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런던은 모든 것을 가졌습니다. 하지만 이제 프랑스의 야망은 파리도 이 모든 것을 갖도록 하는 것입니다."(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한 보좌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Brexit·브렉시트) 여파가 이어지면서 이웃 국가인 프랑스가 싱글벙글한 얼굴이다. 국제 금융 중심지였던 영국 런던의 지위가 브렉시트로 흔들리며 상대적으로 수혜를 입은 프랑스는 재빨리 파리를 '새로운 국제 금융 중심지'로 선언할 예정이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에 따르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28일 열리는 자국의 대외투자 유치 회의(Choose France·프랑스를 선택하세요)에서 자국의 수도인 파리가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지로 복귀했다"고 선언할 예정이다.
영국 런던은 미국 뉴욕과 함께 세계 최대 국제 금융 중심지(허브)로 꼽혀왔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영국 시장이 다른 유럽 국가들과 시장이 분리되면서 접근 편의성 등 기존의 장점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각종 국제 기업과 자산의 '탈(脫)영국 행렬'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커져 왔다.
이런 상황에서 프랑스 정부는 영국을 떠나는 기업을 상대로 세금 감면 등 각종 편의를 제공하면서 자국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으며, 브렉시트 이후 파리에 3000여개의 금융업 일자리를 창출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책연구소인 뉴파이낸셜은 지난 5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EU 사업부를 영국 밖으로 옮기는 440개 기업 중 102개사를 프랑스 파리가 유치했으며, 이는 아일랜드 더블린(135개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숫자라고 집계했다.
미국 국적의 투자은행(IB)인 JP모건 역시 유럽 지역 사업의 기반으로 런던에 자리 잡아 왔지만, 이와 같은 판단으로 유럽 중심 지사를 프랑스 파리와 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지난 4월 다이먼 JP모건 CEO는 자사의 유럽 사업부와 모든 기능을 몇 년에 걸쳐 영국 밖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결정했으며, 이 일환으로 오는 28일에는 프랑스 정부의 해당 행사에 맞춰 자사의 파리 지사 사무실을 개설한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JP모건 파리 지사 개소식에 참석해 현 정권의 기업 유치 노력을 홍보하는 동시에, 1980년대 영국 정부의 금융 자유화 이후 주요 국제 금융 중심지에서 밀려난 파리가 국제 금융시장의 중심에 복귀했다고 선포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