을 넘어 로봇이 취득해서 디지털화한 데이터가 데이터센터에 집결되고 이를 기반으로 로봇이 더 높은 수준의 지적능력을 갖게 됨을 뜻한다.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AI를 위한 정보수집자, 관찰자의 역할까지 하게 되고, 따라서 AI는 초인공지능으로 발전해 각종 국가전략과 정책까지 책임지게 된다.

‘AI+로봇’은 흔히 서비스 로봇으로 불리기도 한다. 사용자와 대화하는 AI스피커, 자율주행 청소로봇, 사회적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소셜로봇, 재활 간호로봇, 국방 경비로봇, 재난로봇, 물류로봇 등이 서비스 로봇으로 분류된다. 글로벌 투자은행 맥쿼리에 따르면 세계로봇시장은 연평균 32%씩 성장해 2025년에는 1000억 달러 규모로 커진다. 그중 서비스 로봇시장은 2025년이면 지금의 PC시장과 맞먹을 정도로 커져 ‘1가정 1로봇시대’가 올 거라고 한다.

예비타당성 면제, 광주의 AI밸리 사업

위협받는 것은 역시 일자리다. 로봇은 일자리에 관한 한 인간과 경쟁관계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서 발표된 ‘미래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15개 나라에서 일자리 710만개가 사라진다. 반복 업무를 하는 사무직 476만개가 곧 없어진다.

이용섭 광주시장은 2020년 1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사업으로 광주시 광산구 첨단3지구에 AI산업융합집적단지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2029년까지 10년간 1조원을 투자해 2만7500명을 고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2000건의 창업, 5150명의 AI 전문가를 양성하겠다는 계획도 공개했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광주를 ‘AI밸리’로 만들겠다는 담대한 구상이다. 우리 취재팀은 이 시장에게 직접 들어봤다. 그의 설명이다.

“광주는 정의로운 도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소외되고, 차별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도 낙후됐다. 광주가 앞선 도시들을 추월해 글로벌 선도도시가 될 수 있는 돌파구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는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유일하게 R&D사업인 인공지능 집적단지 조성을 예타면제 사업으로 신청해 성공했다. 다른 광역자치단체들은 도로·철도·항만 등 SOC 지원 신청을 했기에 대비가 됐다. 2년 전만 해도 ‘AI 중심도시 광주’는 상상이 안 됐지만 이젠 현실이 됐다. 현재 첨단3지구에 국내 유일의 국가 AI산업융합집적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광주는 주력산업인 자동차, 에너지, 헬스케어, 문화콘텐츠 분야를 AI와 융 복합시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다.”
 

이용섭 광주광역시장


“배낭 하나만 메고 와도 창업이 가능하게”

광주시는 지난 1년여 동안 AI기업 99곳과 MOU를 체결했고, 이 중 59개가 광주에 사무소를 열었다. 이 시장은 AI산업의 성공을 위한 광주시의 전략도 밝혔다. “인공지능 중심도시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슈퍼컴퓨팅 시스템을 갖춘 AI특화 데이터센터가 구축돼야 한다. 또 인공지능 인재를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나 창업하고 성공할 수 있는 AI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광주시는 지난 2월 4일 세계 TOP 10 수준의 성능을 갖춘 GPU기반 국가 AI 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첫걸음을 뗐다. “이 센터에 모아지는 각종 데이터는 누구나 공유할 수 있도록 완전히 개방돼 각종 연구개발을 지원하고 다양한 산업들을 육성할 수 있는 최적의 클라우드 플랫폼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이 시장은 덧붙였다. 또 기업과 연구기관, 대학들이 직접 개발한 기술과 상품, 서비스의 성능과 효과를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실증센터도 함께 조성된다.

AI사업 성공 여부는 인재 확보에 달려 있다. 광주시는 그동안 실리콘밸리, 판교 테크노밸리와 협력체계를 구축해 지난해부터 AI인재를 직접 양성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함께 AI사관학교를 운영해 실무형 인재 155명(1기 교육생)을 배출했고, 현재 2기가 교육을 받고 있다. 또 광주과학기술원에 인공지능 대학원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이 시장은 “좋은 기술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배낭 하나 메고 광주에 와도 창업할 수 있는 AI창업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AI멘토단과 AI종합지원센터를 운영 중이고, 1100억원 규모의 AI투자 지원펀드도 조성했다. 그의 설명이 이어졌다.

“우리는 AI기업들이 광주에 매력을 갖고 계속 머물게 하는 지속화 방안, 새로운 기업들을 광주로 찾아오게 하는 방안, 시민들이 AI중심도시를 직접 체감할 수 있는 AI서비스 제공 방안 등을 마련 중이다. 그 연장선에서 전국 최초로 5개 자치구 보건소와 2200여개 지역 병원과 의원에서 온라인 협진이 가능한 플랫폼 ‘AI보건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문승일 서울대 교수(전기공학부)는 지난 2월 특별기고문을 통해 “광주시의 AI 융복합단지 조성사업은 인공지능 R&D 생태계를 조성해 지역과 주력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적 수준의 인공지능 연구개발 역량과 기업 육성을 꾀할 수 있는 결정적인 사업”이라고 평가하고 “한국 AI 산업의 도약에 좋은 기회가 됨은 물론 광주시의 자동차와 에너지, 헬스케어 사업들과 연계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김수형 전남대 AI융합대학 학장(인공지능학부)은 “광주시의 이 사업은 탁월한 선택이다. 앞으로의 성과가 기대된다. 무엇보다 ‘데이터센터’를 서둘러 설립하는 게 중요하다. AI 융복합단지 1단계 사업을 통해 기반을 다지고 나면 2단계에서 사회적, 산업적 효과가 엄청날 것이다. 외부에서 우량기업들을 유치해야겠지만 광주 전남지역의 영세기업들을 끌어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에게 기술과 인력을 과감히 지원해 경쟁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눔과 연대의 새로움 가치로

광주의 AI시대에도 민주주의에 대한 광주의 신념과 열정, 불의에 대한 저항, 절의(節義), 예향(藝鄕)으로서 감성과 자부심 등 광주의 전통적 정신가치들이 바뀌거나 희석되지는 않을 것이다. 항산(恒産)에 항심(恒心)이라고, 선도적(先導的) AI로 산업이 번창하고 경제가 좋아지면 생활도 윤택해지고 정신적으로도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그런 여유가 도덕적으로 문화적으로 더 고양된 품격 있는 삶, 정의로운 삶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런 맥락에서 우리 취재팀은 광주시가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사회적 가치의 실현을 시정(市政)의 주요 목표의 하나로 천명한 데 주목한다. 광주시가 정의한 ‘사회적 가치’란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이다. 13대 세부가치로 인권, 안전, 건강, 노동, 사회적 약자 보호, 상생협력, 일자리, 지역사회, 지역경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 시민참여, 공공성이 포함된다.

광주시는 2019년 12월 이에 관한 조례까지 제정했고, ‘사회적가치위원회’도 구성했다. 사회적 가치는 결국 이용섭 시장의 표현대로 ‘나눔과 연대의 광주정신’을 말한다. 민주화라는 정치적 가치가 나눔과 연대, 상생과 공존이라는 사회적 가치로 진화된 셈이다. 자유와 다양성, 역동적 창의력의 토양에서 꽃피워야 할 광주의 AI시대가 자칫 사회적 가치라는 굴레에 갇히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럼에도 AI시대의 과실(果實)을 사회적으로 나누고 공유하는 지역정신 가치의 새로운 전범(典範)을 광주가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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