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홍대발 원어민 강사 집단감염 “또 클럽? 이해가 안 돼요”

2021-07-01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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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이어 홍대에서도 클럽발 집단감염...출입명부 작성 부실 드러나

델타 변이 확인된 홍대발 집단감염, 거센 확산세에 확진자 200명 넘어서

'3밀' 방역 사각지대로 지적받은 '클럽', 방역 조치 강화 필요성 제기

홍대 인근 클럽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이 거침없는 확산세를 보이는 중이다. 이번 집단감염은 지난 5월 이태원 클럽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반복되는 클럽발 집단감염에 시민들은 공분과 불안을 표했으며 전문가는 이른 방역 완화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이태원 이어 홍대···계속되는 '클럽'발 집단감염
1일 방역 당국은 서울 마포구 홍대 주변에 위치한 음식점과 클럽을 방문한 사람은 코로나19 검사를 받아 달라고 밝혔다. 해당 가게 이름은 라밤바·젠바·도깨비클럽·FF클럽·어썸·서울펍·코너펍·마콘도bar 등이다.

지난 30일 0시까지 홍대 클럽 관련 확진자는 총 213명으로 집계됐다. 시작은 주점 ‘라밤바’다. 이곳을 방문한 원어민 강사 6명을 포함해 ‘라밤바’ 관련 확진자는 45명으로 집계됐다. 확진 판정을 받은 원어민 강사가 근무하는 경기도 성남, 부천, 고양, 의정부, 인천 등 수도권 소재 어학원 6곳 관련 확진자는 168명으로 늘었다. 확진자 중에는 전파력과 감염률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도 확인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이번 집단감염 원인으로는 부실한 방문자 명단관리와 한 강사의 ‘거짓말’로 인한 늑장 검사가 꼽힌다. 방역 당국은 “다중이용시설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면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현장 조사를 해서 노출 위험을 평가한다. 이때 수기나 QR코드를 통해 작성하는 출입자 명부를 확인하는데 지자체 조사에 따르면 (이 업소들의 경우 명부작성이) 불완전하다고 판단한 부분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행법상 고위험시설이 전자출입명부를 도입하지 않거나 허위로 작성할 시 사업주나 이용자에게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또한 당국의 역학조사 결과 성남의 한 영어 유치원에서 근무하는 강사 A씨가 지난 22일 원어민 강사 6명 중 한 명과 밀접촉한 것으로 확인돼 자가격리대상으로 분류됐다. 하지만 다음날 A씨는 음성 판정을 받았다고 유치원에 거짓 보고를 하고 25일 양성 판정을 받을 때까지 정상적으로 출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해당 유치원생 중 확진자가 속출했다.

소식을 접한 시민들은 공분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확진된 아이들은 그냥 다니던 학교와 학원을 갔을 뿐인데 무슨 잘못이 있나”라는 글이 올라왔다. 다른 누리꾼은 “홍대에 얼마나 외국인들이 많았던지 차가 지나가지 못할 정도였는데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구청에 민원을 넣어도 딱히 방법이 없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코로나에 안 걸릴 거라고 생각하는지, 걸려도 술과 클럽을 포기 못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힐난했다.

이런 상황은 지난해 5월 확진자 200명 이상이 나온 이태원 클럽발 대유행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이태원 클럽을 다녀온 한 학원강사는 직업과 동선을 숨기면서 6차, 7차 연쇄 감염을 유발했다. 이로 인해 추가된 확진자는 총 80명가량으로 파악됐다. 해당 강사는 역학조사 과정에서 신분과 동선 등을 고의로 숨긴 혐의로 지난해 10월 1심 재판에서 징역 6개월을 선고받았다.
 
'3밀' 클럽···원정 떠나고 변종 영업 등장에 방역 무의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정부는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발생 이후 클럽 등 집단감염 위험시설에 대한 전자출입명부 관리 시스템 도입을 의무화하고 본격적으로 출입자 명부 확보에 나섰다. 하지만 클럽은 문을 닫지 않는 이상 여전히 방역 사각지대로 남아있었다.

클럽은 대표적인 '3밀'(밀집·밀접·밀폐) 장소로 대부분 환기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운 지하에 위치한다. 여기에 불특정 다수 사람이 대화를 나누고 음주를 하므로 거리두기 등 방역 통제가 어려운 장소로 지적받는다. 이렇다 보니 5인 이상 집합금지라는 행정명령도 무의미하다. 이번 홍대발 집단감염 역시 6인 이상 모인 사례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클럽 내에서 사람들이 접촉하고 노는 장소이므로 코로나 시대에 맞지 않다. 마스크도 착용하지 않고 접촉하는 장소인 만큼 코로나가 쉽게 퍼질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문제가 되면 확실히 문을 닫고 손실 보상을 해주거나 해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니 열지도 닫지도 못하는 상황이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방역 통제가 어려운 클럽 등 유흥주점에 대해 영업시간을 제한하자 '편법'이 성행했다. 서울 강남, 홍대 등에 있는 주요 클럽은 영업 제한시간인 오후 10시부터 익일 새벽 5시까지 문을 닫는 대신 낮부터 영업을 이어갔다. 일부 클럽은 새벽 5시부터 오전까지 영업한다고 홍보했다.

수도권보다 거리두기 단계가 낮은 비수도권으로 원정을 떠나는 사람도 있었다. 실제로 지난 6월 서울에 거주하는 20대 3명이 충북 청주의 한 클럽을 다녀오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당시 클럽 방문객은 120명이었으며 이 중 100명 이상이 수도권에서 온 ‘원정 방문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셔틀버스를 이용해 청주를 방문했고 클럽 내에는 서로 좌석을 오가는 등 방역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방역 조치를 피해 함께 타지역 클럽으로 원정을 떠날 동료를 구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전문가는 아직 방역을 느슨히 할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29일 본인 SNS를 통해 “현재 유행 추세는 1달 전 예측에서 가장 좋지 않은 시나리오를 따라가고 있다. 이 상태에서 방역이 완화되면 급격한 유행 확산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개편된 사회적 거리두기 적용과 방역 완화는 너무 빠르게 추진되고 있다. 예정된 방역 완화 조치를 최소 몇 주간 연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앞서 이 교수는 “이번 거리두기 완화가 주로 활동이 많은 20~50대 관련해서이지만 이들에 관해 (확산세 진정이) 거의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가 재확산할 기미를 보이자 정부는 거리두기 완화를 하루 앞둔 지난 30일 돌연 수도권 3개 시·도에 대해 새로운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1주일 유예했다. 이번 결정은 서울시가 당국에 긴급 요청하고 경기도와 인천이 수용해 이뤄졌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 반장은 이날 코로나19 상황 백브리핑에서 “주말까지 상황을 본 뒤 다음 주 월~수 각 지자체와 논의하면서 다음 주 중후반까지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백신을 1회라도 접종한 사람은 야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되는 등 백신 인센티브는 그대로 시행된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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