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고 과중한 업무 수행으로 스트레스가 커져 사망했다면 산업재해로 봐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0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이종환·김도형·김수정 부장판사)는 급성 심근경색으로 숨진 A씨 배우자가 "유족급여·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A씨는 1996년 2월부터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으로 입사해 K2 흑표 전차 등을 연구·개발했다. 연구자로 22년 4개월간 근무한 A씨는 2018년 6월 다른 팀 팀장으로 인사가 났다. 연구본부 예산·인사·보안·기술기획·연구계획 등을 총괄하는 자리였다. A씨는 인사 뒤 조직재구조화 업무와 기술료 배분 업무도 맡았다.
유족은 A씨가 10개월 전 팀장으로 발령받은 뒤 과도한 스트레스에 시달린 만큼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를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근무 시간을 볼 때 급성 심근경색을 일으킬 정도로 업무 부담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지급을 거부했다.
고용노동부 고시는 심장질환 발병 전 12주간 주당 평균 60시간을 넘으면 업무와 질병 관련성이 강하고, 52시간부터 시간이 길어질수록 관련성이 커진다고 평가한다. A씨가 사망하기 전 12주간 주당 41시간 22분, 4주 동안 주당 46시간 56분, 1주 동안 44시간 11분을 근무해 고시 기준에 못 미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고용노동부 고시를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고시는 구체적인 기준을 해석·적용하는 데 고려할 사항을 규정한 것뿐"이라며 "고시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이유만으로 업무상 질병이 아니라고 단정해서 안 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A씨는 사망 10개월 전부터 업무량이나 범위가 방대했고, 연구개발자에게 나눠주는 기술료 배분 업무로 거센 항의도 받았다"며 "스트레스를 겪으며 과중한 업무를 수행한 게 급성 심근경색 발병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면서 유족 손을 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