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용 갖춘 공수처, 검찰 견제 취지 무색?

2021-07-15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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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수처, 검찰 견제 목적 달성돼야"

출근하는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 [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찰 간 사건 이첩 관련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 9일 대변인까지 임명돼 진용을 갖췄지만, 아직까지 검찰과 수사 역할 배분이 안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 6일 뇌물수수 혐의로 김형준 전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51)를 정식 입건했다. 김 전 부장검사에게 뇌물을 준 박모 변호사(51)도 함께 입건 처리했다.
'스폰서 검사'로 불리는 김 전 부장검사는 2016년 3~9월 박 변호사의 범죄 혐의를 무마해 주는 대가로 총 4000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같은 해 9월 대검찰청은 뇌물 혐의 정황이 발견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종결했다. 

그해 10월 김 전 부장검사는 중·고교 동창인 김모씨(51)에게 수사 편의를 봐주며 수년간 향응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으로 김 전 부장검사는 2018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박 변호사 관련 뇌물수수 사건이 다시 수면으로 떠오른 건 김씨가 2019년 10월 해당 사건에 연루된 김 전 부장검사를 처벌해야 한다며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하고 나서다. 경찰은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에 사건을 배당 후 수사했다. 경찰은 지난해 10월 말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를 모두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서울중앙지검은 약 8개월간 사건을 방치하다, 지난달 중순 공수처로 넘겼다. 공수처는 김씨를 상대로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고, 김 전 부장검사와 박 변호사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법조계에서는 같은 사건을 중복 수사하는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 사이에 (수사 이첩) 합리적 조정이 안 되면 법령 개정밖에 없다"며 법령 개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공수처와 검찰 간 사건 이첩기준 입장은 동일한 법령 해석에서 갈라진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공수처법) 제25조 2항은 '수사처(검·경) 외 다른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그 수사기관 장은 수사처에 이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대검 관계자는 "(법령에도) 혐의를 발견한 경우라고 돼 있어, 발견이 되면 공수처에 사건을 이첩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법령 내 '발견'이라는 의미를 그대로 해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검찰 측은 범죄 혐의 발견을 법령 해석상 범죄 혐의가 있음을 확인한 경우로 보고 있다. 고소나 고발, 진정 등으로 범죄 혐의 단서가 발견된 경우와는 구별된다는 것이다. 

대검 측은 "검찰 불기소 결정이 있더라도 불복하거나 이의가 있는 경우, 공수처에서 고소·고발 등을 통해 다시 사건을 판단할 수 있는 절차가 있기에 일각에서 말하는 '제 식구 감싸기'는 성립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법조계 판단은 다르다.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공수처 설립 취지에 걸맞게 검사가 연루된 범죄 등을 발견하면, 공수처가 우선 수사권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변호사는 "대검이 먼저 혐의 발견을 판단하고, 공수처로 이첩한다는 건 애초 공수처가 독자적으로 사건을 판단·수사하라는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공수처 수사 대상 1호 사건(조희연 교육감 특별채용 사건) 선정 과정 등을 볼 때도 맨 처음 공수처가 출범했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어 "공수처 출범 목적이 검찰 내 문제를 정확하게 수사하자는 것이었는데, 뇌물 내지는 향응 의혹도 제대로 밝혀내고 있지 못하는 게 아쉽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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