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일 방문한 경기도 원삼면 죽능리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 전경. [사진 = 김재환 기자]
길거리에서는 눈을 돌리는 곳마다 토지보상에 반대하는 원주민들 현수막이 눈에 띈다. 용인시와 SK 측에 터무니없는 가격을 보상금으로 제시하고선 투기를 방치했다며 항의하는 내용이다.
토지보상금액의 경우 현지 다수 공인중개사와 용인시에 따르면, 평균 3.3㎡당 60만원대에 책정됐다. 현재 농지 기준 시세가 통상 600만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재정착은 꿈도 못 꿀 금액이다.

원삼면 SK하이닉스 반도체클러스터 예정 부지 일대 전경.[사진 = 김재환 기자]
이어 B중개업소 대표는 "토지보상금을 노리고 들어온 사람들인데, 한 건물에 간판만 3~4개씩 달려있다. 이때 불과 한두달 전 (3.3㎡당) 80만원에도 안 팔리던 땅이 400만, 500만원씩 팔리더라"고 했다.
지난 2018년 12월경 원삼면 일대에 SK하이닉스 반도체산업단지가 들어선다는 추측성 언론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지 3년도 채 안 된 사이에 땅값이 6배가량 오른 셈이다.
가격이 수직 상승한 시기는 지난 2019년 2~3월 사이다. SK가 2월 21일 120조원 규모 투자의향서를 용인시에 제출하고, 용인시가 원삼면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3월 23일까지다.
현재 원삼면 일대에 있는 공인중개업소 대부분은 문을 닫은 상태다. 유리창 너머로 살펴보니 오랫동안 쓰지 않은 듯 방치된 책상과 의자, 큰 지도만 남아있었다.
A중개업소 대표는 "개발계획 발표 이후에 벌떼처럼 몰려와서 투기했던 사람들은 오히려 쪽박을 차게 됐다"며 "보상기준(공고일 1년 전 정착)을 못 채워서 그냥 쫓겨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빈 건물들이 남아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원삼면 일대 공인중개사사무소마다 걸려있던 SK하이닉스 주변 개발계획도.[사진 = 김재환 기자]
개발 기대감은 원삼면 대신 인근 지역 집값으로 옮겨간 상황이다. 특히 자가용으로 동부로를 통해 20분이면 원삼면으로 진입할 수 있는 용인시 처인구 역북동·김량장동·고림동 일대 집값이 크게 올랐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을 보면 지난 2016년 7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전용면적 84㎡ 기준 3억3000만원에서 3억7700만원으로 찔끔 오른 ‘역북지웰푸르지오’는 2019년 3월 4억3500만원, 2021년 3월 6억5900만원까지 뛰었다.
고림동 양우내안애 전용면적 75㎡ 역시 2017년 3월 2억9000만원에서 2019년 2월 3억원으로 횡보하다가 2019년 6월 3억2500만원, 2021년 3월 4억6600만원으로 올랐다.
이는 SK하이닉스 반도체산업단지가 조성되면 128조원의 생산유발 효과에 1만7000명 규모 신규고용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효과다.
A공인 대표는 "SK반도체 산단 부지에는 공동주택 용지가 4000가구다. 당연히 주변 아파트로 주거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으니 집값이 오른 것. (원삼면) 땅 투기는 못 해도 집 투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개발계획 추진 일정 초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