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유화 칼럼] 美 글로벌 공급망 재편을 보는 눈

2021-06-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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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왕따가 K반도체에 진짜 기회일까

[안유화 원장]

 지난 6월 8일 바이든 행정부는 '탄력적 인 공급망 구축, 미국 제조업 활성화 및 광범위한 성장 촉진(부제: 100-Day Reviews under Executive Order 14017)' 보고서를 통해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및 희토류 등 핵심광물에 대한 공급망 점검결과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4개 핵심 분야에 대한 서플라이 체인을 점검하고 글로벌 시장에 대한 의존도 및 외부요인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공급망 강화를 위한 제언을 담고 있다. 주목할 점은 미래산업에 있어서 동맹국들과의 협력을 통한 안전한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것과 가장 위험한 잠재적 경쟁자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미래 국제표준 등 제정에 있어서 중국을 제외하겠다는 점이다. 이에 중국정부는 우선 중국 내 산업의 해외의존도 및 경쟁력 점검부터 시작하였다.

중국의 산업경쟁력 점검

중국은 유엔 산업개발기구의 산업분류 기준에 따른 대·중·소 분류의 모든 산업체인을 자국 내에 구비한 유일한 국가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은 강력한 공급망 탄력성을 확보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18년까지 HS6 코드에 따른 글로벌 무역에는 3556가지의 중간 제품이 포함되었다. 중국은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은 수출비중을 차지하는 858개 품목에서 미국 다음으로 2위이며, 이 중 693개 중간제품 수출 규모는 세계 3위 안에 든다. 그중에서도 444개 품목은 2017년과 2018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이 수출비중이 높은 중간재 무역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을 말한다. 2020년 2월 중국정부가 전염병 확산 제어를 위한 통제정책을 펼치면서 글로벌 공급망에 큰 충격을 준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유엔이 2020년 3월에 발표한 무역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간재 제조무역의 약 20%가 중국에서 발생한다. 만약 중국의 중간재 수출이 2% 포인트 감소하면 45개 주요 국가 수출이 약 460억 달러가 감소된다. 그중에서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및 중국의 대만이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 이는 현실적으로 볼 때 바이든 행정부의 글로벌 공급망 ‘탈 중국화’ 전략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산업의 취약성을 객관적이고 이성적으로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되는 품목의 20% 영역에서 아직도 열위에 있다. 게다가 중국의 대외무역은 수출비중이 높은 품목에서도 대량의 중간부품을 수입해야 생산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특히 모터-전기-음향영상설비, 기계, 광학-의료 등 기기영역은 취약하다.

중국은 자국이 수입하는 모든 3285개 중간품목에 대해 네 가지 카테고리로 취약성을 분류하고 있다(2017년 기준). 우선 62개 중간재 품목은 세계시장에서 가장 많이 수출 되는 품목이면서 중국이 가장 많이 수입하는 품목으로서 중·미 무역마찰과 전염병 확산 등 외부충격에 가장 취약한 영역이다. 이런 영역은 공급망 백업도 어렵기 때문에 중국정부는 이에 중점적으로 주목하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국가안전 및 발전전략과 관련되는 품목에 대해 국가 및 산업사슬 안전망 구축 측면에서 계획을 수립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다음 812개 중간재 제품은 중국의 수입의존도가 비교적 낮아 현실적으로 공급망 취약성이 낮다. 그러나 이들 품목의 경우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상황에 따라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핵심 기술 품목과 관련될 경우 현재는 중국의 수입규모가 작아 분산이 가능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수입규모가 늘면 글로벌 시장의존도도 높아져 공급망 취약성도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런 품목에 대해서는 장기적인 시각에서 산업사슬 안정성 강화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외 759개 중간재 제품은 중국의 수입비중이 높지만 세계 수출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수입원을 한층 더 분산시키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모터-전기-음향영상설비와 기계,광학-의료 등 기기품목 영역에서 산업사슬의 다원화된 공간을 구축하여 안전성을 높이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1652개 중간재 품목은 글로벌시장에서 차지하는 수출비중도 낮고 중국의 수입비중도 낮아 중국이 노출된 글로벌 공급망 취약성은 비교적 낮아 안정적인 영역이다. 여기에 속하는 제품은 전체 수입 중간재 제품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전체 수입금액의 48.2%를 넘는다. 중국 공급체인의 안정적인 요소이다. 

