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추행을 당한 뒤 극단적 선택을 한 이모 중사가 근무했던 20전투비행단에서 3년 전에도 강제추행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4일 확인됐다.
군 당국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4월 20전투비행단 소속 정보통신 대대장(중령)이 여성 중위를 강제추행해 군검찰의 수사를 받았다. 대대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 취업제한명령 2년을 선고받고 제적됐다.
국방부는 2018년 양성평등위원회를 만들고, 성범죄 특별대책전담팀(TF·태스크포스)도 설치했다. 성범죄 피해자 보호프로그램과 '가해자와 피해자 분리' 원칙도 세웠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시늉'일 뿐이었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에 대한 영장청구도 늦었고, 훈령 등 각종 지침이나 매뉴얼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에 대해 성범죄가 터지면 대책을 남발하다 잠잠해지면 무관심해지는 군대 문화 때문이라고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지적했다.
보통군사법원은 지난 2일 이 중사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장 중사를 강제추행치상 혐의로 구속하고, 국방부 근무지원단 미결수용실에 수감했다.
피해자인 이 중사는 사건 발생 다음 날 부대에 성폭력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하지만 상관들이 사건을 무마하기 위해 장 중사와 합의를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해당 부대는 성범죄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하는 매뉴얼을 무시하고 이들을 즉각 분리하지 않았다.
이 중사는 결국 지난달 21일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뒤 20전투비행단 영내 관사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 중사 휴대전화엔 '나의 몸이 더럽혀졌다', '모두 가해자 때문이다' 등 메모와 극단적 선택을 한 순간을 촬영한 동영상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