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가리스’로 무너지는 남양유업…대표 사퇴하고 회장 입장 발표

2021-05-03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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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범 대표, 사태 책임 사의 표명

홍원식 회장 4일 대국민 사과 예상

오너3세 홍진석 상무 보직 해임

전문경영인체제 전환 여부 관심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남양유업 제공]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가 최근 ‘불가리스 코로나 억제 효과 논란’의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한다. 마케팅을 총괄했던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도 보직 해임됐다. 홍 회장은 4일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불가리스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내놓는다. 홍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점쳐지는 가운데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여부에도 이목이 쏠린다.

3일 남양유업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오전 임직원에게 사내 이메일을 보내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불가리스 보도와 관련해 참담한 일이 생긴 것에 대해 임직원께 깊이 사과한다”며 “이번 사태 초기부터 사의를 전달했고, 모든 책임은 제가 지고 절차에 따라 물러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 대표는 “유의미한 과학적 연구성과를 알리는 과정에서 연구의 한계점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해 오해와 논란을 야기하게 된 것은 너무나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오너 3세인 홍진석 상무는 지난달 회삿돈 유용 의혹이 불거지자 보직 해임됐다. 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인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을 받아왔다. 회삿돈 유용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보직 해임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홍 상무는 지난달 보직 해임된 상황으로 회사에 출근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4일 오전 10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남양유업 본사 대강당에서 입장을 발표한다. 홍 회장의 입장 발표에는 대국민 사과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을 통해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박종수 남양유업 항바이러스면역연구소장은 “발효유 완제품이 인플루엔자, 코로나19 바이러스에 효과가 있음을 국내 최초로 규명했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불가리스 발효유 제품에 대한 실험 결과 인플루엔자바이러스(H1N1)가 99.999%까지 사멸하는 것을 확인했고 코로나19 억제 효과 연구에서도 77.8% 저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남양유업의 주가는 급등했으며 일부 판매처에서 불가리스가 품절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특정 식품의 코로나19 예방 또는 치료 효과를 확인하려면 사람 대상의 연구가 수반돼야 한다”며 “잘 통제된 사람 대상의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그 이후에 공유할 만한 효능인지를 검토하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해당 연구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결과는 바이러스 자체에 제품을 처리해서 얻은 결과”라며 “인체에 바이러스가 있을 때 이를 제거하는 기전을 검증한 것이 아니라서 실제 효과가 있을지를 예상하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같은 달 15일 “남양유업의 불가리스 제품 코로나19 억제 효과 발표와 관련,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행정처분·고발조치했다”고 밝혔다.

식품표시광고법은 식품에 대해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나 광고행위가 있는 경우 최대 10년 이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영업정지 2개월의 행정처분도 받는다.

이에 남양유업은 사과문을 냈다.

남양유업은 16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심포지엄 과정에서 이 실험이 인체 임상 실험이 아닌 세포 단계 실험임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에게 코로나 관련 오해를 불러일으킨 점 죄송하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불가리스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남양유업에 대한 불매운동을 재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부정확한 정보를 통해 소비자를 기만하고 자사 제품 홍보에만 열중했다는 이유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남양유업의 본사 사무실과 세종연구소 등 6곳을 압수수색하며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올해 남양유업의 실적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018년 6024억원이던 연결 기준 매출액은 2019년 5469억원, 지난해 5078억원으로 감소세다. 지난해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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