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남 칼럼] ESG경영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21-05-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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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뿐 아니라 정부·지자체·공공기관도 추진해야

국가ESG위원회 설치해 범부처 정책 펼쳐야

 

[문형남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ESG경영에 입문한 중소기업은 S부터 먼저 챙겨라", “ESG경영은 E에서 S, 그리고 S에서 G로 발전하고 있다”. 이는 최근 유력 경제단체의 ESG포럼에서 나온 전문가의  말이다. 그리고 다른 전문가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런 말에 공감하시는지? 이 말들이 옳다고 생각하시나요?

ESG와 ESG경영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ESG의 뿌리인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ESE)과 지속가능발전목표(SDG)부터 이해를 해야 한다. 필자는 2010년에 (사)지속가능과학회를 공동 창립해 11년 이상 지속가능성과 ESG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그런데 ESG가 핫 이슈가 되면서 ESG에 대한 기사, 정보, 책자 등이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대부분 부분적인 시각으로 보거나 일부 틀린 내용도 적지 않아서 그중 일부를 지적하고자 한다.
우선 ESG가 뭔지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식으로 ESG를 부분적으로 또는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를 직역해서 환경·사회·지배구조라고 하는데,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는 ESG는 환경·책임·투명경영이라고 하는게 맞다. ESG경영은 ESG를 기준으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이 평가 결과에 따라서 그 기업에 대한 투자 여부를 결정하기도 한다. ESG는 규제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다지는 것이다.

ESG에서 E(Environmental)는 친환경·환경보호를, S(Social)는 사회(Society)가 아닌 사회적 책임을, G(Governance)는 지배구조만이 아니고 지배구조를 포함한 윤리경영·투명경영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ESG는 환경·사회·지배구조가 아닌 환경·책임·투명경영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다. 특히 사회와 지배구조는 일반인들이 들으면 뭔지 이해가 어렵다. 그러나 책임과 투명경영이라고 하면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SG경영에서 S부터 먼저 챙겨라", “ESG경영은 E에서 S, S에서 G로 발전하고 있다”는 말은 ESG 이전의 뿌리인 지속가능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최근의 ESG 동향만을 피상적으로 이해한데서 나온 오류라고 생각한다. S부터 먼저 챙기는 건 결코 ESG경영이 아니다. E를 챙기는 건 환경경영이고, S를 챙기는 건 사회적책임경영이고, G를 챙기는 건 윤리경영·투명경영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경영과 사회적책임격영 및 투명경영을 3대 축으로 해서 균형있게 세 가지를 다 챙기는 것이 ESG경영이다. 세 가지 축 또는 기둥 중에 어느 한두 가지가 길면 쓰러지게 된다. ESG경영을 하겠다는 기업에게 사회적책임경영이나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건 잘못된 어드바이스이다.

ESG경영의 대상을 좁게 보면 주식회사 등 민간기업만 해당된다. 그래서 G를 지배구조라고 하고 주주구성 등을 본다. 이는 ESG경영을 근시안적으로 본 것이고, ESG경영의 대상은 확대 해석해서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및 공공기관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기획재정부가 공공기관 평가에 ESG경영을 포함하겠다고 해서 공공기관들이 ESG경영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다행이다. 그러나 산림청을 제외한 각 부처들과 지자체들은 아직 ESG경영을 해야 된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2016년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4차산업혁명’이 소개된 이래 5년여 동안 4차산업혁명의 물결이 거세게 일었는데, 올해 들어서는 전세계적으로 ‘ESG’ 물결이 4차산업혁명의 물결을 능가할 정도로 강하게 일고 있다. 4차산업혁명과 ESG의 관계는 어떻게 봐야 하나, ESG에 대한 해석이 제각각인데 어떻게 봐야 하나, ESG의 대상은 기업뿐인가, ESG는 지나가는 유행인가 아니면 언제까지 갈 것인가 등 독자들의 ESG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드리고자 한다.

4차산업혁명과 ESG는 우리가 살아가는 상당 기간 지속될 두 가지 큰 트렌드라고 생각한다. 4차산업혁명은 우리가 앞을 향해 나아가는데 필요하고, ESG는 앞만 보지 말고 옆을 보면서 나아가라는 것이다. 어떤 전문가는 언론 인터뷰에서 ESG는 5년 후에는 사라지고, 그후에는 새로운 게 나타날 거라고 했다. 필자는 이 말에 결코 동의하지 않는데, 4차산업혁명과 ESG는 최소 20~30년은 갈 거라고 생각한다.

20~30년쯤 후에는 5차산업혁명이 올 거라는 예측에는 동의를 한다. ESG는 표현이 조금 바뀔 수는 있지만, 그 내용과 취지는 수십 년 이상 아니 수백 년 이상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속가능성(ESE)에서 지속가능발전(SDG)을 거쳐 현재 ESG가 대세이지만, 내용의 핵심과 큰 흐름의 바뀌지 않았다. 그래서 수십년 후에 ESX(여기서 X는 미지의 단어를 의미함)라는 신조어가 등장할 수도 있지만 그 뿌리와 취지는 큰 변함없이 진행될 것으로 생각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기업용 ESG 평가모델을 만들겠다고 하고, 중소벤처기업부는 중소기업용 ESG 평가모델을 만들겠다고 한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의 ESG경영을 챙기겠다고 한다. ESG 평가모델은 표준모델을 만들 수는 있으나 민간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 정부가 ESG 평가의 표준모델을 만들어서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ESG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하는 것을 간과한 것이다.

지난 3월 17일 제48회 상공의 날 축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를 ESG경영 확산의 원년으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ESG경영은 피할 수 없는 국가적 과제다. 정부가 ESG경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좋은데, 동시에 각 정부기관들도 ESG경영을 도입해야 한다. 대통령 직속으로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만든 것처럼 국가ESG위원회를 만들어서 ESG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게 해야 한다. 여기서 콘트롤타워는 통제기관이 아니라 말 그대로 관제탑처럼 조정하는 기관이어야 한다. 대통령 직숙 국가ESG위원회를 설치해서 범부처 ESG 정책을 펼치고, 민간의 ESG 추진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문형남 필자 주요 이력

△성균관대 경영학 박사 △매일경제 기자 △대한경영학회 차기회장 △K-헬스케어학회 회장 △한국AI교육협회 회장 △웹발전연구소 대표이사 △국가ESG연구원 원장 △(사)지속가능과학회 공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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