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대 설립 붐]시진핑 사랑에도…"실력이 문제" 비판 여전

2021-05-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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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극복에 중의학 기여 선전

체제경쟁 속 중의학 우월성 과시

고령화 진전에 인력 수요도 증가

대도시 외엔 정원미달 걱정할 판

소비자 눈높이↑, 질적 발전 시급

지난 2017년 스위스의 세계보건기구(WHO) 본부를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마거릿 챈 WHO 사무총장(가운데)에게 '침술 동상'을 증정하고 있다. [사진=CCTV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과정에서 중의학이 특수한 역할을 수행해 국제적으로 관심을 끌었다. 특색 인재를 육성해 높은 수준의 중의학 전염병 방역 대오를 구축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해 6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문가 좌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시 주석의 중의학 사랑은 유별나다. 최근 중국에서 부는 중의대 설립 붐도 이와 무관치 않다.

3일 중국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중의대 설립 계획을 발표한 지방정부는 어림잡아 10여곳에 이른다.

대부분 14차 5개년 계획이 끝나는 2025년 전에 설립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기준 중국에서 운영 중인 중의대는 24곳이다. 신설 계획이 모두 당국의 승인을 받는다면 50% 정도가 급증하게 된다.

중국은 중의학이 코로나19 방역에 기여했다고 지속적으로 선전한다.

지난해 9월 개최된 방역 유공자 표창 대회에서 장보리(張伯禮) 톈진중의대 총장 겸 중국공정원 원사가 '인민 영웅' 칭호를 받은 게 대표적 사례다.

서구와의 체제 경쟁 과정에서 중의학의 우수성을 과시하고, 이를 통해 중의학 세계화를 이루려는 목적이 엿보인다.

중국 지방정부의 잇따른 중의대 설립 추진도 이 같은 의지에 부응하기 위한 행보다.

고령 인구가 늘고 의료 서비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관련 인재를 더 많이 육성해야 한다는 현실적 필요도 있다.

허위민(何裕民) 상하이중의대 교수는 "최근의 중의대 설립 열풍은 시장 수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며 "고령화 진전과 아건강(亞健康·질병에 걸린 것도 아니고 건강하지도 않은 회색 상태) 인구 증가로 중의학 수요가 늘어난 것"이라고 말했다.

중병에 걸리기 전에 선제적 혹은 예방적 치료 수단으로서 중의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중국신문주간은 대도시와 지방 간 의료 격차 문제를 지적하며 "양질의 중의학 인재 육성이 시급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양'보다 '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배출되는 중의사들의 수준이 소비자 수요를 충족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허 교수도 "베이징중의대 등 5~6곳을 제외한 나머지는 이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다"며 "학생들의 의욕도 떨어져 졸업 후 진로를 바꾸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중국 교육 당국이 선정하는 쌍일류(雙一流·일류 대학과 일류 학과 육성 전략) 명단에 포함된 중의대는 베이징·상하이·톈진·난징·광저우·청두 등 6곳이다.

다른 중의대와 일반 의대 내 중의학과는 매년 신입생 선발 때마다 정원 미달 사태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허 교수는 "교수들의 시야를 넓히는 게 관건"이라며 "교수들이 새로운 이념과 관점, 앞선 의식을 갖추지 않는다면 대학은 어떤 의의도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기존 중의대의 경우 완성된 모델이 없는 탓에 돌을 더듬으며 강을 건너듯 운영돼 왔다"며 "우수한 교수들이 배출된다면 더 많은 인재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영 신화통신도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국 중의대 졸업생의 학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자탄하며 "전통 의학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 등 중의학이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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