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기준금리 확 올리시렵니까, 정말

2021-07-1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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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최근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 같은 발언을 여러 번 했다. 지난 5월 27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처음 운을 뗀 뒤 보름 뒤인 6월 10일 창립기념회에서 다시 한 번 금리 인상을 통한 금융정상화를 강조한 다음 6월 24일에는 연내 인상을 거의 기정사실화했다. 역대 한은총재 중에서 재임 중 가장 큰 폭으로 기준금리를 내려왔던 이 총재로서 이번의 기준금리 인상 발언은 매우 충격적이면서 동시에 많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였다. 금융시장의 금융전문가들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총재 한 사람이 기준금리를 좌지우지하는 것이 아니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가정하더라도 하나는 왜 갑자기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꺼냈느냐 하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금리 인상에 따른 엄청난 정치적 부담과 인하 압력을 과연 이 총재가 이겨낼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다.

먼저 기준금리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설명이 분명하지 않다. 지난 5월 27일 이후 몇 번에 걸친 금리 인상 발언에서 이 총재가 내세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은 애매하다. 인플레 우려 때문인지, 금융시장이나 주택가격 거품 때문인지,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 때문인지가 불투명하다. 일단 겉으로 보면 물가상승 우려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5월 4일에 발표된 4월 물가상승률 2.3%는 한은과 이 총재에게 상당한 충격을 줬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이 총재가 부임한 2014년 4월 이후 7년 동안 소비자물가는 목표치 2%를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2017년 봄·여름 잠깐 2.3%까지 올라간 적이 있지만 그것은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뿐이었다. 에너지 가격을 제외한 물가는 2016년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2%를 넘어선 적이 없다. 그런 분위기에서 4월 2.3% 물가상승은 매우 놀랄 만한 사건이었다. 6월 4일 5월 물가상승률이 2.6%로 발표되면서 물가상승세가 더 가속화되는 모습은 더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다. 6월 10일과 24일에 이 총재가 더욱 강한 어조로 금년 내 기준금리 인상의 운을 뗀 것도 이런 물가통계 움직임과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생기는 근본적 의문은 기준금리를 올리면 물가가 과연 잡히느냐 하는 점이다. 적어도 2010년 이후만 놓고 보면 기준금리와 물가 사이에는 전혀 관계가 없거나 있어도 이론과 반대방향으로 작동했다. 즉, 기준금리도 내려가고 물가상승률도 같이 떨어졌다. 이 말을 뒤집으면 기준금리를 올린다고 해서 물가가 잡히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물론 인상폭이 어느 정도인가에 따라 물가상승이 잡힐 수도 있겠지만 설혹 과감하게 올리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물가상승 효과가 나타나기까지에는 최소한 1년 이상이 걸린다고 봐야 한다. 지금 거론되는 0.25% 혹은 0.5% 가지고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3개월 이내에 2% 혹은 그 아래로 묶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인다. 특히 물가상승 압력이 원유나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과 같이 외부에서 오는 경우 물가안정이 더욱 어렵다. 한국은행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볼 때 이번 5월에 갑자기 기준금리를 인상하겠다고 하는 것의 근본원인은 물가안정은 아니라고 본다.

기준금리 인상 배경으로 지적되는 또 다른 이유로는 이른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이다. 급등하는 주식 및 부동산 가격 상승의 이면에는 소위 ‘영끌’이라는 웃지 못 할 사회 세태가 만연하면서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가계부채도 간과할 수 없는 사회경제적 당면과제가 된 게 사실이다. 그렇지만 가계부채 문제는 벌써 몇 년 동안 있어 왔던 문제였고 게다가 가계신용 규모가 1760조원이 넘는 동시에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예금과 현금자산이 2010조원을 넘기 때문에 과도한 가계신용 때문에 금융시스템이 붕괴되거나 크게 불안해지는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일부 취약계층의 상환능력문제가 금융 불안의 원인이기는 하지만 이에 대해 정부와 금융기관들이 충분히 대처해 왔기 때문에 취약계층의 금융안정을 위해 이번에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게다가 기준 금리가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시중금리가 곧바로 상응하는 만큼 올라가는 것도 아니고 상환능력이 있는 영끌 대출은 막을 방법이 없을 것이므로 이 또한 설득력 있는 이유는 되지 못한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이 서둘러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말하는 속내는 과연 무엇일까. 그것은 입 밖으로는 말할 수 없는 다른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국제자본 이동의 가장 근본적인 이론 중 하나인 국제금리재정이론에 따르면 국가 간의 자금 이동은 금리와 예상되는 환차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한다. 만약 미국금리(a)와 예상되는 달러환율 상승률(b)의 합이 국내금리(c)보다 높다면 국내자금은 미국으로 빠져나가게 되어 있다. 지난 4월 29일 1100원이던 달러당 환율은 최근 7월 초 1150원까지 치솟았다. 두 달 사이 4.5%, 연율 30% 가까이 뛴 셈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 자금을 굴리는 것보다 미국에서 굴리는 것이 훨씬 유리해진다. 국내 주식채권을 팔고 달러로 예치만 해둬도 이익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주가는 크게 조정되고 환율은 더 불안해진다. 이것이 잠재적인 불안의 근원이다.

4월 말 이후 달러 환율이 갑자기 급등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미국금리(a) 인상 가능성이 가장 컸다. 미국금리도 올라갈 추세이고 달러 환율도 올라간다면 국내자본의 유출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국내금융시장을 크게 불안하게 할 가능성이 높으므로 이런 위험을 가라앉히기 위해서는 국내금리를 상응하게 올려야만 한다. 달러 환율 상승과 이로 인한 자본유출 위험이 한국은행으로서 공개적으로 말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금리 인상 원인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기준금리 인상의 폭과 횟수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한두 번이 아니라 그보다 더 여러 번 올려야만 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산시장 혹은 부동산 시장 충격과 그에 따른 정치사회적 압력을 감당해낼 수 있을까.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특히 선거를 앞둔 민감한 계절에 언론이나 SNS를 통한 영끌 세대의 가혹한 비판을 견뎌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퇴임을 코앞에 둔 사상 최초의 연임 총재로서 그동안의 과도한 기준금리 인하의 원죄를 씻기 위해 과감한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지만 그 가능성은 매우 엷다. 결국 금년 내로 기준금리를 올려도 매우 상징적으로 소폭 올리는 것에 그칠 것이며 실질적인 기준금리 인상은 다음 정부, 다음 한은총재의 몫으로 넘길 공산이 크다. 기준금리가 소폭 인상에 그침으로써 물가를 잡는 것도 아니고 자산시장의 버블을 가라앉히지도 못하면서 달러 환율은 계속해서 불안하게 급등락하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다. 금융시장 불안을 안정시킨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이유는 정치사회적인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 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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