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 백신 조속한 양산체제 구축을

2021-05-17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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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이사장]


미국 조 바이든(Joe Biden) 대통령은 지난 5월 5일 백악관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그렇다(yes)”라고 답했다. 미국의 무역대표부(USTR) 캐서린 타이(Katherine Tai) 대표도 이날 성명을 통해 “코로나 대유행을 종식하기 위해 백신에 대한 보호 면제를 지지한다”라며 바이든 대통령의 의지를 확인한 데 이어 블룸버그(Bloomberg)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세계무역기구(WTO)에서 그걸 실현하도록 하는 데 필요한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강조했고, 세계보건기구(WHO)는 즉각 환영 성명을 내놨고 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Tedros Adhanom Ghebreyesus) 사무총장도 트위터에서 “백신 지재권 면제에 대한 조 바이든과 USTR의 지지는 세계 공중보건 위기를 바로잡기 위한 리더십을 보여주는 강력한 사례”라고 환영의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스푸트니크V’ 백신을 개발한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을 비롯해 백신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국가들도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같은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지식재산권 효력을 일시 중지하는 이른바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 지지에 따라 백신 생산 확대를 담보할 중요한 돌파구를 열고 백신 배분 공평을 확보할 확실한 실마리를 찾게 됐다. 이는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 협정(TRIPS)’이 규정하고 있는 20년 동안 특허권 보호를 일시 유예하여 코로나19 백신 부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제약사가 특허권 행사를 포기하고 한시적으로 풀어 다른 나라의 복제약 생산을 허용하자는 구상으로 두 손 들어 환영하고 반길 일이다.
관건은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화이자(Pfizer), 모더나(Moderna), 아스트라제네카(AZ) 등 다국적 거대 제약사들의 태도다. 이들은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가 선례로 남는다면 다른 특허 의약품에 대한 복제약 허용 요구도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충분히 이해되고 남을 뿐만 아니라 신약 개발 등을 위한 지식재산권은 당연히 존중되어야 한다. 다만 지금은 대재앙의 시기다. 이들 제약사가 백신을 계속 독점한다면, 인류가 ‘코로나 대재앙’에서 벗어나는 것은 요원할 뿐만 아니라 불가능에 가깝다. AP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에 배포된 코로나19 백신 7억회분 가운데 87%는 일부 부국들의 몫으로 돌아갔다. 고소득 국가에서는 4명 중 1명이 백신을 맞았지만, 중·저소득국에서는 50명 중 1명에 불과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주도의 공동 구매기구인 코백스(COVAX)를 통해 공급받고 있지만, 부족한 물량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추세라면 빈국(貧國)은 2023년까지도 집단면역을 기대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접종을 완료한 부국(富國)의 집단면역 효과도 장담할 수 없다. 빈국(貧國)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에 다시 감염될 우려가 있고, 지구촌의 코로나 경제위기도 지속될 수밖에 없게 된다.

미국의 대표적인 싱크탱크 중 하나인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에 의하면 미국, 영국, 유럽연합(EU) 등 백신 개발국가만 백신을 접종한다면 국내총생산(GDP)이 전 세계적으로 1조2320억 달러(약 1478조원), 미국은 1270억 달러(약 152조4000억원)가량 줄어들지만, 중위 국까지 백신 접종을 확대하게 되면 GDP 감소액이 전 세계적으로 1530억 달러(약 183조6000억원), 미국은 160억 달러(19조2000억원)로 축소된다고 한다. 부국(富國)의 생존을 위해서도 지재권 면제를 통한 백신 양극화 해소가 필요한 이유다. 따라서 특별한 시대 상황임을 인식하고 '이익과 이윤의 논리'를 넘어 '연대와 협력의 정신'으로 대재앙을 극복해 나가야 할 때다. 결국 다국적 제약사들이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면제'에 동의하고 기술을 이전해야만 전 세계가 백신 부족 사태를 빠르게 극복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백신(Vaccine)은 신체의 면역계가 이전에 접촉하지 않은 전염병을 인식하고 싸우는 데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모든 백신의 면역 원리는 인체를 항원에 미리 노출시켜 면역반응을 촉발, 면역성을 획득하는 데 있다. 항(抗)바이러스 백신을 얻는 데는 △바이러스 자체 △바이러스 벡터 △핵산 △단백질을 활용한다.

