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준의 지피지기] WHO 승인받은 중국 백신을 보는 눈

2021-05-11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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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노팜 코로나19 백신 (상하이=연합뉴스) 차대운 특파원 = 지난 4월 10일 중국 상하이 퉁런(同仁)병원 외국인 전용 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 놓인 시노팜 코로나19 백신.



WHO(세계보건기구)는 지난 7일 중국 시노팜(Sinopharm)이 생산한 COVID19 백신을 긴급사용리스트(EUL)에 포함시켰다고 발표했다. WHO의 AHP(Access to Health Products) 사무부총장 마리앙헬라 시마오(Simao)는 “우리는 시노팜이 코백스(COVAX)에 참여해서 국제적으로 보다 공평한 백신 분배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한다”고 발표했다.

특정 백신이 WHO의 긴급사용리스트(EUL ‧ Emergency Use Listing)에 포함되는 것은 지난해 7월 20일 현재 전 세계 165개국이 가입해있는 코백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위한 직전 단계에 해당하는 조치이다. 코백스 프로젝트는 현재 전 세계 인구의 60%에 해당하는 소득 중하위 국가의 국민들을 위한 백신 공급을 목적으로 WHO가 주도해서 EU와 영국, 미국, 인도, 중국이 참여하고 있는 프로젝트이다. 코백스 프로젝트는 지난 3월말 현재 1억 도즈의 백신을 수집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이 가운데 3850만 도즈만 수집해놓은 상황이라고 WHO는 밝혔다. 시마오 사무부총장은 “시노팜의 백신이 EUL에 리스팅 됨으로써 의료인들과 위험한 상태에 있는 인원들을 보호해야 할 국가들의 COVID19 백신 확보가 빠르게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특정 백신이 EUL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이 백신의 글로벌한 보급에 녹색등이 켜진 것으로 일반적으로 해석된다. 화이자(Pfizer)와 바이오엔테크(BioNTech)가 생산한 백신은 지난해 12월 31일 EUL리스트에 올랐으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올해 2월 15일 EUL리스트에 올랐고, 아스트라제네카와 한국의 SKBio가 공동생산하는 백신과 존슨앤존슨이 생산하는 얀센 백신은 지난 3월 21일 EUL리스트에 올랐다. 중국의 시노팜 백신은 전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WHO의 EUL리스트에 올랐다.

시노팜 백신을 EUL리스트에 올린다는 WHO의 발표가 있자 미국의 뉴욕타임스는 ‘중국의 백신 외교가 큰 승리를 거두었지만 과연 중국이 백신을 제대로 공급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올렸다.
“WHO에 따르면 발전도상국들의 코로나 바이러스 백신을 향한 레이스에 또 하나의 믿음직한 조건이 마련됐다. 그리고 과학 슈퍼파워로 등장을 노리는 중국에 대한 평가에 또 하나의 촉진제(boost)가 마련됐다…, 이번 발표는 중국의 백신외교에는 골든 타임을 주겠지만, 문제는 중국 자체가 백신 공급부족을 겪고 있다는 사실이다. 시노팜과 시노백(Sinovac)은 현재 국내수요에 충당하기 위해 하루 1000만 도즈를 생산하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의 수요에 맞추려면 모두 5억 도즈를 추가로 생산해야 할 것이라고 베이징의 건강산업 전문 브릿지 컨설팅은 추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WHO의 ‘자문그룹(advisory group)'에 따르면 시노팜 백신의 면역 유효율은 78.1%라고 하지만, 3상 실험이 진행된 국가 여건에 따라 시노팜의 면역 유효율은 50%에서 84% 사이인 것으로 측정되고 있다”고 전하고 “대체로 시노팜 백신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과 모더나 백신보다 낮은 면역 유효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시노팜 백신이 EUL 리스트에 포함된 것은 중국 지도자 시진핑에게 배지를 달아준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 통신이 전하는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 집계에 따르면 5월 7일 현재 전국 31개 성(省)과 신장(新彊)위구르 자치구 지역에 대한 시노팜 백신 접종 실적은 3억822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현재 중국은 견실한 면역 방벽의 구축이라는 목표를 향한 매진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 위건위의 공식 입장이다. 중국내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위건위의 상황 판단은 “현재 전 세계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숫자는 1억5000만명을 넘어서고 있으며, 많은 국가들에서 폭발적 증가가 출현하고 있고, 아시아가 국제적인 새로운 재난지역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중국 부분 도시들에는 인도 변이바이러스 환자들이 발생하고 있는 등 바이러스의 외부 수입 압력이 증가하고 있는 중”이라는 것이다.

