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에 따르면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전날 '바이든 행정부의 대외정책과 한반도 정세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국제학술회의에 화상 방식으로 참여,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한·일을 굉장히 잘 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GSOMIA)을 언급, "1995년부터 한국국방연구원에서 18년 동안 일하며 처음으로 맡았던 프로젝트가 한·일 안보협력 증진방안인데 25년이 흐른 지금까지 제가 했던 보고서 중 성사된 것이 지소미아 딱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나마도 2019년에 거의 깨질 뻔한 어려움이 있었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그 팀들도 이 내용을 굉장히 잘 알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한·일 양국은 지난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 배상 판결에 따른 여파로 지소미아를 파기할 뻔했지만, 막판에 재연장을 검토하는 방향으로 합의했다.
박 교수는 또 "(한·일이) 위안부 합의를 도출하는 실질적 계기를 마련한 게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라며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을) 끌고 가는 것을 보면 양국 사이 적극적인 중재보다 한·미·일 3국 협력으로 가겠다는 의지가 강해보인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전신이나 다름없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경우 한·일 갈등에 적극 개입해 2015년 위안부 합의라는 결과물까지 도출했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한·일 간 직접적인 관계 개선보다 한·미·일 3국 간 공동 의제 설정에 더욱 집중할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일이 박근혜 정부 당시 체결한 위안부 합의는 지난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파기됐다.
박 교수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처럼 미 국무부의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한·일을 오가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굉장히 다양한 차원과 단위에서 한·미·일 대화가 진행되고 있고 아마 G7(주요 7개국) 전후 한·미·일 정상회의까지 최종적으로 갈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외교가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이 11~13일(현지시간) 영국 콘월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바이든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와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3국 외교당국은 현재 3국 정상회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미는 3국 정상이 현장에서 약식회담을 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
한편 박 교수는 미·중 갈등 속 한국이 자체적인 인도·태평양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지적도 내놨다.
그는 지난 2016년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발생한 한·중 갈등을 언급, "당시 한국이 얻은 교훈은 '중국이 한국에 보복했다'가 아니고 '한국이 원칙을 정하지 않고 실기했다'"라며 "한국이 어떤 원칙과 전략을 정하고 능동·선제적으로 끌고 갈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좀 더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한국의 신남방정책과 연계하겠다고 늘 얘기하지만, 한국 나름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일본을 비롯한 호주 등 역내 국가들은 그런 전략을 가졌다"며 "한국도 능동적으로 전략을 만들고 이를 원칙에 따라 끌고 가야 한다. 그 원칙은 자유민주주의 국가 등에 기반해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이 주요 2개국(G2,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나름의 원칙과 전략을 수립해 행동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