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활동에 참여하는 고령층 노동자의 비중이 하락하고 있다. 이들이 노동시장에서 영구적으로 이탈할 경우 잠재성장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의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에서 노동을 하고 있거나 구직활동을 하는 만 5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지난 2월 기준 38.3%로 코로나19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지난해 2월보다 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약 145만명의 만 55~64세 인구가 구직활동을 포기하고 비경제활동인구로 전환됐음을 의미한다.
고령층 노동자가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이유는 건강상의 위험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자 중 만 50~64세의 사망률은 만 30~39세 사망률의 9배에 육박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고령층 노동시장 이탈자들의 대부분이 조기퇴직을 선택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더라도 향후 경제활동인구로의 전환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지적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에 따르면 조기퇴직을 선택해 생산가능인구에서 이탈한 노동자 비중은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말 18.5%에서 2020년 말에는 19.3%까지 상승했다. 2020년 말 기준 조기퇴직 노동자 수는 240만명으로 2019년 말의 2배에 달한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미국 경제학자인 리디아 부수르(Lydia Boussour)는 "은퇴를 결심한 노동자들이 노동력으로 돌아올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고령층 경제활동참가율 하락 중 일부는 영구적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출산율이 하락하고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고 있는 상황에서 조기퇴직자의 증가는 잠재성장률 저하와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WSJ은 고령층 노동자의 숙련도나 전문지식이 중장년층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전수되지 못하는 경우를 지적했다.
또한 조기퇴직자 중 충분한 노후자금을 보유하지 못한 상당수는 사회안전망에 의존하게 되며, 이는 재정수지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코로나19로 사라진 일자리는 저임금 업종에 집중돼 있다. 미국 연준 자료에 따르면 소득 하위 50% 가구가 퇴직연금에 가입한 비중은 2019년 말 기준 40%를 밑돈다.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려는 경우도 재취업의 벽은 높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55~64세 근로자의 평균 실직 기간은 지난 2월 기준 32.5주로 전체 근로자 평균인 27.2주를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 2월 평균 실직 기간 25.9주에서 급격히 증가한 수치다.
전미은퇴자협회(AARP)의 설문조사에서 40~65세 실직자 중 절반 이상이 나이가 구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미국의 고령층 노동시장 조기이탈 현상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 고령층 노동자의 노동시장 조기이탈 확대에 따른 잠재성장률 둔화와 생산성 저하 우려는 고령층 노동자를 대상으로 건강관리체계를 강화하고 산업구조에 맞춰 고령 실업자 대상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