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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아주경제가 한국금융투자협회에 퇴직연금을 각각 실적배당형(연 수익률 10% 가정)과 원리금보장형(연 수익률 0.9%)으로 운용했을 때 실수령액 시뮬레이션을 의뢰한 결과, 실적배당형의 실수령액이 원리금보장형보다 5억5000만원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조건은 위의 사례와 같이 30살에 입사해 60살에 퇴사하는 것으로 가정했다. 초임 연봉은 3600만원, 임금상승률은 연 3.6%, 납입액은 연봉의 12분의 1로 잡았다.
실적배당형의 연 수익률은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이 도입된 미국의 사례를 참고해 10%로 설정했다. 투자자의 은퇴시점에 맞춰 주식의 비중을 조정하는 TDF의 최근 5년 수익률이 10% 내외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2040년 은퇴 기준 최근 5년 수익률은 △뱅가드 11.7% △티로프라이스 11.3% △JP모건 11.1% 등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이던 최근 1년 기준 수익률은 △뱅가드 15.5% △티로프라이스 16.5% △JP모건 15.2%로 나타났다. 지난해 국내 실적배당형의 수익률도 9.07%에 달했다.
원리금보장형의 연 수익률은 0.9%로 가정했다. 지난 5월 기준 시중은행이 제공하는 상품의 금리가 0.84~0.94%였음을 고려했다.
시뮬레이션 결과, 60살에 퇴직해 받을 수 있는 연금은 실적배당형이 7억5942만원, 원리금보장형이 1억8591만원이었다. 현재와 같이 증시가 활황을 보이는 상황에서는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게 유리한 셈이다.
최근 20년간 미국 사례를 보더라도 실적배당형 퇴직연금의 수익률은 원리금보장형을 훨씬 웃돈다. 20년 동안 미국 퇴직연금 수익률은 3차례 거센 풍파를 맞았다. 시기별로는 △닷컴버블 -7.9% △글로벌 금융위기 -18.0% △코로나19 -4.5% 등이다. 하지만 연평균 수익률은 7.54%다. 약세장 시기에 발생한 손실분을 활황기에 모두 만회하면서다. 실제로 같은 기간 연간 수익률 10% 이상을 기록한 햇수는 12개연도에 달한다. 주식시장이 활황기였던 지난해에는 수익률 22.4%라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증시 상황이 좋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에서 실적배당형으로 변경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실적배당형의 경우 증시 상황이 좋지 않으면 언제든지 마이너스 수익률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퇴직연금의 경우 10년 이상 운용하는 장기상품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시장 장기 침체 시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로 지난 2018년에는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특히 최근과 같은 금리 상승기라면 원금보장형과 실적배당형의 장기수익률이 별반 차이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리 상승기에는 기준금리 인상 수준에 맞춰 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상승세를 보인다. 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오르면 예·적금 비중이 높은 원리금보장형 퇴직연금 수익률도 상승한다. 반대로 금리 상승기에는 증시 하방 압력이 커져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정체를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배당형 퇴직연금 수익률이 국내 주식시장의 변동성에 따라 급등락을 반복하는 사이, 원리금보장형이 꾸준한 수익률을 올려 장기수익률을 봤을 때 별반 차이가 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이 때문에 퇴직연금 운용을 맡긴 근로자나 기업들은 기대 수익률이 낮더라도 원금이 보장되는 저위험 저수익 상품을 더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