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 인터뷰] 이재명 “기본소득제, 현대판 대동법...증세 마지막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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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공약은 ‘공정성장’…불평등‧양극화 해결이 우선

탄소세‧디지털세 도입 시급…부동산 투기 시 조세부담 늘려야

부동산 투기꾼에 금리 혜택은 문제…정책집행은 신속하게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현대판 대동법”이라고 밝혔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대담=임재천 편집국장·최신형 정치부장, 정리=황재희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기본소득’은 현대판 대동법이라고 강조하며, 기본소득이 유용한 정책이라는 것을 증명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기본소득의 최종적인 재원조달 방안은 증세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으나 기존 예산절감 등 정책을 통해 단계적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지사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소재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본소득은 조선시대 대동법에 준하는 정책으로, 매우 중요하지만 혁명적이어서 생소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의료보험체계도 처음에는 작았지만 보완을 거치며 전 세계 의료보험 수준으로까지 성장했다”며 “(기본소득을)100년에 걸쳐 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단계적‧순차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처음에는 증세 없이 1년에 재난지원금 수준으로 25만원씩 두번 지급하고, 이후에는 연 100만원 정도를 지급하는 것을 추진할 수 있다”며 “이 정도는 기존예산절감으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다음에는 현실적인 재원조달방안이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증세가 있어야 한다”며 “무한대로 쌓아두는 것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 맞춰 일정 정도 조세부담을 상향할 수 있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는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하면서 3대 무상복지 등 복지정책을 많이 해봤더니 우선순위 문제에는 복지가 있다”며 “불필요한 것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선순위와 경중을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기본소득을 ‘포퓰리즘 정책’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딱지를 붙이기 위해 포퓰리즘이라는 표현을 쓰는 것”이라며 “우리 국민들은 집단 지성체이기 때문에 정치인이 아무리 하겠다고 선동한다고 해서 표를 주지 않는다. 국민이 원하는 일을 합당하게 하는 것을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악성 포퓰리즘이며 국민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강조했다.

◆1번 공약은 ‘공정성장’··· 불평등‧양극화 해결

-대통령이 되면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가.

“공정한 나라를 만들겠다. 주로 나와 관련해서는 기본소득 논쟁이 벌어지는데, 유명한 것과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르다. 기본소득은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성장 회복이다. 그래야 일자리도 나오고 경쟁도 완화된다. 지금 우리나라는 기회총량 부족 때문에 경쟁과 갈등이 심하고 불공정도 심해졌다. 불공정에 대한 불만이 분노로 바뀌고 있는데, 핵심은 공정성이다.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도록 공정한 기회를 줘야 하는 것인데, 세금을 공정하게 부과하고 인재도 공정하게 채용하면 나라는 흥하게 된다. 그런데 관리가 부패하고 개인 욕망이 절제되지 못해 약육강식이 벌어지면 이것은 깨진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더 잘 살고 싶은 욕구가 있기 마련이지만 모든 사람이 자기 이익만 추구한다면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열심히 노력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삶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포자기한다. 공정성이 회복된다면 이는 성장의 토대가 될 것이라 확신한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노동의 질과 인프라 등이 좋아졌는데, 불평등‧양극화가 심하다. 기업‧노동 간에도 불평등‧양극화가 있고, 매출 역시 양극화가 극심하다. 건강하기 위해서는 몸 전체가 잘 순환이 돼야 한다. 그런데 우리는 심장만 튼튼하고 손발이 썩어 가는 격이다. 그래서 공정성 회복으로 전체적인 질서를 잡아야 하고, 여기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경제에서 보면 인프라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제조업 강국이었으나, 이제는 디지털‧에너지로 전환을 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산업을 정부가 지원해서 이들이 먹고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계속해서 길을 열어주고 보전해주는 역할을 해야 공정한 사회를 확보할 수 있고, 또 한편으로는 대전환의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도 만들 수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탄소세‧디지털세 도입··· 부동산 투기 시 조세부담↑

-기본소득도 결국 증세가 필요하다고 얘기했는데, 가능한 조세정책은 무엇이 있나.