현재 접종 중인 코로나19 백신은 개발방식에 따라 우선 검증된 기존의 바이러스가 세포를 침식해 들어간 다음, 세포의 단백질 생산 능력을 이용해 다시 자신을 복제하는 원리를 이용, 목표 항원을 다른 바이러스를 운반체(Viral vector)로 유전자를 재조합하는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 등의 ‘아데노바이러스 벡터(Adenovirus-vector 백신’과, 신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단백질 또는 단백질 생성 방법을 세포에 가르쳐 특정 바이러스에 노출되었을 때 이에 대한 항체를 형성하도록 유도하도록 하는 화이자(Pfizer), 모더나(Moderna), 바이오앤테크(BioNTech), 큐어백(CureVac) 등의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으로 나뉜다.

이러한 백신은 여러 단계의 테스트를 거쳐 안전하며 잘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1단계는 백신이 안전한지 확인하고 면역반응을 일으키는지 실험하기 위해 수십명의 건강한 성인 자원봉사자를 상대로 백신을 먼저 투여해 안전성을 매우 면밀하게 모니터링한다. 2단계로는 백신을 미성년자와 노인을 포함한 수백명에게 시험하고 면역반응을 더욱 자세히 연구,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3단계는 백신을 수천 명에게 테스트하여 질병에 걸리지 않도록 보호하고 부작용도 지속해서 관찰한다.

이렇듯 공장에서 빵을 만들거나 물건을 생산하는 것처럼 간단하지 않다. 먼저 발견 및 전임상 단계에서 연구원들은 유기체에 대한 백신을 만드는 제일 나은 방법을 실험실에서 연구하고 동물을 상대로 시험하고, 이어서 임상 단계에서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앞서 본 3번 이상의 철저한 검증 단계를 통과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백신 공급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특허가 공개된다고 해도 지재권 면제 범위가 워낙 넓고 제조 공정 축적기술도 복잡해 실제로 백신을 생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 또한 자체 생산보다는 기술이전을 받거나 위탁 생산(CMO)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전망 등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직은 논란이 분분(紛紛)하지만 만약에 백신 지재권 보호 유예가 현실화된다면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우리나라에서도 즉시 제조시설을 갖춰 생산할 수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노바백스와 코로나19 백신 기술이전 계약을 맺고 경북 안동 공장에서 시범 생산 중이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모더나(Moderna)는 인천 송도 공장에서 모더나(Moderna)가 개발한 mRNA 백신의 완제(병입) 단계 위탁생산(CMO)을 맡기로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따라서 SK바이오사이언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한미약품, GC녹십자 등 백신 생산시설을 갖추고는 있거나 어느 정도 완제품까지 만들 수 있는 업체를 엄선하여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서둘러 양산체제를 구축할 것은 물론 기술력 향상과 인프라 구축에도 최선의 지원 노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때마침 오는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 방미 순방단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김기남 삼성전자 부회장뿐만 아니라 존 림 삼성바이오 대표,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대표도 함께 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호승 청와대 정책실장은 지난 5월 12일 “한·미 정상회담의 주된 논의 의제 중 하나가 한·미 간 백신 파트너십”이라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미국은 백신에 대한 원천 기술과 원부자재를 갖고 있고 한국은 세계 2위 수준의 바이오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두 개를 결합하면 한국이 백신 생산 글로벌 허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차제에 충분한 백신 확보는 물론 직접 생산이든 위탁 생산(CMO)이든 조속한 양산체제 구축을 서둘러야만 한다.

미국 상원에서 지난 5월 13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환영하는 초당적 결의안이 발의되는 등 모처럼의 고무된 분위기를 잘 활용하여 한·미 양국 간의 정치·외교·경제·국방·문화 등의 획기적인 진전, 특히 백신 외교의 성공적인 성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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