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진심으로 살아줘 감사합니다."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 의료진이 간농양으로 사경을 헤매던 50대 여성을 기적처럼 회생시킨 사연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관심을 끌고 있다.
27일 의정부 을지대병원에 따르면 A(54·여)씨는 지난달 26일 오후 1시께 우측 옆구리 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다음 달 오전 1시께 A씨의 심장과 폐 기능이 저하돼 급성 호흡부전이 발생, 의식이 흐려졌다. 입원 12시간 만에 상태가 심각해 진 것이다.
의료진은 기관 내 삽관을 시행하고, 100% 산소를 투여하며 인공호흡기 치료를 일사분란하게 실시했다. 혈압도 계속 떨어져 승압제도 투여했다.
의료진의 긴급 처방에도 불구, 급성 호흡부전은 더 악화될 정도 심각해졌다.
결국 의료진은 2시여간 후 ECMO(체외막형산화기, 환자의 몸 밖으로 혈액을 빼낸 뒤 산소를 공급해 다시 몸속에 투입하는 의료장비)를 사용하며 A씨의 호전을 기대했다.
의료진 기대와 달리 A씨는 같은 날 오전 6시께 심정지가 발생,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까지 이르렀다.
설상가상으로 5시간 뒤 신장 기능까지 저하되며, CRRT(지속적 신대체 요법)을 이용해 투석까지 해야 했다.
A씨의 상태는 소생확률이 매우 낮을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다. 의료진들 사이에서도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내놓았다.
의료진은 A씨의 소생을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였다.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환자를 반드시 살려야겠다'는 일념으로 똘똘 뭉쳤다.
주치의인 소화기내과 오현우 교수를 비롯해 중환자실 선현우·이춘근, 신경과 강민경, 심장내과 문인태·진정연, 신장내과 이성우, 감염내과 정경화, 영상의학과 신원선, 재활의학과 김우섭, 안과 박은우 교수 등이 가진 의술을 모두 쏟아부으며 환자를 돌봤다.
중환자실 간호팀도 A씨만을 위한 전담 간호에 나서 의식을 회복할 수 있도록 꼼꼼하고 세심하게 간호했다.
특히, 흉부외과 황수경·유양기 교수는 A씨 침상 바로 옆에서 며칠 밤을 지새며 에크모 집중치료에 매진했다.
이 같은 노력으로 위기를 넘겼고, A씨는 지난 2일부터 호전됐다. 이어 에크모와 지속적 투석기를 제거됐고, 이윽고 인공호흡기까지 떼게 됐다.
오 교수는 "정말 위험한 상태에 빠지며 많은 위기가 있었고, 일반적으로 에크모에 장기간 의존할 경우 생존 가능성은 점점 떨어진다"며 "예후가 안좋아 보이는 상황에서도 모든 의료진이 포기하지 않고, 조금의 빈틈도 없이 곁을 지킨 덕분에 무사히 의식을 되찾게 됐다"고 전했다.
또 "3개 의료장비를 동시에 사용해 무엇보다 환자가 제일 힘들었을 것"이라면서도 "어려운 치료 과정을 잘 버텨내고 의식을 회복하게 돼 정말 다행이고, 진심으로 살아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한 사람을 위해 많은 의료진들이 잠을 설쳐가며 치료에 집중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하는 것이 의료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으로 치료에 전념하겠다"고 답했다.
A씨는 현재는 일반 병실로 옮겨져 호흡 재활치료를 받으며 건강을 회복하고 있다.
한편 의정부 을지대학교병원은 의정부시 금오동 반환 미군기지인 캠프 에세이욘 부지 12만㎡에 지하 5층, 지상 15층, 전체면적 17만4천716㎡ 규모로 건립됐으며, 경기북부 의료기관 중 최대 규모의 902병상을 갖췄다.
31개 진료과와 심혈관, 로봇수술, 뇌 신경, 척추관절, 소화기, 여성, 난임, 내분비 등 8개 전문 진료센터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