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윤 칼럼] 대통령이 韓美회담에서 제안할 對北카드는

2021-05-07 0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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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윤 (사)남북물류포럼 대표] 



 

미국이 대북 정책을 완료했다고 야단이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지만 트럼프식 일괄타결도, 오바마식 전략적 인내도 아니라고 한다. 구체적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대북제재가 유지되는 가운데서도 외교적 모색이 이루어지는 ‘실용적 접근’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실용적 접근’이라는 것이 정작 정책 추진의 직접적 당사자인 북한을 얼마나 배려하고 있을지는 의문이다. 아무래도 한 가지 생각하지 못하는, 아니 대북 정책에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다름 아닌 미국의 대북한 적대적 행위 문제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이 문제만큼은 미국의 새 정부가 진지하게 고민하는 자세가 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결렬 이후 잔뜩 토라져 있는 북한을 적어도 대화와 협상의 울타리로 불러들이기 위해서라도 이 문제는 반드시 생각해야만 할 것 같다.

모든 정책은 목표를 가진다. 목표 없는 정책 추진은 없다. 하지만 정책 추진에 있어 더 중요한 것은 정책 실현의 수단이다. 목표에 어떻게 도달할 것인가이다. 미국의 대 북한 정책도 마찬가지. 목표 실현을 무력이 아닌 평화적인 수단에 둔다면, 결국은 대화와 협상으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대화와 협상이 저절로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대화와 협상에 임하는 의지가 존재해야 한다. 의지가 작동해야 대화와 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도 협상 당사자 어느 일방의 의지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협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려는 당사자 모두의 의지가 표출되어야 한다. 미국이 대 북한 정책 완성을 통해 한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지금의 시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미국과의 대화와 협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는 의지를 갖게 하는 것이다. 대화와 협상을 하겠다는 쪽은 미국이다. 북한이 협상을 위해 매달리는 상황이 아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오히려 거부하고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거래하려고 했던 비핵화의 내용과 방법을 거부한 미국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핵 협상을 하려면 협상하려는 쪽이 먼저 적절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꾸어 말해 협상장으로의 유인책이 필요하다. 미국이 대북 정책 완성을 이야기하면서 ‘외교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언급도 따지고 보면 그런 유인책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비핵화로 가는 방법이 ‘북한의 선 완전 비핵화’가 아닌, 단계적이며 동시병행 타결이라는 방법을 예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했던 ‘북한의 비핵화’라는 용어가 아닌 ‘한반도의 비핵화’를 언급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과연 충분할까? 그 큰 제의의 유인책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협상에 임하는 북한에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의 진정성이다. 협상의 진정성, 그 진정성은 대개 확실한 유인책을 통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협상에 임하는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십년 전부터 북한이 미국에 일관되게 요구하는 것이 있다. 한반도에서 대북 적대적 행동의 중단이다. 남북한 접경지역에서 한·미가 연합하여 벌이는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해줄 것을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지금까지 체결된 북·미 사이의 모든 협정에는 미국의 대북한 적대적 행위 중단이 가장 중요한 합의사항으로 존재해 왔다. 북한은 1년 내내 지속되는 한·미연합 군사훈련에 엄청난 위협을 느낀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북한 지역 점령 내지 접수 훈련으로 보고 있다. 바이든 새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 북한을 끌어들이려면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이 가장 유효한 선택이 될 것이다. 적어도 북·미 협상이 지속되는 기간만은 일체의 적대적 행위를 중단하는 선언을 한다면, 북한은 미국의 진정성을 감지해 협상에 임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다가오는 5월 21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가 미국의 동의를 얻어내야 할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것이다.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중단을 얻어내는 일이다. 한반도 평화를 위한 협상을 하면서 어찌 다른 한쪽으로 평화를 깨뜨리는 적대행위를 할 수 있는지를 묻고, 그러지 않도록 강하게 요구해야 할 것이다. 젖 먹는 힘까지라도 내어 훈련 중단을 얻어내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 대통령이다. 미국에 물어야 한다. 만약 북한이 러시아나 중국과 함께 핵을 동반한 대규모의 합동군사훈련을 바로 우리 코앞에서 자행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지. 내 집 문 앞에 누군가 와서 불을 놓거나 돌팔매질을 한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에 있을 것인지 비유라도 들어야 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첫 의회 연설에서 북한과 이란의 핵 위협을 거론하면서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대처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 대해 북한은 이미 엄청난 거부반응을 나타냈다. 미국은 외교적 방법의 대북 정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도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그치지 않았다. 지난 3월에는 도상훈련만 하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라고 장담했으나, F35A 스텔스 전투기가 참가하는 연합공중훈련을 진행(3월 16~30일)했다. 북한의 강력 반발은 불문가지였다. 군사훈련은 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지만 어디서 하느냐가 중요하다. 갈등을 야기하고 충돌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한다는 것은 대화와 협상을 앞둔 당사자의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 환경 조성을 위해 미국이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는 선언을 한다면 북한의 자세는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문재인 대통령도 5월 21일 한·미 정상회담이 한반도의 향후 정세와 남북관계 전환의 기로라고 하면서 "한·미 정상회담이 대북정책을 긴밀히 조율하고 발전적으로 나아갈 방향을 정리하는 계기“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부디 심지를 굳게 해 북·미 대화와 협상이 꼭 성공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김영윤 필자 주요 이력 
 
▷독일 브레멘 대학 세계경제연구소 연구원 ▷통일연구원 북한경제연구센터 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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