미국의  중국 배제전략에 대한 대응

미국정부의 100일 공급망 검토보고서는 미국이 공급망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동맹국들과의 정치적 관계를 강화해야 하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이 공급망의 안전성 확보 측면에서 국제 정치적 관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에 중국정부는 이들 미국 동맹국가들과의 정치적 관계 악화가 중국 공급망 안전성에 잠재적인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따라서 산업체인의 안전성 수준을 높이기 위해 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기술보유 주요 국가들과의 좋은 정치적 관계 구축에 노력하여 공급망 안정성을 강화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현재 세계적으로 반도체칩 공급부족으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이 줄줄이 생산을 멈추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중국 반도체기업들에 대한 제재로 중국 내 반도체 생산이 차질을 빚어 공급이 줄어들고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중·미간의 갈등에 대한 세계 공급불안정 확대 우려로 앞다투어 반도체칩을 사재기로 미리 구매하여 재워놓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은 자국 이익을 앞세워 글로벌 공급에 큰 불안정을 야기하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여가고 있다. 최근 영국 일간지에서 미국의 한 국회의원이 미국 상무부에 올린 편지를 공개했는데 그 안에는 중국의 14nm 이하 생산이 가능한 모든 기업에게 수출제재를 가하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또한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세계 19개 대기업을 불러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른 대처방안을 위해 진행하는 회의에 중국기업만 부르지 않았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칩 영역에서의 중국배제 정책을 한눈에 보여준 사례이다. 중국정부 입장에서는 원유보다 수입금액이 큰 반도체 수입을 줄이기 위해서는 자체 생산이 필요해졌다. 중국은 2010년대 초반부터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 있으나 여전히 반도체 생산이 어렵고 미국정부의 제재로 반도체 제조 장비 도입도 어려워졌다. 또한 반도체 기술 습득을 위해 글로벌 기업의 M&A를 시도하였으나 미국의 방해로 대부분 실패하였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서는 미국 기술이 사용된 장비 도입이 필요한데 미국 정부가 금지한다. 현재 중국정부는 정면으로 이 난관을 극복해야 하는 상황에서 결국 국제 인재 영입을 위해 대만의 TSMC,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비롯하여 글로벌 기업의 인재를 적극적으로 스카우트하고 있다. 또한 미국을 비롯하여 반도체 선진국에서 수학하는 중국인 유학생과 화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지적재산권 강화 정책도 펼치고 있다.

한국의 고민 

미국정부의 100일 공급망 검토의 목표는 미래 핵심산업에서 중국의 부상을 저지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의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견제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 내 생산시설 확충과 동맹국과의 협력강화를 통해 중국기업들과의 거래를 막는 것이다. 배터리 영역 하나만 보더라도 중국기업은 한국기업들의 가장 큰 경쟁사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국정부의 이런 조치는 미국시장과 유럽시장에서의 중국기업 시장확대를 억제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한국기업들에게는 단기적으로 큰 기회가 될 것이다. 한국기업들은 이 기회에 미래 산업에서의 공급망 경쟁력 강화를 이루어내고 서플라이 체인의 다변화를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냄으로써 중국기업들과의 격차를 늘려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우선적이고 근본적으로 고민해야 하는 사항이 있는데 바로 한국의 목표는 무엇인가이다. 미국은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의 발전제지를 위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한국정부는 우선 중국의 발전이 한국에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아시아에 위치해 있고 중국을 이웃으로 하고 있다. 경제적으로 볼 때 중국과의 관계는 지금도 미래에도 끊을 수 없다. 그리고 아시아의 번영이 한국에게 유리하지 미국과 유럽이 잘사는 것이 한국에 유리한 것은 아니다. 아시아가 유럽과 미국의 통제력에서 벗어나는 길은 스스로 기술강국, 무역강국 및 문화강국이 되는 것이다. 과도기적으로 볼 때 미국과의 관계향상은 전략적으로 도움될지 모르지만 미국이 자국이익을 위하여 동맹국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전략에 이용되는 우려가 존재한다. 미국은 동맹국들을 앞세워 패거리로 다른 국가의 부상을 반(反)시장적인 행위로 막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가치는 어디에 둬야 하는지 생각해야 한다.

최근 독일 일간지에 민주주의 국가들은 무엇으로 중국모델에 도전하냐라는 글이 올라왔다. 문장의 핵심은 3가지이다. 첫째는 유럽이 미국의 탈중국화 도구로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미국의 반(反)시장적인 조치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가치는 시장주의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며 다른 국가가 어떤 목적 때문에 시장주의 질서를 파괴한다고 해서 그것에 함께 동조해서 시장주의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탈 중국화’ 한다고 해서 유럽도 ‘탈 중국화’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유럽은 미·중간의 역사적으로 없었던 복잡한 갈등 속에서 시장주의 이념과 개방주의·무역주의·다자주의 원칙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동시에 과거 서방국가가 무역과 경제협력을 통해 중국체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전략은 유치한 생각이며 과거 몇 십년처럼 유럽기업들이 중국에서 고액 이윤을 창출하는 시대는 다시는 오지 않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구축 움직임은 전 세계 국가들에게 공급망 안전성 점검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미국과 중국을 사이에 둔 전략적 선택에 있어서 큰 갈등은 불가피하다. 


안유화 필자 주요 이력
▷중국 지린성 옌지시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박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전 외교부 경제분과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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