중국 위건의 공식 웹페이지 발표에 따르면 5월 9일 0시부터 24시까지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숫자는 31개 성과 신장위구르 자치구를 포함한 전국에서 11명이며, 모두가 외국에서 입국한 환자들로, 상하이(上海) 4명, 광둥(廣東) 2명, 산시(陝西) 2명이고 저장(浙江), 쓰촨(四川), 윈난(雲南)성 각 1명씩이다. 현재 전체 확진자 숫자는 298명, 누적 확진자 숫자는 9만769명, 사망자 숫자는 4636명이라고 위건위는 밝히고 있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오는 6월말까지 전국에 11억2000만 도즈를 투입해서 5억6000만명에게 접종을 실시해서 40%의 면역률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환자가 처음으로 발견된 곳이 중국 우한(武漢)시 일원이었고, 최초 환자가 발생한 시점이 2019년 12월 31일인데 1년 반이 채 지나지 않아 발원지로 추정되고 있는 중국이 하루 10명 안팎의 신규 확진자 발생이라는 방역 대성공을 거둔데다가, 시노팜이 생산한 중국 백신의 세계적 보급을 WHO가 승인한 사실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중국의 방역 대성공 주장에 대해서는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판단을 유보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그러나 시노팜 백신이라는 중국 백신이 WHO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사실에 놀라기 앞서 우리가 시노팜이라는 대형 국유기업이 백신제조 공정을 준비하고 있었던 데에 대한 관심과 정보 획득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홈페이지에만 봐도 중국어로 ‘중국의약집단유한공사(약칭 ’국약집단 國藥集團‘)로 되어있는 시노팜은 종업원 숫자 12만8000명에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169위로 랭크돼있는 대형 바이오 기업이다. 지난 2009년에서 2018년 사이에 중국내 40개 성(省)급 도시 지역에 모두 240개의 바이오 제품 보급망을 확보하고 있다. 연구 인력만 1만여명이라고 시노팜 웹페이지는 주장한다. 시노팜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과 중국공산당 일체화 작업에 따라 국무원 국유자산관리위원회(SASAC)의 관리를 받고 있다.

시노팜 홈페이지를 보면, 시노팜은 덩샤오핑(鄧小平)의 개혁개방 정책이 시작된 1980년부터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을 포함한 100여개 국가들과 기술교류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2006년에 WHO의 기준에 맞는 현대화된 제약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시노팜 산하 6개 기업은 홍콩 주식시장에 상장도 되어 있다. 시노팜은 중국내 제약 업체 가운데에서는 유일하게 중국공산당이 주도하는 국유자산관리위원회 관리를 받은 기업으로 선정됨으로써 덩치를 키워 글로벌 500대 기업의 169위에 랭크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현 대통령의 방역 고문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은 지난 해 7월 31일 상원 청문회에 나가 “세계에서 최초의 백신 생산국이 되려고 하는 중국과 러시아의 시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만약 중국과 러시아 백신이 미국에 가장 먼저 도착한다면 충분한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는 최소한 중국과 러시아가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던 셈이다.

중국 관영 매체 보도에 따르면 시노팜이 생산한 중국백신은 지난 2월 태국으로 200만 도즈가 수출됐으며,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총리는 태국 국민들 가운데 가장 먼서 중국백신을 접종해서 중국 외교당국의 찬사를 받았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시노팜이 생산한 5종의 중국백신은 올해 들어 지난 3월말까지 전 세계 43개국에 수출되어서 19억 달러를 벌어들였다는 중국 세관총서의 통계도 보도하고 있다.
우리의 경우 외국에서 수입해야 하는 백신의 종류로 러시아의 스푸트니크를 검토했다는 말은 있었지만 우리 정부가 시노팜이 생산한 중국백신의 수입을 검토한다는 이야기는 흘러나온 일이 없다. 왜 그럴까. 중국에 대한 우리의 국민감정을 고려해서 중국백신의 수입 검토를 일체 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우리 정부가 견지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외교당국’의 이름을 빌려서라도 중국백신 수입을 거론이라도 해보는 것이 어땠을까.
 
논설고문
호서대 벤처대학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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