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CPI)이 13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증시는 상승세로 화답했다. 물가상승이 긴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안도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금융투자업계는 향후 있을 실업수당 지급 종료 등 이슈가 긴축 행보에 제동을 걸 것으로 전망하고 성장주에 대한 상승을 점치고 있어 주목된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국 노동부는 5월 CPI가 전월보다 0.6% 오르고,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5.0%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 대비 상승률이 지난 2008년 8월 이후 13년 만에 최고치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는 정점을 찍고 내려가고 있는 양상”이라며 “하락하는 시장금리를 보면 금융시장은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을 한결 덜어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번주에 있을 6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긴축에 나설지 여부는 증시에 있어 불안 요소다. 하지만 최근 물가상승률이 일시적인 데다 고용지표도 부진했던 만큼 당분간 긴축에 나서긴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은 3월, 4월 FOMC 기자회견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은 지속되기 어렵고, 테이퍼링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해왔다”며 “연준이 주목하는 고용지표가 4월에는 쇼크를 기록했고, 5월에도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여 연준이 단기간에 긴축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은 낮고, 테이퍼링을 구체화하는 것도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업수당 종료 또한 성장주의 상승 환경을 만드는 데에 있어 긍정적이다. 미국 연방 정부는 추가 실업수당 지급을 오는 9월 6일로 종료할 예정이며 최근 20개 이상 주 정부는 일자리 복귀 유도를 위해 관련 제도의 6~7월 조기 종료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김일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추가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면 저임금 서비스업 일자리는 빠르게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이전에 비해 756만명 감소한 취업자 수는 빠르게 회복될 전망”이라며 “이는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시작의 근거가 되기도 하겠지만 고용시장의 구조 변화를 감안하면, 저임금 서비스업 이외의 일자리가 채워지는 속도는 더딜 전망이어서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미뤄야 한다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민 연구원은 “채권금리, 달러 하향안정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와 실적 모멘텀에 근거한 주식시장의 상승추세는 더욱 견고해지고, 강화될 전망”이라며 “그동안 할인율 압박에 억눌려 있던 대형 기술주와 실적에 근거한 성장주들이 부활하며 증시의 상승추세를 견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성장주의 상승은 올 연말께나 돼야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정훈 연구원은 “가치주 로테이션의 종말을 서둘러 말하기엔 무리며 현 시점의 성장주 상승은 순환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성장주가 다시 전면에 나서는 시점은 경기회복 모멘텀이 약화되고, 물가상승률이 평균으로 회귀하는 구간일 확률이 높은 만큼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 정도”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