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의 모습. [사진=아주경제DB]
#. 32세 남성 A씨는 요즘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이른바' 벼락거지를 면했기 때문이다. 그는 경기 광명시 소하동에 전용 59㎡ 규모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5000만원(비과세)을 증여받고, 추가로 1억5000만원을 증여받아(증여세 납부) 아파트를 샀다. 부족한 금액은 전세를 놓는 것으로 해결했다. 해당 아파트는 매수시점에 5억원 정도였지만 최근 가격이 급상승해 매매시점보다 1억5000만원가량 올랐다. 그는 주위 친구들에게 지금이라도 집을 사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 서울 광진구에 사는 31세 여성 B씨는 서울에 집을 마련하려고 한다. 그는 내 집 마련을 서두를 생각은 없었지만 최근 집값이 크게 상승하는 것을 보고 지금 집을 사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는 부모님에게 5000만원을 증여받고 나머지 금액은 대부분 대출로 충당할 계획이다. 은행권 대출은 물론 부모님에게 차용증을 쓰고 돈도 빌릴 계획이다.
아파트값 상승세가 지속하는 상황에서 '증여'와 '영끌 대출(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을 동원해 아파트를 소유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
젊은이들의 추격매수가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부모들이 증여 등으로 이를 돕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거래 중 증여가 차지하는 비율은 12.94%로 집계됐다. 전체 5만2281건 중 6767건이 증여였다. 앞서 2017년 해당 비율이 4.45%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3배 늘었다. 특히 올해 3월에는 전체 거래 4건 중 1건(24.2%)이 증여였다.
서진형 경인여자대학교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집값이 많이 올랐지만,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판단 아래 부모들이 자녀들의 아파트 마련을 적극적으로 돕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젊은층의 수요가 많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5월 30대 이하의 아파트 매수 비중이 가장 컸던 지역은 강서구와 성동구로 두 지역 모두 50.9%였다. 이어 노원구(49.4%), 관악구(47.4%), 중랑구(47%) 순이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전셋값 상승에 대한 부담감과 함께 집값이 급등했기 때문에 젊은층이 급하게 추격매수를 하고 있다"며 "강남 등 집값이 비싼 곳보다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은 지역 위주로 매매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KB부동산의 아파트 ㎥당 평균 매매가격(6월 기준)을 보면 △강서구 1091.9만원 △노원구 1047.9만원 △관악구 1000만원 △중랑구 851.1만원 등 성동구(1497.4만원)를 제외하면 모두 서울 전체 평균(1340.9만원)보다 낮은 지역이었다.
전문가들은 젊은층의 아파트 매수가 아파트값을 계속해서 자극하고 있는 상황에서 하반기에도 집값은 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권 팀장은 "친척·친구 등 주위에 집을 사서 이익을 본 사람이 상당히 많기 때문에 기회를 놓친 무주택 젊은이들의 상실감은 지속하고 있다"며 "집을 사려고 하는 젊은이들이 더 늘어나고, 물량 부족은 지속할 것이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부동산 가격은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