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기업 ‘에어로베이션(Airovation Technologies)’도 이 같은 흐름을 타고 있다. 히브리대학교에서 연구하던 탄소 포집기술을 상업화해 공기청정 연구개발(R&D) 기업으로 발전한 에어로베이션은 이산화탄소(CO²)를 줄이고 깨끗한 산소를 만들어 내는데 집중해왔다. 최근에는 제조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스케일업을 준비하고 있다. 협력 파트너를 찾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길 토머(Gil Tomer) 공동 창업자 겸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서울 강남구 요즈마그룹코리아 본사에서 만났다.

길 토머(Gil Tomer) 에어로베이션 공동창업자 겸 COO.[사진=에어로베이션]
- 에어로베이션, 어떤 회사인가.
공기청정 기술을 전문적으로 개발하는 회사다. 이스라엘 히브리대학에서 요엘 사슨(Yoel Sasson) 교수가 10년 넘게 연구하던 원천기술을 활용해 오염된 가스를 처리하는 장비를 개발했다. 지난 4~5년간 엔지니어링 기술과 응용화학을 적용해 새로운 기술을 만들었고, 2년 전부터는 CO²에 집중하고 있다. 단순히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방식이 아니라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해 CO²를 줄이고, 신선한 공기로 전환해주는 기기를 개발했다.
- 탄소 포집 기술을 활용한 공기청정기를 만들고 있다. 일반 공기청정기와는 무엇이 다른가.
일반 공기청정기는 헤파 필터를 사용해서 미세 입자를 걸러낸다. 밀집도에 따라 2.5~10PM(미세먼지 농도 단위)의 입자를 붙잡는데, 더 작은 분자는 필터를 빠르게 통과한다. 우리는 여기에 ‘슈퍼옥사이드 라디칼(Superoxide Radical)’이라는 화학 반응을 적용해 CO²를 미네랄로 변화시킨다. 슈퍼옥사이드 라디칼은 1970년대 우주선·잠수함에서 고형물이나 가스를 합성하는데 사용하는 기술이다. 비용이 많이 들고, 안정적이지 않아 산업 현장에서 활용하기 어려웠는데, 요엘 사슨 교수는 액체 상태에서 CO²를 미네랄로 변환하고, 깨끗한 산소를 생산하는 특허 기술을 만들었다. 에어로베이션은 이 기술에 엔지니어링을 결합해 산소 질을 개선하는 공기청정기를 제작했다.
- 언제 상용화되나.
이미 한국 대기업 중 한 곳의 공기청정기에 우리 기술을 적용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스라엘은 연구개발(R&D)을 잘하고, 한국 대기업은 제조와 제품화에 강점이 있다. 현재 프로토타입을 만들었고, 1년 넘게 논의해 상용화를 준비 중이다.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 이유 중 하나가 국내 파트너사와 실험을 진행하기 위해서다.
- CO² 외에 다른 유해가스는 처리할 수 없나.
CO²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CO), 휘발성유기화합물(VOC), 질소산화물(NOx) 등 다양한 유해가스를 처리할 수 있다.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없애는 데도 효율적이다. 이스라엘의 써드파티 실험실에서 실시간 코로나19 테스트도 진행했는데, 바이러스의 99.97%를 제거했다. 다른 업체 기기는 20분 이상 걸렸지만, 우리 기술은 1~2초 만에 해결했다.
우선은 CO² 제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내 CO² 농도가 1000ppm 이상이면 졸리고, 피곤해지기 시작한다. 우리 공기청정기를 사용하면 천천히 원하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앞으로는 공장이나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다양한 산업으로 스케일업 해나갈 계획이다.

탄소포집 기술이 적용된 공기청정기의 프로토타입 기기.[사진=에어로베이션]
- 단순히 공기청정기에만 적용될 기술은 아닌 것 같다.
한국에 온 두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가 대기업과의 공기청정 협력 및 테스트다. 기기를 소형화하면 주거공간을 넘어 교실, 호텔, 병원에 적용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산업 현장에도 적용하려 한다. 약 2년 전에 시카고 UL(Underwriter Laboratory) 본사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산업용 가스와 20만ppm 이상의 CO² 등 다양한 가스를 처리하는 시나리오 실험을 했고, 결과가 긍정적이었다. 에어로베이션의 기술은 공기 중 CO²를 줄이고, 나쁜 가스를 가치 있는 광물로 변환시킨다. CO² 문제를 해결하면 정부 규제로 탄소배출량을 감축해야 하는 산업 현장에서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탄소제로 세상이 가능할까.
우린 마법사가 아닌 과학자·기업가다. 어떻게 세상을 바꿀지 묻고, 틈새시장을 찾는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ESG에 관심을 가진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그린에너지에 관심이 크다. 에어로베이션도 이런 틈새를 찾아 영향을 주겠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앞으로도 다양한 기술과 통합해 조금 더 발전된 세상을 위한 노력을 하겠다.
- 목표를 설명한다면.
단기적인 목표는 실내 공기청정기술의 상용화다. 올해 말까지 첫 번째 파일럿 시설을 배치할 제휴 기업을 찾으려고 한다. 한국에서는 내년에 파일럿 시설을 만들고, 1만~ 1만5000톤의 CO²를 처리해보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수소나 암모니아를 방출하는 전 세계 공장에 기술을 도입하고 싶다. 탄소를 배출하는 회색 수소와 암모니아 대신, 탄소를 처리하고 포집하는 블루 수소와 암모니아로 변환시키는 역할이다. 이 과정은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전 세계 20개 이상 공장에 기술을 도입하고, 2023년에는 기업공개(IPO)를 진행해 자금을 충당하려 한다. 한국에서는 수소, 암모니아, 화학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스케일업과 글로벌 진출을 협업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