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따릉이 타고 여의도 입성한 '대선 게임 체인저' 이준석

2021-06-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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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정치에 신물 느낀 MZ세대의 반란

‘인선’도 파격적 행보…여야 간 관계형성도

이준석 돌풍에 흔들리는 대권 판도

이준석 국민의힘 신임 당대표가 13일 오전 따릉이를 타고 서울 여의도 국회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30대 0선 국회의원, 전용차 대신 서울시 자전거 ‘따릉이’로 출근하고, ‘여자 친구 있냐’는 질문엔 ‘공적인 질문만 하라’고 당당히 말하는 이준석 신임 국민의힘 당 대표의 돌풍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국회 내 관행을 깨는 것뿐만 아니라 여야 간 관계, 내년 치러지는 대선 판도까지 뒤흔들 것으로 보이면서 그야말로 여의도가 ‘파격적’으로 변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구태정치에 신물 느낀 MZ세대의 반란
이 신임 대표는 지난 11일 열린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43.8%의 득표율을 얻으며 헌정사상 첫 30대 당수로 선출됐다. 중진의원인 나경원 후보(37.1%)와 주호영 후보(14.0%)를 제치고 제1야당의 수장 자리에 당당히 올랐다.

이 대표는 당원 투표에서 나 후보에 다소 뒤졌으나, 여론조사에서는 59%의 지지율을 얻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상대적으로 높은 연령대로 구성된 당원들에 비해 젊은 층으로부터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국민의힘 당 대표 후보 등록 마감일이었던 지난달 22일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 포인트·이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해 이튿날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30대 지지를 가장 많이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남성(35.7%)과 30대(36.2%)에서 큰 지지율을 얻었다.

이 대표가 2030세대인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의 마음을 휘어잡은 데는 그동안 구태정치에 신물을 느낀 젊은이들의 아우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이것이 이 대표를 통해 변화의 바람을 일으킨 것이다.

MZ세대의 적극적인 정치 참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서부터 시작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당시 MZ세대들은 앞장서 촛불을 들었고, 이것은 2017년 19대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빛을 발했다. 이어진 4‧15 총선에서도 민주당에 180석을 몰아주며 ‘촛불민심’의 파워를 보여줬다.

그러나 촛불민심으로 정권을 잡은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처사가 MZ세대의 심기를 건드렸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더불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및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사건, 인천국제공항공사 정규직 전환 갈등,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이 터지면서 MZ세대들은 빠르게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그러면서 MZ세대를 대변하는 이 대표가 급부상했고, 결국 이 대표에게 거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준석 돌풍’을 불러왔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이 대표가 아니라 기존 중진의원들이었다면 야권의 돌풍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변화를 갈망하고, 불공정을 참지 못하는 MZ세대들이 이 대표와 만나 발생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상병 인하대 교수(정치평론가)도 “이번 결과는 기존에 있던 기성 정치인, 나경원‧주호영으로 (당이) 가본들 안 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며, 이런 생각이 이준석 돌풍을 만나며 시너지가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지난 4‧7 재·보선 당시 이대남(20대 남자), 2030의 70%가량이 오세훈 서울시장을 지지했다. 이 대표도 이들의 지지를 많이 받고 있는데, 이것은 이제 젊은이들의 정치적인 파워가 커지고 있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선’도 파격 행보···安과 통합 긍정 시그널

이 대표는 당선 이튿날 수석대변인에 황보승희 의원을, 비서실장에는 서범수 의원을 내정했다. 이들은 지난해 총선에서 처음으로 국회에 입성한 초선의원들이다. 때문에 역시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 14일 첫 공식일정으로 천안함 희생장병 묘역이 있는 국립대전현충원행을 택하면서 틀을 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후 철거건물 붕괴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광주로 이동할 예정이다. 통상 정치권 인사들은 당선 이후 첫 번째 공식 일정으로 순국선열과 전직 대통령들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을 참배하곤 했다.

또 보수 정당 대표가 공식 일정 첫날부터 호남의 심장부인 광주를 찾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참사 유가족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한편 당원 비율이 0.8%에 불과한 호남 지역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이 대표는 당선 소감 때부터 새로운 시도를 공식화한 바 있다. 대변인 선출을 위한 ‘공개경쟁선발’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가장 먼저 추진할 변화는 공직후보자 자격시험의 구체적인 설계와 토론 배틀, 연설대전을 통한 대변인단의 공개경쟁선발”이라며 “우리 당은 정치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도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6월 중으로 토론 배틀을 통해 2명의 대변인과 2명의 상근부대변인을 선발하겠다”며 “그 승자는 누구일지 모른다. 어쩌면 피선거권도 없는 20대 대학생이 국회 기자회견장에 서서 우리 당의 메시지를 내게 될지도 모르고, 뛰어난 능력이 있으나 경력단절 때문에 어려움을 겪던 여성이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발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하루하루 파격적인 행보를 이어가자, 여권에서는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나름대로 민주당 내 비주류인 송영길 대표가 “변화하겠다”고 발버둥치고 있으나, 민심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여야 간 소통과 협상도 큰 관심거리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와 송 대표 둘 다 자기주장이 확고한 만큼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와 함께 합리적인 보수를 지향하는 이 대표와 낡은 좌파 극복을 주창하는 송 대표가 의외로 궁합이 잘 맞을 것이란 분석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외에도 이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난 12일 동네 이웃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는 “상계동 한 카페에서 안대표와 만나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며 “야권통합에 대한 구체적인 대화를 나누진 않았지만 안 대표의 통합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협상은 오는 16일 당 대표 간 공식 회동을 통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보수정당의 본격적인 통합도 기대된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이준석 돌풍에 흔들리는 대권 판도

이 대표의 당선은 내년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선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최근 대선후보군에 직접 이름을 올렸으며, 야권 후보 중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40세 이상부터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헌법에 따라 이 대표가 직접 대권주자로 나설 수는 없다. 다만 이 대표의 후광에 따라 국민의힘 대권주자가 보다 인기를 얻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미래한국연구소가 PNR 피플네트웍스에 의뢰해 12일 진행하고 13일 발표한 여론조사(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9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율은 35.8%로, 26.4%인 민주당을 9.4% 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주에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보다 2.3% 포인트 높았었다.

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입당문제와 여권 내 대권 판도까지 흔들 가능성도 농후하다.

이종훈 명지대 교수(정치평론가)는 “윤 전 총장의 경우 빨리 입당해야 계파 견제를 받지 않을 것”이라며 “지금도 구(舊)친박계 의원들 중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사과한 뒤 입당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밝혔다.

또 “이 대표 선출로 인해 아마 국민의힘에서는 대권에 도전하는 인물들 연령대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나서지 못했던 인물들이 이번 이준석 효과로 인해 도전을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이 대표의 영향력으로 인해 민주당에서는 위기의식을 느낄 것이라고도 분석했다. 이 교수는 “민주당 입장에서는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 이어 2개의 폭탄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 같은 위기감에 따라 대권구도도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변화에 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아닌, 젊고 능력 있는 제3후보를 물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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