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브리지 "국민 성금 주무르는 재해구호법 개정안 반대"

지난 2월 희망브리지가 미국에 보내는 KF94 마스크가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화물기에 실리고 있다. [사진=희망브리지 제공]

재해구호와 모금활동 민간단체인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재해구호법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다.

협회는 1일 성명을 통해 "배분위원회 임명 조항, 사업계획과 예산안에 대한 행정안전부 사전 승인 등 개정안 내용은 행안부가 희망브리지를 산하기관처럼 만들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개정안은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절인 지난해 말 대표 발의해 최근 국회에 상정됐다. 협회 배분위원회에 행안부 장관이 지명하는 사람들을 넣고, 협회 사업계획과 예산안을 회계연도 시작 2개월 전까지 행안부 장관에게 제출해 승인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협회는 "국민 의연금 모집과 관리, 배분에 정부가 관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국민 성금을 정부가 예산처럼 사용하고, 선심용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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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개정안에 각종 독소 조항을 삽입해 희망브리지를 정부 산하기관으로 전락시키려는 것은 민간 중심 구호 활동 원칙에 위배될 뿐 아니라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개정안은 배분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위원장 1인, 부위원장 1인을 포함해 20인 이내로 하고, 협회와 모집허가를 받아 의연금을 모금한 모집기관(협회 제외), 행안부 장관 등이 지명하는 사람이 각기 과반수를 넘지 않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협회는 "의연금 모집허가는 행안부 권한이므로, 의연금 모집기관에서 참여하는 배분위원들은 당연히 행안부 입김에 놓이게 된다"고 비판했다. 행안부 장관이 직접 지명하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결국 행안부는 배분위원 3분의 2가량을 장악하게 된다는 판단이다.

행안부가 국민 성금을 세금처럼 쓰려는 의도라는 주장도 굽히지 않았다. 협회는 "수시로 행안부 사무검사를 받고 있다"며 "행안부가 국민 성금을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조항"이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개정안이 지닌 문제점은 재해구호 활동을 '행안부 수탁 업무'로 보는 시각에서 출발한다"며 "국민 성금 모금·관리 업무는 당연히 공정·투명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민간이 수행하는 재해재난 구호 활동을 행안부 수탁 업무로 보는 것은 매우 그릇된 인식이다"고 덧붙였다.

협회는 대안으로 정부와 협회,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공청회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지금 시급한 것은 민관이 머리를 맞대 각종 재난재해에 더욱 효과적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이번 기회에 재해재난 극복을 위한 건설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민관 협력 시스템을 정비하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