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잇달아 '대어급' 종목이 등장하면서 공모주 열기도 이어지는 가운데 거품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차기 '대어급' 공모주로 평가받는 크래프톤이 최근 공모가를 낮추면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게임 '배틀그라운드'로 잘 알려진 크래프톤은 최근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의견이 나오자 공모가를 낮추고 유가증권시장 상장 절차에 돌입했다.
공모가 기준 공모액은 4조6000억~5조6000억원으로 국내 IPO 사상 최대 규모였으나 공모가를 낮추면서 공모 예정 금액은 3조4617억~4조3098억원으로 줄었다.
크래프톤은 정정 증권신고서 제출 전 자사의 기업가치를 35조736억원으로 추정했다. 이는 코스피 게임 대장주로 꼽히는 엔씨소프트의 시가총액 18조1340억원(5일 기준) 약 2배 많은 수준이다.
크래프톤 공모주에 대한 거품 논란이 제기된 것은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국내외 대형 게임사 외에 워너뮤직그룹, 월트디즈니를 비교 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크래프톤은 배틀그라운드 등의 지식재산(IP)을 활용한 콘텐츠 사업 모델을 제시해 워너뮤직그룹, 월트디즈니 등을 비교 대상으로 꼽았지만 사업 초기로 성과가 없어 비교에 무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결국 크래프톤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정정 신고서 제출을 요구받아 공모가를 재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비교 대상에 엔씨소프트와 넷마블, 카카오게임즈, 펄어비스 등 국내 게임사 4곳만 포함했다.
크래프톤뿐만 아니라 또 다른 '대어급'으로 평가받고 있는 카카오뱅크도 거품 논란에 휩싸였다.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희망 범위는 액면가 5000원 기준 3만3000~3만9000원으로 공모 예정 금액은 2조1598억~2조5525억원에 달한다. 이를 토대로 산출한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총은 15조6783억~18조5289억원 수준이다.
이는 국내 금융지주 중 하나금융지주 시총(13조4959억원)과 우리금융지주 시총(8조3783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카카오뱅크는 기업가치 비교 대상으로 미국 소매여신 플랫폼 '로켓 컴퍼니' 등 외국기업 4곳을 제시했다.
이에 대한 금융투자업계 평가는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모가는 시장의 예상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았으며 9만원대 장외가격에 비해 현저히 낮게 형성됐다"며 "고평가 논란을 의식한 듯 플랫폼 기업 밸류에이션 방식이 아닌 전통적인 금융주 PBR(주가순자산비율) 방식을 적용했고 희망 시총은 상장 후 자본총계 대비 PBR 3.1~3.7배로 설정했지만 이 또한 상장 은행지주 대비 상당한 프리미엄이 부여된 수치"라고 평가했다.
박지원 교보증권 연구원은 며 "그동안 시장 참여자들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를 10조~20조원 내외로 추정해왔다"며 "카카오뱅크의 예상 시총은 기존 기업가치 추정 범위 안에 속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