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대한민국] ⑨ 불 꺼진 공연장, 올해는 '떼창'할 수 있을까

2021-05-01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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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영향으로 티켓 판매량 75.3% 감소... '콘서트' 피해 가장 심해

방역 조건으로 공연 정상화 목소리 나와

<편집자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대한민국 사회·경제의 모습을 180도 바꿨다. 더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달라진 대한민국의 모습을 연재를 통해 조망한다.

코로나19가 공연 무대를 어둡게 잠식했다. 연말마다 화려한 조명이 가득했던 무대는 지난해 코로나 여파로 침묵을 지켰다. 온라인 공연 등을 통해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찾지만, 여전히 공연계에 코로나 터널 끝은 멀어 보인다.

1일 공연계에 따르면 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가 지난해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판매한 티켓 금액은 총 1303억5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9년(5276억4800만원) 대비 75.3% 감소한 수치다.

[그래픽=우한재 기자, whj@ajunews.com]

 

가장 타격이 심한 장르는 콘서트였다. 2019년 2474억700만원으로 모든 장르 중 티켓 판매량 1위였던 콘서트는 1년 만에 389억1600만원으로 뚝 떨어졌다. 2019년 2137억4000만원을 기록했던 뮤지컬 티켓 판매량은 765억6300만원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극은 296억8800만원에서 93억5100만원으로, 클래식·오페라는 264억400만원에서 43억2400만원으로 줄었다. 무용·전통예술은 104억900만원에서 12억200만원으로 9분의1 수준에 그쳤다.

공연계는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도 제한적 운영을 시도했지만 순탄치 않았다. 방역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고 얼어붙은 경제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악재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에 포함된 ‘한 칸 띄어 앉기’, '9시 이후 운영 중단' 등 방역 지침으로 공연 횟수는 줄고 관객도 최대 절반만 입장 인원이 허용됐다. 코로나 팬데믹 동안 굳게 닫힌 지갑은 다시 쉽게 열리지 않았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연간 지출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오락·문화지출 금액은 14만원으로 전년 대비 22.6% 감소하면서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공연계도 온라인 공연 등 코로나 시대에 맞는 다양한 방법도 시도했다. 방탄소년단(BTS)이 6월 선보인 온라인 공연 '방방콘 더 라이브'는 75만명의 시청자가 몰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본 스트리밍 음악 콘서트'로 기네스 기록에 등재됐다. 이어 10월 이틀간 개최한 '맵 오브 더 솔 원'은 99만명의 시청자를 모았다.

하지만 대중은 아직 온라인이라는 형식에 적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음악레이블산업협회(음레협)가 실시한 온라인 공연 선호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관심 있는 가수’가 온라인 공연에 출연할 경우 무료로만 공연을 보겠다"(지불 의향 없음)는 응답이 46.6%로 절반에 달했다. 음레협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온라인 공연이 필수까지는 아니지만, 준비는 해야 하는 시스템이 됐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대중음악 공연은 관객 수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고 기획·대관도 대부분 1~2개월 전에 확정해야 하는 구조다. 만약 공연장 대관 후 개막 직전에 코로나가 대유행한다면 막심한 손해를 입게 될 수도 있다. 실제로 코로나 팬데믹 동안 기껏 준비한 공연이 엎어지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지난 2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소규모 공연장 ‘네스트나다’ 측은 공연시작 30분 전 마포구로부터 방역 지침 개정을 이유로 공연 취소 통보를 받아 관객이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최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도 공연계의 발목을 잡았다. 거리두기 지침에 따르면 대중음악 콘서트는 뮤지컬이나 클래식 음악과 달리 ‘모임·행사’로 분류돼 2단계에서 실내 50인 이상, 실외 100인 이상 모임이 금지된다. 1.5단계에서는 500명 미만이다. 관객에 출연진, 공연 스태프 등 공연장 내 모든 인원을 고려하면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또한 함성, 떼창, 구호 등 행위 금지로 인해 관객이 공연 현장을 찾는 재미 요소도 줄었다.

정부는 공연 산업 살리기에 돌입했다. 지난 3월 국회가 통과한 4차 재난지원금 예산안에 따르면 공연업을 비롯해 매출액이 40% 이상 하락한 업종에 250만원을 지원한다. 각 지자체도 재난지원금 등 형식으로 공연·예술계 종사자를 지원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달 13일 서울 중구 콘텐츠코리아랩 기업지원센터에서 국내 콘텐츠산업 종사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공연을 비롯한 예술계 지원을 약속했다.

업계에서는 방역이 보장되는 조건 하에 공연 정상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출범한 '한국대중음악공연산업협회'(음공협)는 공연 현장에 자가 진단 키트 지원을 요청했다. 이미 스페인, 영국 등에서는 자가 진단 키트를 이용하는 등 무증상 감염자를 판별해 공연을 연 사례가 있다. 음공협은 "대중음악 공연계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해결할 방법은 법령을 수정해서라도 공연장에 진단키트를 지원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모두가 안전하면서도 즐겁게 여가를 영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음레협 측은 입장문을 통해 “(공연계 어려움에 대한) 호소문을 낸 지 두 달이 지났는데 대중음악공연업 관련 종사자들은 아직도 일할 수 없으며 제대로 된 지원도 받지 못하고 계속된 차별로 상실감 속에 살아간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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