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연일 수주 환호하는데···전문인력 쪼그라든 까닭

2021-05-3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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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퇴직 등 석달새 임직원수 1267명 줄어

'글로벌 1위' 역대 최고치 수주량과 역행

장기 불황에 당장 매출로는 연결 안 돼

장기불황에 잠식됐던 국내 조선산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호황에 들어섰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연일 수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슈퍼사이클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마저 나온다. 하지만 기대감과는 달리 올해 국내 조선사에서는 오히려 인력이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인력 부족으로 인한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 약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국내 대형 조선사(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의 임직원 수는 3만2180명으로 지난해 말 3만3403명에서 1223명(3.66%) 줄었다. 지난해 임직원이 806명 줄어든 것보다 올해 3개월 만에 감소한 인원이 더 많았다.

같은 기간 대선조선과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등 중소 조선사도 2286명에서 2242명으로 임직원 수가 44명(1.92%) 줄었다. 결국 올해 3개월 만에 국내 조선업 전체에서 1267명(3.55%)의 일자리가 줄어든 셈이다.
 

[사진=각 사 제공]

이는 조심스레 슈퍼사이클을 기대케 하는 수주 실적과는 큰 차이다. 올해 1분기 국내 조선산업은 글로벌 발주량 1025만CGT의 52%인 532만CGT를 수주해 글로벌 1위 자리를 지켰다. 수주량 규모는 지난해 1분기 대비 923% 늘어 2008년 이후 13년 만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1분기 수주가 고부가가치 선박에 집중됐다는 점이 눈에 띈다. 고부가가치선박 560만CGT 중 국내 수주가 426만CGT로 76%다. 이 중 컨테이너선은 445만CGT 중 70%인 311만CGT, 초대형 유조선인 VLCC와 LNG 운반선은 각각 98척과 17척 모두를 국내 조선사가 수주했다. 최근 13년 동안 지속된 장기불황이 조만간 종식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일자리와 수주 실적의 방향성 차이에 대해 조선업 관계자들은 최근 수주가 당장 매출과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탓이라는 설명이다. 선박의 경우 수주 후 설계부터 건조, 인도까지 1~2년의 기간이 걸린다. 이 기간 동안 조선사는 선박 건조 진행률에 따라 수주금액을 나눠 받는다.

때문에 최근 수주 실적이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아직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또한 올해는 2019년 등의 수주 결과가 실적화되는 상태라 아직 불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대형 조선사인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각각 5068억원과 21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 정년을 맞이한 근로자가 대거 퇴직했지만 신입 직원들을 채용하지 못한 결과"라며 "최근 수주 실적이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부분 조선사가 신입 직원을 채용하기를 꺼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조선업계 일각에서는 지금 같은 호황기이자 산업의 격변기에 인력 부족으로 국내 조선산업의 경쟁력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제해사기구(IMO)의 친환경 규제의 영향으로 친환경·스마트 선박에 대한 발주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자칫 인력이 부족해 일감을 소화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아울러 자율주행 등이 가능한 스마트 선박 개발 등을 위해 발빠르게 인재 확보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1월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는 국내 대형 조선사가 친환경·스마트 선박 분야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 기술인력을 지금보다 315명가량 늘려야 한다는 분석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다른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 현장이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전문 인력에 대한 채용·투자를 등한시하고 있는 점이 문제"라며 "실무적인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을 한시 빨리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한국조선해양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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