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중앙지법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20일 조 의장 등에 대한 배임혐의 재판 2차 공판준비기일이 열린다.
앞서 SK텔레시스는 2009년 휴대폰 단말기 사업 진출 이후 급속히 경영난에 빠진 후 2011~2012년 484억원의 3차례에 걸쳐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이후 모회사 SKC는 삼일회계법인 등 전문기관의 실사와 내부 경영진단을 실시, SKC가 SK텔레시스에 700억원대 유상증자를 실시할 경우 미래가치가 750억원이 될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2015년 4월 SKC이사회 의결을 거쳐 진행된 SK텔레시스 유상증자는 성공적이었다. 2014년과 2015년 각각 389억원, 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SK텔레시스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흑자 달성에 성공했다. SKC의 시가총액도 이날 종가 기준 5조4341억원으로 SK텔레시스에 대한 유상증자가 마무리된 2015년 말 1조2799억원 대비 4.25배가 뛰었다.
검찰의 입장은 달랐다. 검찰 측은 당시 SKC 이사회 의장이었던 조 의장이 최신원 SK텔레시스 회장과 공모해 배임행위를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서는 결과적으로 성공한 경영판단도 범죄행위로 기소되는 사태를 두고 국내법상 배임죄의 ‘애매모호함’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형법은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행위’를 배임으로 규정하고, 업무상 배임의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배임은 보통 횡령과 같은 성격으로 보지만 경영 실패나 잘못된 경영 판단으로 인해 회사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에도 배임으로 규정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반면 미국의 경우는 배임죄를 판단함에 있어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해 △의식적인 경영판단 △개인적 이해관계 △합리적인 정보 △선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법무법인 천고의 김재헌 대표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경영판단의 원칙에 따라 최선의 결정을 했다면 그 행위는 배임의 대상이 아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기업의 손해만 발생해도 배임을 적용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경제단체에서도 국내법상 배임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은 “배임죄에 대해서 경제인들이 생각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식이다. 범죄의 구속 요건은 명확해야 하는데 요건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며 “구속 요건 자체를 좀 더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고 '경영 판단의 원칙' 이런 것을 명문화해서 본인의 사익을 추구했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고 당시 상황에 합리적인 판단이라면 (배임이) 아닐 수 있게 해서 기업인들의 애로사항을 덜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 혁신성장본부 담당 임원은 “현재 기업인 처벌이 너무 과하다”며 “상장기업이나 법인들이 경영판단을 함에 있어 합리적인 과정을 거치는데 이것을 단순히 경영인의 판단으로 보고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