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절벽 몰리는 서민·저신용자…오늘부터 법정금리 인하

2021-07-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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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7일부터 법정 최고금리가 24%에서 20%로 낮아지는 가운데 일부 서민들이 대출 절벽에 내몰릴 우려가 나온다.
은행들이 일부 대출 상품의 판매를 중단하는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이어 대부업계마저 수익 보전을 위해 대출심사를 강화하고 있어 불법 사금융으로 떠밀리는 저신용자들이 급증할 조짐이다.

금융당국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가 없도록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법정 최고금리 20%로 인하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날부터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대부업자와 여신금융기관에 적용되는 최고금리는 연 24%에서 20%로 하향 조정된다.

금융권은 최고금리 인하 취지에 동참하는 추세다. 저축은행과 캐피탈, 카드사 등은 인하된 금리를 자율적용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업계는 인하된 금리를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표준 약관에 따라 2018년 11월1일 이후 대출을 받는 차주에만 인하된 금리를 적용하면 됐지만, 그 이전에 대출을 받은 차주에도 이를 적용했다.

다른 금융사 등과 거래하거나 정책서민금융상품 이용을 통해 신규대출이 가능하면 기존 연 20% 초과 대출을 신규대출로 대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 적용을 받는 소비자는 저축은행 58만2000명(약 2444억원), 카드 246만7000명(약 816억원), 캐피탈 17만5000명(약 350억원) 등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대부업체는 기존 고객에게 금리 안하를 적용하지 않았다. 법정 최고금리 인하로 수익성이 낮아져 소급적용이 힘들다는 이유를 꼽았다. 이미 대부업체들은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철수하거나 대출 기준을 높이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하반기 대부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대부업 대출 잔액은 14조5363억원으로 전년 6월(15조431억원) 대비 5068억원(3.4%)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담보대출 비중은 10% 가량 증가했다.

이는 대부업체들이 저신용자들에게 담보를 요구하는 것으로,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의 경우 불법 사금융으로 빠져들 우려가 있다.

한편 법정 최고 금리를 위반한 금융사업자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화됐다. 이날 이후 신규 대출이나 갱신·연장된 기존 대출에 대해 연 20%를 초과한 금리를 적용한 금융사는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최고금리 초과분에 대해 채무자는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대출 문턱 높이는 금융권

금융권은 대출 한도를 줄이거나 기준을 높여 잡는 등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이날부터 개인신용대출의 최고 한도를 기존 2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조정했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모기지신용보험(MCI) 대출과 모기지신용보증(MCG) 대출 상품의 판매도 일시 중단했다. 또 같은 달 전세대출과 신용대출의 우대금리도 0.2%포인트 낮췄다.

타 은행들도 사정을 마찬가지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30일부터 관리비 대출, 솔져론, 하나원큐 중금리 대출, 하나원큐 사잇돌 대출 등 4종의 신용대출 신규 판매를 중단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부터 3000만원 초과 한도의 마이너스통장 연장·재약정 시 약정 기간의 한도 사용률 혹은 만기 3개월 전 한도 사용률이 모두 10% 미만일 경우, 최대 20% 한도를 감액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14일부터 5개 신용대출 상품의 우대금리를 최대 0.5%포인트 축소했다.

은행들이 대출상품을 줄이거나 우대금리를 조정하는 이유는 가계대출 관리를 보다 안정적으로 하겠다는 취지다.

또 금융당국이 지속해서 대출총량을 줄이라고 강조하고 있는 상황도 작용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시중은행장에게 “불요불급한 가계대출 취급을 최소화해달라”며 “상환능력 범위에서 대출을 취급하는 관행이 정착되도록 노력을 기울여달라”고 말했다.

여기에 이달부터 개인의 상환능력에 따라 대출한도를 제한하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려했던 사람들의 상황은 더욱 어려워졌다.

DSR 규제는 모든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에서 6억원이 넘는 주택을 담보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적용된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서울 아파트의 83.5%가 적용 대상이다.

◆서민·저신용자는 대출 절벽으로…정부 시장감독 강화

결국 높아진 대출 문턱에 서민들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재 2금융권의 개인별 DSR 한도는 60%로 은행(40%) 보다 높아 대출 수요가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금융당국의 대출 관리 강화와 은행의 매출 문턱 높이기가 당분간 지속되면서 결국 대출을 찾는 이들로 인해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의 대출 관리 정책에도 대출은 늘고 있다”면서 “결국 다른 대출처를 찾는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대출 난민을 막고, 불법 사금융으로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정책 금융상품을 개편했다.  정부는 기존 대출을 연장하지 못할 차주를 대상으로 '안전망 대출Ⅱ'를 2022년까지 3000억원 가량 공급한다. 7일 이전에 연 20%를 초과한 이자로 대출을 받은 차주 중 1년 이상 대출을 써왔으며 만기가 6개월 이내로 임박, 연 소득 3500만원 이하 또는 연 소득 4500만원 이하면서 개인 신용 평점이 하위 20%가 대상이다. 

한도는 최대 2000만원부터 기존 고금리 대출 잔액 범위 내이며, 서민금융진흥원이나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통해 은행서 대출을 접수하면 된다.

서민 대출 상품 '햇살론17'도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맞춰 '햇살론15'로 이름을 바꾸고 금리도 내린다. 햇살론15의 금리는 이날 이후 약정 건부터 연 15.9%다.

또 시장점검과 감독을 강화한다. 금감원은 최고금리 인하 이후 대출 이용에 어려움이 없도록 업권 지도를 지속하고, 신용공급 상황 및 최고금리 위반 여부를 중점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다. 저신용자에 대한 월별 신용대출 신청, 승인실적 및 적용금리 등 시장상황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한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난 5일 서민금융통합지원센터를 방문해 "최고금리가 인하되면서 고금리로 대출할 수밖에 없었던 분들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게 됐다"며 "많은 분들이 정부에서 준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홍보와 안내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법추심행위는 서민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 심각한 범죄행위로서 경찰청 등은 유관기관 간 연계를 통해 불법추심을 집중단속하고 조폭·브로커 등이 관여한 조직적 불법추심은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 폭력행위 등 처벌법 등을 적용해 가중처벌할 계획"이라며 "소비자 보호를 위해 적극적인 몰수·추징 보전조치를 실시해 범죄수익도 철저히 환소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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