“탄소세 도입이 시급하다. 일방적으로 세금을 도입하면 물가가 오른다. 그러나 이것을 전 국민에게 되돌려 준다면 시행이 가능하다. 탄소세를 걷어 일부는 석탄산업 대신 재생에너지에 투자하는 등 산업 재편에 쓰고, 일부는 전 국민에게 돌려준다고 하면 좋아할 것이다. 다만 기업의 경우 부담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투자지원을 해야 한다. 연구·개발(R&D) 지원 등이 될 수 있고, 다른 나라보다 우선적으로 재생에너지 산업을 이끌 수 있게 지원해 주는 것도 좋다. 데이터세 역시 확보가 가능하다. 데이터의 경우 온 국민의 것이기 때문에 사용에 따라 대가를 치르게 하는 것이 가능하다.”

-부동산 관련 보유세는 어떤 정책을 펼쳐야 하나.

“부동산의 경우 보유세가 낮아서 투기가 이뤄지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필수 부동산은 보호해주되 미필수 부동산은 전체적으로 보유세를 올려야 한다. 그리고 보유세 역시 국민들에게 돌려줄 수가 있다. 무주택자에게는 돌려주고, 수백채를 갖고 있는 소유자에게는 보유세를 많이 내도록 해야 한다. 현재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는 전체 순환이 느려지는 것이다. 돈이 안 돌고 있는 것인데, 강제로 돈이 돌게 하는 것이 정책이다. 세입·세출의 경우 내가 내는 것보다 받는 것이 많다고 하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많이 내도 혜택이 없다고 한다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들의 공론화 과정을 거친다면 국민들의 공감을 받는 것이 어렵지 않다고 본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실소유자와 다주택자 금리 차등 두겠다

-부동산 얘기를 더 해보자면, 기본소득에 이어 ‘기본주택’을 부동산 정책으로 내걸었다.

“부동산 정책은 ‘집값을 잡겠다’는 가격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주택수, 주택수보다는 실거주 여부를 따져 투기 목적의 주택보유는 부담을 늘리고 실제 거주하는 1주택에 대해서는 금융‧세제 등 지원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가야 한다. 청년·신혼부부, 생애 첫 주택을 마련하는 사람과 불로소득을 꿈꾸며 여러 채 사 모으는 사람이 같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것과 여러 채 보유한 사람이 이를 담보로 더 저렴한 금리로 돈을 빌릴 수 있는 구조도 문제다. 앞으로는 ‘부동산으로 돈 벌겠다’는 생각을 할 수 없도록 주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과 금융 혜택을 제한하는 것은 물론 투기‧투자자산에 대한 조세부담도 큰 폭으로 강화할 것이다. 다만 조세부담이나 금융총량을 제한할 때 특정계층이 부당한 부담을 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하게 정책을 설계하고 조정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재명표 정책 집행의 과격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하는 과정을 다 본다면 걱정하지 않을 텐데 국민들이 결정과정까지를 보지 못해서 그런 것 같다. 정책집행을 결정하고 나서는 신속하게 해야 한다. 개혁이 오래가면 고통은 길어지기 때문이다. 남들은 나를 보고 즉흥적이고 급하고 과격해 보인다고 하지만 사실 그 이전과정이 훨씬 길고 크다. 예를 들어 앞서 경기도 계곡정비사업의 경우 사실 취임한 직후부터 준비했다. 주민들 동의를 받는 것부터 그들의 반응체크, 현장확인 등을 6개월 넘게 했었다. 강제 철거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으나 주민들 동의를 받고 진행한 결과 90% 이상 철거를 완료했다. 드러나는 집행보다 준비하는 것이 더 크고 에너지가 많이 드는데 보이지 않을 뿐이다. 또 정책 집행이란 한 번 하겠다고 선언했으면 실천을 해야 한다. 흐지부지돼 버리면 정부 정책에 신뢰를 얻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시장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경기도청 서울사무소에서 진행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은 현대판 대동법”이라고 밝혔다. 왼쪽 시계방향으로 이 지사, 임재천 본지 편집국장, 최신형 정치사회부장, 황재희 기자.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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