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천루의 저주] 삼성동 GBC, 전주 익스트림 타워…무너진 '마천루의 드림'

2021-05-20 07:00
  • 글자크기 설정

하늘에 닿고 싶은 인간의 욕망...건축물에 투영

초고층 건물은 국가 랜드마크...건물 높아질 수록 기업 가치 올라갈까

[사진=국내 최고층 높이인 롯데그룹의 롯데월드타워. 아주경제 DB]


'하늘에 닿는 집'

초고층 건물로 불리는 마천루를 일컫는 말이다.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초고층 건물이 해마다 늘고 있다. 지역 경제성장에 따른 인구 증가가 가장 직접적인 원인으로 거론된다. 초고층 건물은 지역을 넘어 국가의 랜드마크로 불리지만, 마천루를 완성한 기업은 늘 악재에 시달려왔다. '마천루 저주'에 얽힌 기업의 스토리와 글로벌 트랜드를 짚어봤다.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옛 한국전력 부지(7만 4148㎡)에 신축하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를 당초 569m 높이(105층)의 국내 최고층 건물로 짓는 방안에서 50층 건물 3개 동으로 설계를 변경하는 방안으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최고층 건물을 짓는다는 상징성을 포기하고 실용적인 선택을 했다는 평가다. 

당초 현대차는 GBC 타워를 오는 2026년까지 지상 115층(571m) 타워 1개 동과 숙박·업무시설 1개 동, 전시·컨벤션·공연장 등 5개 시설로 조성할 계획이었다. 2014년 감정가의 3배가 넘는 10조 5500억원에 이 부지를 사들인 것도 현대차 통합사옥을 대한민국 랜드마크로 만들려는 목적 때문이다. 그러나 최고 층수는 2014년 115층에서 2015년 105층으로 하향된 뒤 올해엔 다시 50층으로 한번 더 낮춰졌다. 회사 측은 70층짜리 2개동과 50층짜리 3개동, 2개의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다 50층으로 기운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가 GBC의 설계 변경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이유는 실리를 중시하는 정의선 회장의 사업 추진 방식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건축물은 높이가 높아질수록 공사기간이 길어지고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에 50층 건물 3개 동이 안정성이나 사업 활용성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는 것이다.

건물 높이에 따른 공군부대의 작전제한, 삼성동 봉은사의 일조권 침해 논란 등도 부담스러웠다는 배경이다. GBC 높이가 260m 이상이면 공군에 레이더 비용을 대납해야하는데, 50층이면 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업계는 GBC 설계 변경안에 따라 층수를 낮춰 2~3개동으로 짓게 되면 최대 2조원 정도의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주에서도 470m높이의 '익스트림 타워'개발 계획이 3년 만에 본궤도에 올랐다. 익스트림 타워는 전북도청 청사 옆에 있는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에 들어선다.

부동산 개발업체 자광이 2017년 2000억원에 이 땅을 매입해 153층(470m) 높이의 익스트림 타워를 건축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는데 약 4년간 표류하던 계획이 최근 정상 궤도에 올랐다. 자광은 총 사업비 2조5000억원을 투입해 익스트림 타워에 3000가구 주거단지, 호텔, 백화점, 복합 컨벤션센터 등으로 개발할 방침이다. 

옛 대한방직 부지는 전체 23만565㎡(6만9700평) 중 자광이 21만6464㎡를, 나머지는 전북도와 전주시가 각각 6228㎡, 7873㎡씩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부지가 개발되려면 자광측의 도유지 및 시유지 매입이 선행돼야 한다.

전주시는 자광의 계획이 전주시 도시계획조례에 맞지 않고, 시의 장기적인 개발정책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며 반려했다.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특혜 논란과 자광 기업 규모에 맞지 않는 공사비 규모도 논란이 됐다. 이에 시는 시민공론화위원회를 구성했고, 위원회는 최근 전체 부지 중 토지 40%(9만2천226㎡)를 기부채납해 개발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익 환수를 제안했다. 자광 측도 이를 받아들여 사업제안서를 다시 제출하기로 했다.

초고층 건물은 국가의 경제적 부흥과 지역경제 활력의 상징이다. 초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그 지역은 일자리 창출, 상업의 활기, 인구의 유입 등 경제적 대변혁을 겪는다.

건물을 올린 기업의 경우 고도의 건축 기술을 갖췄다는 상징성도 갖는다. 때문에 마천루의 경쟁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국토교통부의 '2019년도 전국 건축물 현황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50층 이상 초고층 건물은 모두 113동이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123층, 높이 555m), 부산 해운대 엘시티더샾(101층, 411m) 등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초고층 건물은 복잡한 내부 통로, 광범위한 이동거리 등 구조적 특성으로 안전성에는 취약하다. 수직공간인 탓에 인구밀도가 높아 위험한 상황이 발행할 경우 저층 건물과 달리 심각한 인명피해와 물적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도 높다. 고층 건물 운영에 필요한 사물인터넷(loT) 기술은 전력중단과 사이버 해킹이 발생하면 테러 대상이 되는 등 문제가 확대될 수도 있다.

구조적 특성으로 인한 통풍 및 환기의 부족, 초고층 건물이 반사하는 빛으로 인한 눈부심과 기온 상승 등은 지역사회의 고질적 병폐다. 실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경우 초고층 건물의 빛 반사로 인해 인근 주민들이 소송을 다수 제기했다. 외국에서도 초고층 건물을 둘러싼 분쟁은 많다. 영국에서는 최근 고층 건물에서 반사된 태양광이 주차된 검은색 승용차들의 플라스틱 마감재를 녹이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기업 내부에서는 '마천루의 저주'를 우려한다. 마천루를 완성한 기업은 대내외적 악재에 시달린다는 일종의 징크스다. 롯데그룹의 경우 2016년 잠실에 123층 높이의 롯데월드 타워를 짓고 난뒤 '형제의 난', '사드', '코로나19' 등 트리플 악재가 겹쳤다. 경남기업 역시 베트남 하노이에 최고층 높이의 '랜드마크72'(350m)를 세운 뒤 글로벌 경영위기와 맞물린 대규모 미분양으로 상장폐지라는 아픔을 겪었다. 특히 자원개발 비리와 비자금 조성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던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은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