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보경 칼럼] (7) '세상 나쁜' 공매도, 적어도 한국에선 그렇다

2021-05-23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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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보경 회장] 



주식거래는 본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으로 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식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에서는 신용융자를 통하여 주식을 추가 매입할 수도 있으며, 주식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특정기업의 주식을 빌려 매도하고 주식가격이 하락했을 때 재매입하여 빌린 주식을 상환하는 공매도를 통해서도 주식거래에 참가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투자대상기업에 대한 미래가치를 예측하는 것과 해당기업의 주식을 사는 시점과 가격 그리고 파는 시점과 가격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주식시장에는 이러한 행위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으며, 혹자는 투기와 주가 조작이 주식시장을 활발하게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이다.

공매도(Short Selling)는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특정기업의 주식을 대여하여 팔고, 나중에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다시 매입하여 대여한 주식을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공매도의 기원은 17세기에 대거 설립된 동인도회사와 서인도회사에서 찾을 수 있다. 식민지를 개척하거나 식민지에서 대량의 금, 은 등이 발굴되었다는 정보가 퍼지면서 이들 회사의 주가는 치솟는다. 하지만 금은보화를 싣고 오던 배가 침몰했다는 소식이 퍼지면 주가는 폭락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를 가장 먼저 입수한 사람은 공매도를 통해 엄청난 이익을 취할 수 있다. 때문에 전세계에 정보 유통망을 확보하고 있는 국제투자금융가들은 엄청난 주가차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특정기업의 중요정보를 왜곡하거나 인위적으로 정보를 조작해도 주가차익을 얻을 수 있는데, 실제로 동인도회사의 주가를 폭락시키기 위해 사용된 사례도 있다. 이들은 동인도회사에 투자한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빌려 나중에 되돌려주기로 계약을 맺고, 빌린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하면서 금은보화를 가득 싣고 돌아오던 배가 침몰했다는 유언비어를 대량 유포해 주가를 폭락하게 만들어 엄청난 주가차익을 얻었다. 공매도는 주가를 조작하여 주가차익을 얻기 위해 처음 사용되었으며, 공매도를 이용한 주가조작사기는 아직도 비일비재하게 사용되고 있는 수법이다.

공매도의 성패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정보다. 때문에 공매도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해당기업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에 가장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한국의 투자가들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부족하다. 정보 접근성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공매도로 투자이익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국제투자금융전문가들의 행동을 추종하는 것뿐이다. 전세계 정보를 장악하고 있는 국제투자금융전문가들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이다. 법률로 정보의 공정성을 위하여 내부자거래금지규정을 마련해 놓고 있지만 국제투자금융전문가들을 내부자로 처벌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금융감독기관들 또한 불법적 공매도를 처벌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도 부족하고, 법적으로도 처벌조항을 갖고 있다고 하지만 매우 허술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의 주식시장은 공매도 경험이 풍부한 외국계 공매도 전문가들의 놀이터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공매도는 외국계 공매도 전문가들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 M&A시장에서도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M&A(인수합병·Mergers, Acquisitions and Divestitures)는 기업을 성장시키는 데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유용한 경영전략이다. 하지만 M&A를 사기성 투기차익을 얻기 위해 기업을 망가트리는 데 사용하는 하이에나와 같은 존재들이 있다. 지하경제에서 고리대금업에 종사하던 사채업자들이 M&A시장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이다. 사채업자들은 M&A시장을 교란하는 공매도의 달인들이다. M&A자금을 빌려준 사채업자들은 대부분 공매도를 활용해 엄청난 돈을 별도로 챙긴다. 사채업자들은 누구보다도 해당기업의 악재 정보를 빨리 파악할 수 있다. 해당기업의 내부자가 아니기 때문에 내부자거래로 처벌하기도 쉽지 않다. 이들은 M&A자금을 빌려줄 때 담보로 맡은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고, 그 주식이 폭락하면 헐값에 다시 매수하여 M&A자금을 상환할 때 돌려준다. 이들은 이를 공매도라 하지 않고 주식담보 하이로(High-Low)라고 한다. 하지만 방식은 공매도와 같다. 만약, M&A에 필요한 자금을 빌려준 사채업자들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지배주주의 주식을 담보로 잡고 공매도를 한다면 그 회사는 100% 망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사채업자들에게 M&A자금을 빌려 인수한 상장기업의 대부분은 횡령, 배임 행위가 발생하고, 먹튀를 하고, 상장이 폐지되는 것이다. 지금도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가지고 있는 대주주들이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차입하고 있다. 그만큼 사채업자들이 공매도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적대적 M&A시장은 공매도 세력이 개입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장이다. 그 이유는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위해 주식을 대량 매집하는 과정에서는 실질적 기업가치 이상으로 주식가격이 치솟아 오르지만 경영권 분쟁이 끝나면 주식가격이 폭락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적대적 M&A에 의한 경영권 분쟁으로 주식가격이 폭등하는 경우 공매도를 시도하면 폭등하는 주식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고, 적대적 M&A가 종료되어 주가가 하락하면 저가에 주식을 매입하여 상환하면 위험이 낮은 상태에서 높은 차익을 거둘 수 있다. 때문에 경영권의 판세를 설계할 수 있는 정도의 뛰어난 M&A전문가들은 적대적 M&A를 가장하여 주가를 조작하고 공매도를 활용하여 차익을 실현할 수 있는 전략을 만들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공매도가 주가조작을 하기 위해서만 사용되는 것은 아니다.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의 가장 큰 순기능은 특정기업에 대한 주가의 버블을 억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악용될 경우에는 부작용이 매우 심각하게 나타난다. 미공개정보를 공매도에 이용하여 부당이득을 얻는 행위, 시간외 대량매매 정보를 활용한 공매도를 통해 부당이득을 얻는 행위, 대량의 공매도 호가를 이용하여 시세 하락에 영향을 주는 행위, 공매도의 업틱룰 규정(Uptick Rule Regulation)을 회피하기 위해 차익거래(Arbitrage Trading) 또는 헤지거래(Hedge Trading)로 시세를 하락시키는 행위 등은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공매도에 대해 정확한 지식이 없는 사람들은 주식시장에서의 공매도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채권, 외환, 파생상품 등 모든 거래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 가격이 급등하면 다른 한편에서는 공매도 세력이 활동을 개시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공매도 세력은 거래를 체결한 후에는 악재성 정보를 퍼트려 부당이득을 얻는 것은 물론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방법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일반투자자들은 공매도한 종목만 주가가 하락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공매도에 의해 대형주 주식가격이 떨어지기 시작하면 다른 주식들도 공매도를 우려해 연쇄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발생한다. 또한 공매도 세력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내부자거래에 해당되지 않기 위해서는 해당회사의 임직원이 아니거나 회사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수령하지 않으면 된다. M&A자금을 빌려주는 사채업자들은 내부자로부터 정보를 수령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주식가격을 조정할 수 있으며, 내부자가 모르는 정보까지도 만들어 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 공매도 또는 공매도를 악용한 주가조작행위가 만연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교란되고 붕괴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성보경 필자 주요 이력

△DBL(Drexel Burnham Lambert) 전략무기분야 M&A팀장 △리딩투자증권 M&A본부장 △우리인베스트먼트 회장 △세종대학교 주임교수 △(사)한국말산업중앙회 부회장 및 말산업클러스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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