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불거진 재정건전성] 쓸 궁리부터 하는 정치권… 재정건전성은 '뒷전'

2021-05-3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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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대통령 '추가 재정 투입' 발언 이후 여당 '추석 전 전국민 재난지원금' 주장

추가 세수, 세계잉여금 처리 시 국가재정법 상 우선순위 정해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최대치를 경신 중인 가운데, 정치권이 연일 추가 재정 투입을 시사하면서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해 예산을 편성할 때보다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국세 수입이 증가했는데 이 증가분을 올해 써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다.

30일 정부 당국과 국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추가 세수의 활용을 언급하며 2차 추경 가능성을 공식적으로 언급한 가운데, 여당에서도 이에 호응해 '추석 전 전 국민 재난지원금'을 주장하고 나섰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재정건전성에 대한 지적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추가 세수를 써버릴 궁리만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가장 큰 비판에 직면한 부분은 1분기 기준으로 전년도 대비 대폭 증가한 추가 세수를 정치권에서 '예상하지 못한 보너스'로 판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추가 세수는 세계잉여금으로 분류되며, 지출 목적의 우선순위가 법적으로 정해져 있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세계잉여금은 지방교부금으로 우선 정산된다. 이어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추경 편성, 다음 연도 세입 이입 순으로 처리된다. 추경 편성은 국가재정법상 3순위에 있는 셈이다.

법에 명시된 순위를 준용하지 않고 올해 추가 세수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추경을 해야 한다. 추경에서는 세입경정을 통해 예상보다 많이 납부될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을 활용할 수 있지만, 추가 세수가 발생하는 것은 추경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

때문에 정치권에서 추가 세수를 올해로 앞당겨 사용할 경우 국가채무 상환과 같은 재정건전성 회복을 위한 조치는 외면한 채 정무적 필요성에 의해 재정을 사용했다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2차 추경을 실시한다면 추경 요건상 '대규모 재해'에 해당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지난해 4차례의 추경과 지난 3월 실시한 올해 1차 추경도 편성 요건은 코로나19라는 대규모 재해였다. 이 밖의 요건인 경기 침체와 대량실업은 이미 정부의 입으로 '회복되고 있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당위성이 떨어진다.

기재부 관계자는 "아직 2차 추경에 대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면서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통령이 주장하는 '재정의 선순환'은 아직 1분기를 기준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예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1분기 국세수입은 작년 대비 19조원 증가한 8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진도율은 31.3%로 작년 대비 6.9% 포인트 올랐다. 그러나 재정은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는 30조1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뺀 관리재정수지는 48조6000억원 적자였다.

또한 작년 대비 국세 수입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부동산 거래 증가로 인한 양도세 수입(3조원)과 작년에 납부가 유예된 부가가치세, 유류세 등도 1분기 세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다.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는 성명재 홍익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올해 세입이 예산 대비 괜찮은 것은 지난해의 기저효과가 나타난 것"이라며 "한국은 세수 여건은 코로나19 이전부터 수축기로 이행했기 때문에 재정의 지속가능성 부분에서는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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