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인싸 이야기] '월가 키즈' 잭 말러스, '진짜 돈' 비트코인으로 기득권에 도전

2021-06-1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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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말러스, 비트코인 결제업체 스트라이크 창립자

부켈레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안'의 숨은 조력자

말러스 할아버지·아버지 모두 시카고 금융가 출신

중앙은행 기반 통화체제 반기…"영향력 지나치다"

비트코인 받습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멕시코와 콜롬비아 사이에 위치한 중남미 국가 엘살바도르 의회의 법안 통과에 환호했다. 30대의 젊은 지도자인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이 제출한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안'이 과반 찬성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아 비트코인이 '진짜 돈'으로 등극했기 때문이다.

당시 연이은 악재로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던 비트코인 가격은 엘살바도르의 법정통화 채택 승인 소식에 숨통이 트여 10% 이상 오르기도 했다. 이에 해당 법안을 제안했던 부켈레 대통령은 비트코인 투자자들에게 '구세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진정한 구세주는 따로 있었다. 바로 모바일 결제 애플리케이션(앱) 스트라이크를 만든 잭 말러스(Jack Mallers)이다.
 

잭 말러스 스트라이크 창립자. [사진=트위터 갈무리]

엘살바도르 경제는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하는 '송금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 해외 거주 국민 200만명 이상이 매년 40억 달러가량을 자국으로 송금하고 있는데, 고질적인 물가상승(인플레이션)으로 수수료가 10% 이상에 달하는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국민의 70%가량이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 없이 현금거래에만 의존하는 등 금융거래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것이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안'이다.

물가상승(인플레이션) 회피(헤지)가 가능하고 송금 수수료가 없는 비트코인을 미국 달러 대신 법정화폐로 채택하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에 따라 경제·금융 체계가 흔들리는 불안함을 떨쳐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엘살바도르처럼 미국 달러화를 법정화폐로 쓰는 개발도상국은 연준이 미국 달러를 찍어내며 유동성을 늘릴 때마다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채굴량이 한정돼 있어 미국 달러처럼 무제한 공급이 불가능하다.

부켈레 대통령은 송금 서비스가 중심인 국민들의 금융거래환경이 개선되길 원했고, 말러스의 '스트라이크'가 이를 실현해줄 것으로 봤다. 비즈니스와이어는 "말러스는 비트코인의 기술을 이용해 엘살바도르의 현대 금융 인프라(사회기반시설)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시장 통찰력을 제공해 왔다"며 "세상을 바꾸려는 엘살바도르의 노력을 성공적인 성과로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마이매이'에 참석한 잭 말러스 스트라이크 창립자. [사진=미국 지역매체 '리플래쉬마이애미' 누리집 갈무리]


1994년생으로 아직 20대 청년인 말러스는 2016년부터 비트코인 결제 등에 관심을 보이며 관련 사이트, 앱 개발에 나섰다.

그는 비트코인 투자 및 결제 신생기업(스타트업) 잽(Zap)을 설립하고, 비트코인의 느린 거래 속도를 개선하고자 2018년 직접 개발한 라이트닝 네트워크(Lightning Network)를 통해 거래하는 관련 앱 '스트라이크'를 출시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말러스는 현재 약 20명의 직원을 고용 중이며, 최근 그리녹스캐피탈이 이끄는 3만5000달러 규모의 초기투자(Seed Round)를 마쳤다. 아울러 비트코인 관련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힌 신용카드 결제 대기업인 비자(VISA)와도 협력하고 있다.

포브스 선정 30대 미만 지도자로 선정된 말러스는 2013년 처음 비트코인을 접했고, 이를 통해 중앙은행이 통제하는 통화체계에 대응하기 시작했다.

말러스는 2018년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롭톤뉴스와의 대담(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을 통해 각국 정부가 명목화폐에 대해 지나치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고 책임을 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앙은행은 결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새로운 건전한 돈(비트코인)이 모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정부 금융당국에 대한 적대감을 드러냈다.

역설적이게도 말러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모두 시카고 금융가 출신으로, 말러스는 이른바 '월가 키즈(Wall Street Kid)'로 볼 수 있다. 또 말러스에게 비트코인, 암호화폐 시장을 소개해 준 사람이 그의 아버지라는 것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비트코인 거래 및 결제업체 스트라이크 창립자 잭 말러스(가운데) 가족. [사진=트위터 갈무리]


말러스는 "아버지 때문에 암호화폐 공간에서 활동하게 됐다. 아버지는 내가 만난 가장 똑똑한 분으로 제가 19살 때 비트코인을 소개해주셨다"며 자신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모두 시카고 금융가에 몸담았다고 밝혔다. 말러스에 따르면 그의 아버지는 시카고 최대 선물거래소 중 한 곳을 설립했고, 할아버지는 시카고 무역위원회 회장 출신으로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자금조달을 담당했다고 한다.

말러스는 "시카고의 많은 금융회사가 오랫동안 비트코인을 면밀히 주시해왔다"며 "아버지는 비트코인을 새로운 자산으로 인식하고,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1년 뒤부터 나와 새엄마를 비트코인 세계로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말러스는 지난 5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린 '비트코인 2021 마이애미(Bitcoin 2021 Miami)'에서도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비트코인을 보유하는 것은 통화팽창의 잠재적 충격으로부터 개발도상국들을 보호할 방법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비트코인을 위한 총성이 전 세계적으로 울리고 있다"며 "변혁적인 점은 비트코인이 지금까지 만들어진 것 중 가장 위대한 예비자산이자 탁월한 통화 네트워크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엘살바도르가 디지털 통화를 법정통화로 받아들이면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통합적인 열린 지급 네트워크를 구축하게 될 것"이라며 부켈레 대통령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 제안을 지지했다.

한편 지난 10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엘살바도르의 비트코인 법정통화 채택에 대해 "거시경제, 법적 리스크(위험)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말러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주권 국가는 자유와 재정적 포용을 추구하며 가장 개방적인 통화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있다"며 "진짜 우려스러운 것은 IMF가 엘살바도르의 이런 추구(pursuit)를 지지하지 못한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인간의 기본적 자유를 제한한다면, 당신은 범죄자이지 그것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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