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한국금융연구원]
송민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11일 발간한 '미국의 성급한 취약계층 지원 축소 사례와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실질 GDP는 빠르게 회복됐지만 고용시장 회복은 상당 기간 지체되면서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장기간 지속된 바 있다"고 진단했다.
송 연구위원에 따르면 미국의 실질 GDP는 2010년 4분기 15조8000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이후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 지속적인 성장 추세를 나타냈다. 반면 고용 상황은 인구 고령하에 따른 고용률의 점진적인 하락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2019년이 돼서야 비로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질 GDP와 고용 상황이 현격하게 괴리된 추이가 지속된 것이다.
이에 따라 취약계층에 대한 보충영양 지원 프로그램인 SNAP(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 규모가 확대될 필요성도 지속해 2013년에는 최대 800억 달러 수준에 달했다. 2019년까지도 여전히 600억 달러를 웃돌았는데,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330억 달러 수준에 비해 훨씬 큰 규모다.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이 지속되는데도 불구하고 미국은 실질 GDP 반등이 확인된 2010년부터 재정건전화를 명분 삼아 SNAP 지원 규모를 축소시키려는 시도를 시작했다.
송 연구위원은 "2010년은 고용률이 최저점에 이르는 등 고용 상황 개선 조짐이 전혀 확인되지 않았던 시점이고, 실제 고용 상황은 2018년이 돼서야 비로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며 "SNAP 관련 비상조치 종료 시점은 성급하고 부적절하게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SNAP에 대한 대중적 반감을 유발하기 위한 부정확한 정보의 확산도 지속됐다.
송 연구위원은 "2012년 미 대선 과정에서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이 오바마를 '무상급식 대통령'이라고 비하한 사례에서 단적으로 드러나듯 재정긴축을 주장하는 진영에게 SNAP은 뿌리 깊은 반감의 대상이었다"며 "SNAP 축소는 금융위기 이후 장기화한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가중했으며, 특히 저학력 백인 인구 집단에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초래한 것으로 추정된다"설명했다.
송 연구위원은 미국 사례를 감안해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취약계층 지원이 성급하게 축소되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미국 사례에서 확인된 바와 같이 실질 GDP가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현실적으로 반영하지 못한 채 괴리되는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며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현황을 비롯한 다차원적 지표 체계를 구축해 취약계층의 경제적 어려움을 정확히 파악하고 긴급 고용안정지원금과 생계지원금 등 취약계층 지원 정책의 유지기간을 이와 같은 지표에 연동해 결정하는 접근방식이 요구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