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돋보기] 다시 주목받는 코로나 ‘우한연구소 기원설’... 학계는 음모론 강조

2021-06-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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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와 언론계도 의심하는 코로나19 '우한연구소 기원설'

WHO 조사 결과 '박쥐→인간' 전염 유력 "정치와 과학 분리해야"

국제 사회는 여전히 WHO와 중국 불신 중... 투명한 2차 조사 요구

전 세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1억7000만명(31일 기준)을 넘어서고 백신 접종이 시작된 시점에서 팬데믹 재발 방지를 위해 코로나19 발생 원인을 명확히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 팬데믹 초 코로나19가 ‘우한 폐렴’으로 불릴 정도로 감염이 시작된 장소는 명확하지만, 그 기원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있다.

최근 중국 우한 바이러스 연구소(WIV)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됐다는 ‘우한연구소 기원설’이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선 이를 두고 정치적 공작과 음모론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계속되는 코로나19 '우한 연구소 기원설'... 음모론일까?

[사진=로이터·연합뉴스]
 

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현재까지 가장 유력한 코로나19 바이러스 발생 원인은 박쥐에서 사람으로 우연히 바이러스가 전염됐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 내 바이러스 연구소(WIV)에서 유출됐을 수도 있다는 주장이 다시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앵거스 댈글레시 영국 런던 세인트조지대 종양학 교수와 노르웨이 백신 회사인 이뮤노 대표 비르거 소렌센 박사의 주장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논문을 통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조작해 만들어졌다고 주장했다. 조작의 근거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구조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4개의 아미노산이 모두 양전하를 띠고 있는데, 자연 상태에서 아미노산 4개가 모두 양전하를 띠면 서로를 밀어내므로 인위적으로 만들지 않고는 갖추기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논문은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하고 일찌감치 나왔던 ‘음모론’으로, 네이처·바이러스학 저널 등 여러 학술지에서 거부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군베이크 그뢰델란 오슬로 대학 백신 연구원은 “이런 사례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HIV)나 다른 코로나바이러스에서도 종종 나타나며 본질적으로 드문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포브스에 따르면 앤서니 포시 미국 국립 알레르기 및 전염병 연구소장도 이 논문에 대해 과학적 증거가 없다고 밝혔으며, 다른 전문가들도 선을 그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 논문을 토대로 ‘우한연구소 기원설’을 주장했던 리처드 디어러브 전 MI6 책임자는 과거 이라크 전쟁에서도 믿을 수 없는 정보를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보고서를 인용해 ‘우한연구소 기원’ 논란을 재점화했다. WSJ은 “코로나 팬데믹 전인 2019년 11월 WIV 연구원들이 호흡기 질환을 앓았다”면서도 “정보의 신뢰도에 대해서는 전‧현직 관계자의 견해가 엇갈린다”고 전했다.

WIV가 다룬 바이러스가 코로나19와 상당히 유사한 점도 ‘우한연구소 기원설’ 근거 중 하나로 거론된다. CNN은 “WIV가 박쥐를 대상으로 연구 중이던 바이러스 RatG13과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의 동일률이 96.2%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RatG13은 2013년 윈난성의 한 폐광에서 유래한 바이러스로 광부 3명을 폐렴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학계에 보고된 바 있다. 이후 이 바이러스는 WIV에서 보관해왔다.

또한 CNN은 세계보건기구(WHO) 보고서 내용을 토대로 2019년 12월 8일 코로나19 첫 확진 판정을 받은 40대 남성이 코로나19 발원지로 의심받는 화난 수산물시장에 방문하거나 해외여행을 다녀온 이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대신 첫 확진자가 나오기 6일 전 우한 질병예방통제센터가 화난 수산물 시장 인근으로 이전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주장에 대해 캐나다 매체 THE TYEE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매체는 “바이러스가 실험실에서 나왔다면 고위 관리직이나 경영진 일부는 사라졌을 것”이라며 “코로나19 사망률이 2%인 점은 바이러스를 무기화한다는 전략에 유용한 결과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생화학 병기는 상대를 무력화하기 위해 효과가 빠르고 사망률이 높아야 하는데,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이와 반대되는 특성을 갖췄다는 것이다.

WHO는 ‘우한연구소 기원’을 가장 확률이 적은 가설로 평가했다. 국제 전문가 17명과 중국 전문가 17명으로 구성된 WHO 조사팀은 코로나19 전파 경로를 크게 4가지로 결론 내렸다. 이들은 올해 1월부터 2월까지 4주에 걸쳐 코로나19 발병이 처음 보고된 우한에서 관련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팀은 박쥐 같은 동물에서 중간 동물 숙주를 통해 인간에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전파됐다는 가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봤다. 박쥐에서 발견된 바이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비슷하지만 수십년의 진화적 거리가 존재해 중간 동물이 있을 것으로 추측했다.

‘박쥐 등 1차 동물 숙주에서 인간으로 직접 전파’, ‘동물 등 냉동식품을 통한 전파’도 '가능성 있는' 가설로 제시됐다. 반면 조사팀은 ‘실험실 유출설’에 대해 “극히 드문 가설”이라고 표현했다. 오히려 우한 내 화난 수산물 시장이 코로나19 발병 근원지가 아닐 수도 있다면서도 동남아에서 온 동물이나 대규모 집회 등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국제 사회는 WHO 조사 불신 분위기... 중국은 '억울' 주장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하지만 국제 사회는 WHO가 발표한 보고서에 대해 불신을 표했다. 조사팀이 WIV에 대한 조사에 투자한 시간은 4주 중 4시간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또한 중국이 바이러스 기원을 찾는 조사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 미국, 일본 등 14개 국가는 공동 성명을 통해 “연구가 완전한 원자료 샘플에 대한 접근이 부족했다.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권고안과 발견을 도출할 수 있는 조건 아래서 조사가 진행됐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은 ‘우한연구소 기원설’을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국가다. 주UN 미국대표부는 성명을 통해 “1단계 조사는 불충분했고 결정적이지 못했다. 중국 내에서 조사를 포함한 시기적절하고 투명하며 증거에 기반한 전문가 주도의 2단계 조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보당국의 코로나19 기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린다는 이유로 90일 이내에 다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도 코로나19의 우한연구소 기원설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현지 매체 더타임스는 한 서방 정보기관 소식통을 인용해 영국 정보기관들이 코로나19의 우한 기원설을 ‘개연성’ 있는 것으로 보고 현재 조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WHO는 국제사회의 압박에 대해 정치적 공작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모든 과정이 정치에 오염됐다. 가능하다면 이번 조사에서 과학과 정치를 분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중국은 ‘우한 기원설’을 두고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27일 정례 브리핑에서 “전문가들은 중국 실험실에서 코로나19가 시작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감염병 상황을 중국의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과학을 존중하지 않고 인민의 생명에 책임을 지지 않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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