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함께 사문화됐던 회계 관리·감독 기능도 제 역할을 하게 됐다. 이는 본지가 지난 26일자에 보도한 '재건축 복마전①~⑤' 기획기사에서 과거 정부가 추진했던 정비사업 비리방지법과 후속 행정이 모두 실제로 시행되지 않았음을 밝힌 데 따른 조치다.
관련 기사
[재건축 복마전 ①] 수입도 지출도 제각각…수천억이 조합 손에서 사라졌다[재건축 복마전 ②] 눈감은 감독자들 "그런 법이 있었어요?"…6년간 실종된 비리방지법
[재건축 복마전 ④] 조합원들 “모르면 당하고 알면 억울해…부동산 부패 온상
[재건축 복마전 ⑤] 말 뿐인 서울시 '정비사업 비리 전쟁'…만든 시스템만 활용해도 이겨

지난 2015년 3월 서울시가 정비사업 예산회계규정을 개정한 후 발표했던 보도자료 중 일부.[자료 = 서울시 ]
이 규정은 지난 2014년 서울시가 정비사업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취지로 1년간 자료 수집 및 전문가 자문을 거쳐 만들었으나, 현재까지 실무에 적용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다.
주요 내용은 한 해에 수입과 지출을 명확한 계정과목으로 나눠 명시하고, 사전 조합원 승인 없는 지출을 방지하며, 일반인도 예산집행 내역을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양식을 통일하는 내용이다.
또 자료의 인계와 보관에 관한 규정도 만들어서 조합장과 집행부 교체가 잦은 정비사업 특성상 회계자료가 분실되지 않도록 했다.
매년 조합이 공시토록 통일한 양식은 △자금수지계산서(수입·지출·빚·예금 현황) △재무상태표 △운영계산서 △재무제표 주석 △공사원가 명세서 △자산부채명세서 △사업비명세서 △사업비·운영비 예산결산대비표 △예비비명세서 등 10가지다.
이 중 예산결산대비표는 한 회계연도에 쓰기로 한 예산을 어떻게 결산했는지 일반인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 양식이다. 쓰기로 한 돈이 제대로 쓰였는지, 남았는지, 부족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정비사업 예산·회계규정 별지에 첨부된 예산·결산 대비표. 회계일 내 예산과 결산, 증감액을 보기 쉽게 정리하는 양식이다.[자료 = 서울시]
이에 서울시는 지난 2015년 3월부터 모든 조합이 개정된 표준예산회계규정에 맞춰야 하며 인허가 과정에서 준수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없던 일로 돌아갔다.
이와 함께 조합이 규정에 따라 한 회계연도에 계약한 모든 내용을 구청에서 매년 확인하는 방식으로 관리·감독하기로 한 2중 안전장치(서울시 도시정비법 70조)도 작동한 적이 없다.
이런 구조에서 조합은 돈을 쌈짓돈처럼 썼다. 예산만큼 쓰기로 한 곳에 집행하는 방식이 아니라 공사가 필요할 때마다 지출한 후 조합원에게 사후 보고하는 식이다.
사전에 의결하지 않은 지출은 현행법상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형 처분을 받는 불법이지만, 한 해에 필요한 돈과 사업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아 지킬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그 결과 조합마다 서로 다른 회계 양식에 기본적인 수입과 지출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눈먼 돈을 운용했고, 이는 각종 비리와 부정계약 의혹, 조합원 갈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서울시 내 정비사업 현황,[그래픽 = 김효곤 기자]
이어 그는 "그동안 기능하지 않았던 (서울시 도시정비법 70조에 따른) 구청의 관리·감독도 정상화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며 "보도된 내용을 면밀히 분석해서 부족한 점이 없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비사업 조합 예산·회계규정 해설서 표지.[자료 = 서울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