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정경심 동양대 교수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이 6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법정에서 조 전 장관 측은 아들의 대학 퀴즈 시험을 대신 봐줬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반박하며 다만 "아들이 과거 학폭(학교폭력) 피해자"여서 "학교생활 적응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당시 "교수직을 내려놓을 생각까지 했다"며 상황에 특수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1부(마성영 김상연 장용범 부장판사)는 11일 오후 2시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의 속행 공판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조 전 장관 아들의 고등학교 학사업무방해, 고려대 대학원과 연세대 대학원 입학 사정 업무 방해 등 공소사실을 설명했다.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아들의 고등학교 출석 처리와 대학원 입학을 위해 각종 인턴십 활동이나 봉사활동 증명서를 허위로 작성해 제출했다는 것이 검찰 공소사실 요지다.
이 중 검찰은 조 전 장관 부부가 과거 아들의 조지워싱턴대학 온라인 시험 문제를 대신 풀어줬다고도 주장했다. 아들이 시험 문제를 사진으로 찍어 보내면, 조 전 장관 부부가 문제를 함께 풀어줬다는 것이다.
이에 조 전 장관 부부의 변호인인 김칠준 변호사는 조 전 장관 아들이 2011년 학교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는 데서 딸과 구분되는 특수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 변호사는 "조 전 장관 아들의 경우 학폭 피해자였다. 정 교수의 경우 교수직을 잠시 그만두고 아이를 케어해야겠다는 결심까지 하던 상태였다. (아들이) 젊은 남자아이가 학폭을 당했을 때 맞아서 아픈 게 아니라 그들에게 저항하지 못했다는 열패감이 있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대응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조 전 장관 부부가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줬다는 검사 측 공소사실도 반박했다. 당시 시험 방식은 '오픈북' 시험이었고 의논이 엄격하게 금지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조 전 장관 부부가 시험에 도움을 준 것만으로 미 대학 담당 교수의 성적 사정 업무 방해를 했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해당 시험은 과목 최종 성적에 극히 미미한 비율로 반영됐다. 퀴즈 도움 때문에 아들이 A를 받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총 5회의 퀴즈 중 2회 조 전 장관 부부가 도움을 줬는데, 아들 조씨는 초반 3회에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얻은 반면 마지막에서는 최하위 성적을 얻었다"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공소사실에서 보면 마치 온 가족이 아이 성적에 매달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것처럼 표현이 돼 있지만, 아들이 당시 학폭 피해자였고 미국 생활을 홀로 하니 안전 생활을 챙긴 것이니 이런 특수성을 고려해달라"며 "정 교수는 아들의 동선을 꼼꼼히 체크하며 조금만 연락이 안 돼도 캠퍼스 폴리스에 신고하는 등 신경을 쓸 수밖에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이어 "아들은 학폭 후유증으로 교우들과 교류하지 못했고 당시 학생들 중 스터디를 같이할 사람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아들이 혼자 문제를 푸는 것을 부모에게 호소했고 정 교수가 스터디원 대신 도와준 것"이라며 "미국의 그룹학습 방식을 한국의 획일적 경쟁적 방식에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말했다.
한편 조 전 장관은 재판 출석 전 취재진에게 ”더욱 겸허한 자세로 공판에 임하겠다. 성실하게 소명하다“고 말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에 대한 불법 출국 금지 사건 관여 의혹에 대한 기자의 질문엔 답하지 않았다.
오는 25일 열리는 다음 재판에서는 조 전 장관의 딸이 증인으로 채택돼 공판 증언대에 선다. 아들 조씨에 대한 신문은 추후 기일을 지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