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가 한국의 넷플릭스법이라고 불리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준용한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해외 OTT 서비스가 차지하는 모바일 트래픽양이 급증하고 망 안정화 조치가 시급해짐에 따라, 일정 수준 이상 트래픽양을 차지한 해외 OTT 사업자에 망 유지에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최근 동남아시아 지역 공략에 한창인 국내 인터넷 업계도 관련 법 개정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콘텐츠사업자(CP)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인도네시아 정부는 트래픽양 1% 이상을 차지하는 사업자에 망 품질 유지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내용의 가이드라인 도입을 검토 중이다. 이는 국내에서 현재 시행 중인 넷플릭스법과 유사한 내용이다. 글로벌 ICT 시장에서 앞서고 있는 한국의 입법 사례를 인도네시아에서도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에서 빠르게 모바일 트래픽 이용량이 증가하는 나라로 꼽힌다. 인구수는 2억7000만명으로 세계 4위 규모이면서도, 평균 연령이 29세에 불과할 정도로 젊은 인구가 많다. 스마트폰 시장도 세계 5위 규모다. 섬나라라는 지리적 환경 탓에 유선 통신 인프라가 취약하고, 모바일 서비스 활용도가 높은 것도 특징이다.
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펴낸 인도네시아 콘텐츠 시장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인터넷 시장은 2015년 이후 연 평균 49%씩 증가하고 있으며, 2025년까지 1300억달러(한화 146조8000억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디지털 사회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광케이블 네트워크 보급사업과 인터넷 속도 개선 등 통신 인프라 기반 마련에도 적극적이다.
코로나19는 인도네시아의 인터넷 시장과 트래픽 모두 폭발적으로 성장시켰다. 글로벌 네트워크 기업 아카마이(Akamai)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코로나19 확산 직후 인도네시아 인터넷 사용량은 전 분기 대비 73%가 증가했다. 2분기에는 전분기 대비 무려 139%가 늘었다. 트래픽 급증의 배경으로 OTT가 꼽힌다. 인도네시아 인터넷 사용자 중 98%는 OTT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이번 가이드라인 제정 작업은 올해 초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효한 외국인의 직접 투자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담은 '옴니버스법'을 발효한 후의 후속조치다. 옴니버스법을 통해 인도네시아는 각종 통신 네트워크 기반 서비스에 외국인이 지분 100%를 투자할 수 있도록 길을 열었다.
이와 동시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외 OTT 사업자 대상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인다. 인터넷 시장 성장에 힘을 실으면서도, 음란 콘텐츠 확산과 트래픽 폭증 등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옴니버스법의 하위 법령에 해당하는 규정 46호에서 인도네시아 정부는 해외 OTT 사업자들이 통신 사업자와 트래픽 유지와 망 관리에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 취지를 담은 이유다. 또한 해외 OTT 사업자의 전반적인 운영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국내 CP업계도 인도네시아 정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당장 인도네시아 OTT 트래픽에서 한국 사업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는 않지만, 동남아시아 시장 성장세를 고려해 국내 포털 사업자들도 현지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어서다. 쿠팡은 지난해 동남아시아 OTT 서비스인 훅(HOOQ)을 인수하기도 했다. 또 다른 CP업계 관계자는 "현지에서 차지하는 트래픽양이 미미해 직접적인 타격은 없을 전망"이라면서도 "인도네시아 정부의 움직임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