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업계 현황] 시장은 호황인데…차량용 등 생산라인 증설 ‘딜레마’

2021-04-28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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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등 생산 중단 잇달아...미국 등 ‘자국 중심주의’도 부담

반도체 업계는 최근 시장 호황에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생산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려도, 밀려드는 주문을 처리할 수 없어 고민이 깊은 것이다.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 등 다른 산업군의 공장이 잇달아 멈추는 상황도 부담이다. 여기다 미국, 중국 등 각국 정부가 ‘자국 중심주의’를 앞세워 국내 반도체 기업을 압박하면서 삼성전자 등의 부담은 한층 커지고 있다.

대규모 국내 투자도 쉽지 않은데, 해외 투자 규모를 현지 사정에 맞춰 저울질하는 것도 쉽지 않다. 당장 설비 투자를 늘려도 반도체 산업 특성상 2~3년 후에나 생산 증대 효과를 보게 되는 것도 딜레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2일 각국의 반도체·자동차 기업들이 백악관에 모인 자리에 나타나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 보이며 투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반도체 부족을 이유로 멈춰서는 미국 내 자동차 공장이 늘어나면서 특단의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백악관 회의 직후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은 차량용 반도체 제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6~9개월 내 생산을 목표로 차량용 반도체 설계업체와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들고 나온 웨이퍼가 8인치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8인치 웨이퍼보다는 12인치 웨이퍼가 더 많이 쓰여 첨단 반도체 투자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12인치를 들고 나왔어야 했다”며 “12인치가 아닌 8인치를 들고 나온 게 의도된 연출이었다면 당시 회의는 자동차 업계를 위한 자리였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15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기업을 대거 불러 주요 전략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대응 전략을 논의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종합 반도체 강국 도약을 강력히 지원하겠다”며 “세계 1위를 지키고 격차를 벌리기 위한 다각도의 지원방안을 수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차량용 반도체 수급 부족에 대해서도 정부는 기업들과 협력하며 물량 확보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의 동맹을 통해 국산화율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최첨단 반도체 수요를 포기하고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바라는 목소리에 못마땅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있다.

기업이 수익성 좋은 사업에 투자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자동차 생산 공장이 멈춘다는 이유로 반도체 업계에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설비투자에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는 반도체 시장에서 하나하나의 의사 선택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좌우될 수 있다는 점도 업계가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이유다.

반도체 생산 라인 증설에 수십조원 규모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데, 투자를 결정한 뒤부터 실제 반도체 생산에 들어서는 기간에 반도체 사이클이 어떻게 변화할지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반도체를 많이 사용하는 산업군에서는 당분간 품귀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반도체 업계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반도체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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