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춘 칼럼] 부익부 빈익빈 ..코로나가 세계를 찢어놓네

2021-05-3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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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코로나19에 대한 대응능력에 따라 국별 경제회복에 격차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필자가 소속되어 있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는 매년 세계경제전망을 발표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무역, 투자, 국제거시금융, 개발협력, 지역연구를 수행하는 국책연구기관으로 세계경제를 지역별로 분할하여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인프라 덕분에 세계경제의 흐름과 향후의 방향성을 전망할 수 있는 기본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최근 데이터를 기반으로 2021년 수정전망치를 제시하였다. 금번 수정전망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회복세에 격차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인플레이션이라는 새로운 위협 요인을 제시하고 있다.
2021년 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선진국 성장률이 신흥국 성장률을 일부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매우 이례적이다. 선진국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 6.6%, 유로지역 4.4%, 영국 6.0%, 일본 3.0%인 반면 신흥국은 중국 8.6%, 인도 9.0%, 아세안5 4.1%, 러시아 3.3%, 브라질 3.0%이다. 중국과 인도를 제외하고는 신흥국의 성장세가 미국과 유럽보다 더 낮다. 인도는 코로나 19 확산세가 지속될 경우 현재의 전망치를 달성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아세안5와 브라질은 작년 11월 전망치를 오히려 하향조정한 반면, 미국과 영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오히려 대폭 상향조정하였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격차가 발생하는 첫째 이유는 코로나 19 대응역량이다. 미국과 영국이 대표적인 사례로, 이들 국가에서는 코로나 백신 보급과 더불어 경제활동의 자유도가 크게 증가하였다. 소비와 고용이 회복되기 시작하였고, 교역량도 크게 증가하였다. 당연히 성장률도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중에서 백신 보급이 저조한 일본의 성장전망치가 가장 낮은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중국은 백신접종 범위가 확대되면서 서비스업의 회복세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고 고용여건도 개선되면서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인도는 신규 확진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고 아세안 국가들은 백신접종 지연(말레이시아), 3차 확산(태국) 등이 나타나고 있다. 러시아 또한 백신접종 지연이라는 하방위험에 직면해 있고, 브라질에서도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다.
정부의 자금동원능력에도 격차가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작년 12월에 9000억 달러 규모의 5차 경기부양책을 시행하였고, 바이든 신정부도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구제계획(American Rescue Plan)’을 실시했으며 인프라 투자를 포함한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일자리계획(American Jobs Plan)’, 1조8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가족계획(American Families Plan)‘을 발표하였다. 우리나라 GDP의 4배에 가까운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재정지출을 시행하거나 향후 시행할 계획인데, 이렇게 돈을 쏟아붓고서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유럽도 EU의 재정준칙 적용을 유예시키면서 확장적 재정정책을 시행하고 있는데, 경제회복기금(Next Generation EU) 3900억 유로 중 70%가 올해와 내년에 집행될 예정이다. 반면 신흥국 정부는 재정지출 여력의 한계에 점차 봉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지방정부의 재정적자 확대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브라질도 재정건전성 정책을 지속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번 세계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가 지적한 또 하나의 세계경제 위협요인은 바로 인플레이션이다. 미국을 포함한 OECD 전체의 통화량(2021년 1월)은 작년 동월 대비 3배(M1 기준), 20%(M3 기준) 증가하였다. 미 연준은 평균물가안정목표제를 도입하면서 현재의 인플레이션에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있다. 정책이 실기할 우려가 있다. 2020년 4월 마이너스로 전환된 미국의 1년 후 인플레이션 기대는 2021년 4월 기준 1.7%까지 급등하였다. 미국의 경기회복 가속화에 따라 유효수요가 늘어나면서 임금수준이 상승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원자재 가격 상승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 인플레이션이 심화된다면 통화당국은 돈줄을 죌 수밖에 없다. 금리상승이 우려되는 것이다. 미국발 금리인상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충격과 공포를 안겨줄 것이다.
신흥국은 바로 인플레이션과 자본유출이라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금리상승을 촉발하고 내외 금리격차의 확대는 재정이 취약한 신흥국에서 자금유출을 가속화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미리 예상한 신흥국 정부는 선제적으로 금리를 올리고 있다. 브라질은 이미 기준금리를 인상했으며, 러시아 또한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재정동원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금리조차 올려야 할 상황이 된 것이다. 이러하니 선진국과 신흥국 간에 경제회복력이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선진국과 신흥국 간 양극화와 더불어 국가 내에서도 양극화가 중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저임금·저숙련·대면 서비스업 종사자와 고임금·고숙련·비대면 서비스업 종사자들 간 격차가 확대되면서 세계적으로 정치·경제적인 불안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코로나가 발생하기 이전 세계경제는 신흥국이 선진국보다 더 빨리 성장하면서 격차가 줄어드는 수렴현상을 기본적인 특징으로 하고 있었다. 코로나는 세계경제의 이러한 기본적 방향성조차 수정하고 있다. 코로나가 물러가면 세계경제는 과거의 수렴경향으로 회귀할 것인가? 그렇게 낙관만 할 일은 아닐 수 있다. 코로나는 이미 진행되고 있던 경제의 디지털화를 극적으로 가속화시켰기 때문이다. 또한 미·중 경쟁이라는 새로운 변수는 미국의 자국중심주의, 나아가 선진국들 간의 결속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 클럽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잘 적응하는 나라는 더욱 흥할 것이지만, 그렇지 못한 나라는 퇴보할 수 있다. 양극화가 개인이나 기업들 간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간의 문제이기도 한 시대를 우리는 살아가야 할지 모른다.
 


정성춘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學) 경제학연구과 경제학 박사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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