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이용료’ 지급 여부를 놓고 싸운 재판에서 법원이 SK브로드밴드의 손을 들어줬다. 그간 ‘망 중립성’을 이유로 대량의 트래픽을 일으키고도 망 사용료를 내지 않던 구글과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사들이 더 이상 ‘무임승차’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27일 업계와 법원 등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제기한 ‘채무 부존재 확인의 소’에서 패소했다. 재판부는 “넷플릭스는 인터넷 연결 및 연결 상태에 대한 유상의 역무를 제공받는 것에 대한 대가를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봄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이번 재판 결과는 콘텐츠사업자(CP)와 통신망을 제공하는 인터넷서비스제공사(ISP) 간 ‘망 사용료’ 지급을 둘러싼 ‘이정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망 중립성을 이유로 망 사용료를 내지 않던 글로벌 콘텐츠사가 국내 인터넷사업자와의 ‘망 사용료’ 협상 테이블에 앉을 수밖에 없게 됐다.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의 경우,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국내 전체 트래픽 중 4분의1 이상을 차지했다. 넷플릭스는 같은 기간에 약 5%의 트래픽을 발생시켰다. 당장 재판 결과에 따라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망 이용료 지불 협상이 이뤄지면, 향후 구글에 대한 국내 인터넷사업자의 망 이용대가 요구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은 이른바 ‘공유지의 비극’을 막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만약 재판부가 넷플릭스의 손을 들어줬다면 ‘인터넷은 무료’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결국 아무도 인터넷 망을 관리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콘텐츠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콘텐츠사업자와의 ‘역차별 문제’도 해소될 길이 열렸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각각 700억원, 300억원 규모의 망 사용료를 매년 인터넷사업자에 지급하고 있지만, 글로벌 콘텐츠사는 ‘무임승차’를 계속해왔다.
업계에선 넷플릭스가 인터넷사업자에 망 사용료를 지불할 경우 구독료를 올려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도 영향을 줘 OTT 구독료가 ‘줄인상’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
한편 넷플릭스가 이번 재판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하면, SK브로드밴드도 반소를 제기할 가능성이 커 추가 소송전이 불가피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