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을줄 모르는 '빚투'…신용대출만 11조8000억원 증가

2021-05-12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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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주·가상화폐 시장 과열로 4월 가계대출, 16조 급증

7월 고강도 대출 규제 앞두고 '막차타기' 한동안 지속될 듯

 

공모주와 가상화폐 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4월 대출 증가세가 또 역대 최대치를 새롭게 썼다. 한동안 잠잠했던 20~30세대의 빚투(빚 내서 투자) 움직임이 다시 급물살을 탄 것이다. 특히 공모주 관련 열풍이 뜨거웠다. 앞서 기업공개(IPO) 대어로 꼽혀온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청약에만 9조원 넘는 대출금이 흘러 들어간 것으로 추산된다.

◆신용대출 ‘SKIET 청약·가상화폐 투자에’ 16조원↑

12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금융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25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달(1009조5000억원)보다 16조1000억원이나 늘어난 수치다. 이는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최대 증가폭이다. 전달(6조5000억원)에 비해 증가 수준이 두 배 이상 커졌다.

특히 신용대출(기타대출)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관리로 직전 달 8000억원 증가에 그쳤던 신용대출은 다시 11조8000억원이나 폭증했다. 이 역시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이다.

여기엔 SKIET 청약과 가상화폐 열풍에 빚투 흐름이 조성된 게 영향을 미쳤다. 실제 SKIET 청약 마지막 날인 지난달 29일엔 역대 최대 청약 증거금인 80조9000억원이 몰리기도 했다.

박성진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전체 기타대출 증가분(11조8000억원) 중 9조원대 초반은 SKIET 청약 수요로 파악하고 있다”며 “다만 SKIET 공모주 청약 증거금용으로 나간 대출 중 대부분은 이미 이달 초 증거금 반환과 함께 상환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를 사들이기 위한 수요도 커졌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대출을 받아 가상화폐 투자에 나선 경우가 크게 늘었다.

문제는 최근 시중금리가 꾸준히 오르면서 대출 받은 차주들의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4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지난해 7월과 비교했을 때 0.58% 포인트 높아졌다. 만약 작년 7월에 1억원을 빌렸다면 연 최저 199만원의 이자를 갚으면 됐지만, 지난달엔 연 257만원을 갚아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부실로 직결될 수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한 선제적 대응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 부실이 현실화되면) 취약계층이 자칫 상호저축,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과 대부업체 등으로 밀려날 수 있다”며 “이를 막으려면 정부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0억원이 늘었다. 증가 속도는 2월(6조5000억원), 3월(5조7000억원)과 비교했을 때 확연히 느려졌다. 주택 입주 물량 감소 등에 따라 집단대출 중심으로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이 감소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로 전국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올해 1월 6만2000호에서 2월 5만2000호로 줄었다가 3월에 6만1000호로 다시 소폭 늘었다.

◆5월에도 막차 수요 몰리며 ‘폭증세’ 지속될 듯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5월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오는 7월부터 고강도 ‘가계대출 관리방안’이 실행되면서, 은행권 대출 문이 한층 더 좁아지는 게 원인이다. 따라서 ‘막차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주택 구매 시 소득별로 최대 2억원 가까이 대출액이 줄어드는 만큼, 마지막 '영끌'이나 ‘갭 투자’에 나서는 움직임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다만 신용대출의 경우 청약 증거금 상환 등으로 마이너스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박성진 차장은 "그간의 가계대출 증가 흐름이 5월에도 어느 정도는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그러나 여전히 불확실성은 큰 편"이라고 말했다.

기업대출은 11조원4000억원이 늘었다. 4월 증가폭으로는 둘째로 크다. 이 중 상당수는 중소기업에 쏠렸다. 중소기업대출은 9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자금 수요와 은행·정책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등의 영향이다. 자영업자가 주로 빌리는 개인사업자대출도 3조8000억원 늘어났다. 대기업 대출도 2조원 늘며 증가 전환했다. 분기 말 재무비율 관리를 위한 일시상환, 일시상환분 재취급 등이 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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