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성을 높이자 하면 새마을운동 정도의 옛날 슬로건이나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해석되어 근로자들을 압박하는 부정적인 의미로 오해하기 쉽다. 그러나 경제가 성장하고 더 잘 살려면 생산성은 무조건 높아져야 한다. 노동시간을 늘이거나 과잉생산 투자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노동과 자본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요소간 연계와 질을 높이는 전반적 생산성, 즉 총요소생산성(Total Factor Productivity, TFP)이 높아져야 한다.
우리나라에는 생산성 문제를 담당하는 생산성본부(KPC)가 있다. KPC는 노동과 자본 등 투입 자원과 총요소생산성 등에 관한 국제적 비교 연구를 하고 있다. KPC의 2019년 추계에 따르면 2001~2017년 기간에 우리나라의 총요소생산성의 경제성장에 대한 기여는 19.1%인데 비하여 미국 34.5%, 일본 50.0%, 독일 59.4% 등으로 분석되었다. 다시 말해 우리의 전반적 생산성은 미국의 1/2, 일본의 1/2.5, 독일의 1/3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일본을 넘어 세계 톱 그룹으로 도약하려면 반드시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KPC는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노동과 자본 등 양적 요소 투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질적, 효율적 성장을 의미하는 총요소생산성 향상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 경제의 변화와 한국 경제의 대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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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는 우리의 내수 규모를 넘는 생산력으로 세계 수출 시장에서 경쟁하고 성장해 왔다. 그 성과는 세계 10등 안에 드는 무역 규모, GDP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경제, 사회 각 부문의 글로벌 스탠다드를 벤치마킹하여 우리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 왔다. 우리의 수출은 2019년 –10%, 2020년 –6%를 기록하였다. 2019년의 10% 감소를 감안하면 2020년 6% 감소는 2018년 대비 15%의 감소와 같다. 모든 나라가 마찬가지가 아니냐고 반문할지 모르지만 코로나로 말미암은 무역의 감소와 세계 경제의 분절화(Segmentation)는 경쟁국보다 상대적으로 대외 비중이 높은 우리에게 특별한 타격을 주고 있다. 특히, 생산성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하다.
수년내 극복될 코로나 이후에 세계 경제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할 것은 분명하다. 여러 변화 중에서 세 가지에 주목하고자 한다. 첫째, 선진국의 생산성이 증가될 것이다. 1918~1920년간 세계 인구 5천만명의 소중한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이 지나간 이후 세계는 생산성 향상의 시대를 맞게 되었다. 제1차 세계대전과 맞물려 노동력이 감소한 반면 설비투자가 늘어나 1인당 자본집약도가 높아지고 그에 따라 생산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코로나 시대 이후에도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스페인 독감처럼 인명의 손실 때문이 아니라 원격근무와 자동화 투자에 따른 새로운 근로, 생산방식의 도입은 급격한 노동력의 수요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현재 원격근무를 적용받고 있거나 자동화 투자가 진행되는 분야는 사회와 경제의 디지털화로 인하여 조만간 일자리를 위협받게 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현재 원격 강의 방식에 의존하고 있는 교육의 현장은 코로나 이후 교육의 방식에 있어 커다한 변화의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둘째, 국제 사회와 경제에 새로운 기술이 도입되고 혁신이 확산될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기술개발 노력은 중단된 때가 없었다. 근대만 보더라도 18세기 산업혁명, 19세기 전기, 20세기 자동차와 비행기,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 보급되기 시작한 컴퓨터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였고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였다. 4차 산업혁명의 상징인 디지털 기술과 인공지능 등의 기술투자 붐에 이어 코로나 백신에 이용된 메신저 RNA(mRNA)가 출현하는 등 그간 선보인 혁신적 기술들이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본격적으로 사회와 생산현장에 활용될 것이다. 이러한 혁신 기술들은 소위 J-curve 효과로서 초기에는 오히려 생산성을 낮출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셋째, 새로운 기술을 가진 기업과 경쟁력을 갖춘 사람 대(對) 그렇지 못한 기업과 사람의 격차는 더욱 커질 것이다. 생산성 향상은 필연적으로 기업의 집중과 사람의 선택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새로운 기술에 적응하는 기업과 경쟁력을 갖춘 사람들은 번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과 사람들은 생존이 급선무가 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
첫째, 생산적인 투자에 힘을 쏟아야 한다.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국가의 자원은 정치적으로 동원되고 지출되게 마련이다. 정치적 득표를 위하여 정치는 소위 플래그십(깃발)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국제대회 유치나 그랜드 사이즈의 시설물을 건설함으로써 정치인의 공적으로 드러내고 다음 선거에 이용하고자 한다. 환경 선진국은 사람의 손으로 자연을 보호(protection)하는 것이 아닌 자연 그대로 최대한 보존(conserve)하는 것이 중점이다. 우리나라의 관광 유적지에는 도로 포장과 펜스는 물론 자연보호헌장 기념비나 홍보역사관이 하나쯤은 설치되어 있다. 이러한 것에는 이해집단과 표가 몰려들고 다음 선거와 연결되고 경쟁적으로 답습되곤 한다. 생산적 투자가 아니기 때문에 생산성과는 거리가 있고 대회가 끝나면 시설물은 덩그러니 유물로 남게 된다. 거기에 투입된 막대한 돈을 생산적 설비 투자(자본재)로 돌렸다면 일자리 창출로 연결될 수 있었을 것이다. 국가의 돈이 자신의 돈이라면 그렇게 쓸 사람은 아무도 없다.
둘째, 사회 전반과 경제에 혁신이 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폐지하여야 한다. 경쟁을 조장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면 진입장벽과 규제를 제로(zero)로 리셋하고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규제만 남기는 방식으로 접근하여야 한다. 규제는 변화를 두려워하는 관습 때문이든지 또는 규제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의 로비에 의해서 좋은 목적으로 포장되어 유지된다. 바뀐 환경에서 과거의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코로나 시대에 나타난 원격근무는 탈서울, 탈도시화를 가속화시켜 현재 우리나라의 가장 큰 현안인 주택문제와 관련 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다.
셋째, 자원과 기술과 경쟁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기업과 사람들을 위한 투자를 늘려야 한다. 자동화 투자, 기술투자 등 노동절약적 투자는 필연적으로 해당 부문의 고용 감소를 가져올 것이다. 일자리의 이동이 생기고 일자리를 잃는 사람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일자리를 잃게 되는 사람들은 거리로 나가게 된다. 이웃나라에 방만 9999개가 있는 고궁에 가본 적이 있다. 텅 빈 방 하나하나에 사람 한명씩 지키고 있었다. 생산적 투자를 하고 그런 사람들이 배치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쉽지는 않겠지만 비효율적인 자원은 효율적인 곳으로 배분되어야 한다. 사람은 줄고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는 코로나 시대에 당장의 빵을 주는 초단기 소비형 복지보다는 이들이 코로나 이후에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기술교육 등을 지원하여야 한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다. 9시에 출근하고 6시에 퇴근하는 형식만을 지켜서는 내일을 기약하기 어렵다. 강도 높은 노력과 자기 연마를 위한 투자가 꼭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닌다고 해서 사람이 스마트하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포스트 코로나를 위한 큰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 내년도 대선은 물론 한국의 미래를 걱정하는 정치인들은 “생산성 향상”을 가장 큰 타이틀로 내세워야 한다. 생산성본부(KPC)의 명칭부터 “생산성 향상 범국민 운동 본부” 정도로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학노 필진 주요 이력
△서울대 경제학과 △텍사스대 오스틴캠퍼스 경제학 박사 △산업통상자원부 부이사관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