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업황이 좋은데 이제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랫동안 불황 극복에만 신경을 써오다 보니 호황기에는 뭘 해야 할까요."
국내 한 해운사 임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어 다행이나 미래 경영전략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 국내 조선·해운사는 12년 동안 갇혀 있었던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마땅치 않다. 너무 오랫동안 불황 극복에만 신경을 집중했기에 호황기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청사진이 없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과거의 불황을 돌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소 여유가 생긴 지금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조선·해운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가올 불황을 대비해 '댐 경영'을 새로운 청사진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짧은 호황 후 12년 이어진 불황··· 비슷한 사이클 거친 조선·해운산업
삼면이 바다에 접해 있는 육지의 섬 같은 우리나라는 건국 이래 조선산업을 국가 기간산업으로 집중 육성해왔다. 그 결과, 국내 조선산업은 1969년 처음으로 수출선을 건조해 글로벌 시장에 첫발을 내딛는 데 성공했다. 이후 대형 조선소가 잇달아 건설되는 등 10년 동안 급속도로 성장한 끝에 1979년 국내 조선업은 글로벌 시장 점유율 6.3%를 기록하며 세계 2위를 차지했다.
1990년대 외환위기 등에서도 국내 조선업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그 덕에 2000년대 들어서는 수주량·건조량 면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특히 2007년에는 327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사상 최고 수주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기나긴 불황의 터널이 시작됐다. 이후 국내 조선산업은 지난해까지 약 12년 동안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수주 전략을 조정한 데다 코로나19로 수주가 몰리면서 가까스로 불황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국내 해운산업도 이와 유사한 성장과정을 겪었다. 해운산업은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면서 무역입국을 기치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전후 한진해운과 현대상선(현 HMM) 등 대형사가 두드러지기 시작했으며, 2000년부터 2007년 중반까지 유례없는 엄청난 호황을 누렸다.
다만 해운산업도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지독한 장기불황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호황기에 고속 성장했던 국내 해운 1위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파산하는 데 이르렀으며, 지금도 10여개 해운사가 회생절차를 밟는 처지에 놓였다.
해운산업도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물동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되레 물류 수요가 폭증한 덕에 불황의 고리를 끊어냈다.
두 산업 모두 호황을 맞이한 직후 경제 위기 등으로 장기불황을 겪었다 최근 불황에서 탈출에 성공하는 등 유사한 사이클(경기순환)을 보이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시기의 짧은 호황에 마음을 뺏기기보다는 보수적·안정적 경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0년대 중반 호경기에 체력을 튼튼히 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호경기에 벌어들인 수입을 잘 간수하고 곧 들이닥칠 불경기에 대비하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황 때 불황 대비 필수··· 일본의 댐 경영 참고해야"
조선해운 산업은 경기순환에 매우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문제는 잠깐의 호황 뒤의 불황이 너무도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해운기업은 호황이 도래했을 때 불황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더욱 크다.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댐 경영'을 하자고 주장한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발언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는 자전거 가게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굴지의 글로벌 기업 파나소닉을 창업한 인물이다.
마쓰시타는 1965년 2월 일본 오카야마현(岡山縣)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강연을 통해 댐 경영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그는 댐에 물을 비축해 필요에 따라 물을 활용하듯이 사람과 물자·자금도 댐처럼 비축해두면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마쓰시타는 댐 경영을 설명하면서 공장을 예로 들었다. 기계가 100% 가동되어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공장은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이익을 낼 수 없게 되지만, 80%만 가동시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공장은 다소 문제가 발생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댐을 만들지 못하겠다는 것은 결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간단히 10%가량의 여유 설비를 갖추자는 의미다. 여유 설비가 있으면, 경제적인 변동에 따른 수요 변화가 발생해 제품이 부족해도 여유 설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거꾸로 제품이 남아돌면 여유 설비를 쉬게 하여 조절할 수 있다. 마쓰시타는 이 개념을 정확히 인식해 실천에 옮긴다면, 건전하고 이윤이 높은 경영을 펼칠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의 경영 컨설팅 전문가들은 댐 경영의 구체적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경영자원을 집중시키는 '단순화' 작업과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고수익화'다. 호황기에 많지 않은 이익을 늘리려고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을 단순화·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해운산업 같은 경기 영향이 큰 산업이야말로 댐 경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조선·해운산업은 기간산업으로서의 측면도 크기 때문에 불황기에 타격을 입을 경우 국가경제 전체에 커다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물류 대란이 벌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에서는 '호황은 짧고 불황은 길다'는 경구(警句)가 있다"며 "최근 같은 호황기에 선박 발주가 몰리는 것 같지만 곧 이어 닥칠 수밖에 없는 불황기에 일감이 없어 설비가 놀게 되는 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한 해운사 임원은 코로나19 상황에서 호황을 누리고 있어 다행이나 미래 경영전략을 확정하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실제 국내 조선·해운사는 12년 동안 갇혀 있었던 불황의 터널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마땅치 않다. 너무 오랫동안 불황 극복에만 신경을 집중했기에 호황기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청사진이 없는 탓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과거의 불황을 돌아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다소 여유가 생긴 지금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조선·해운산업 전반의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는 시각이다. 다가올 불황을 대비해 '댐 경영'을 새로운 청사진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는 이유다.
◆짧은 호황 후 12년 이어진 불황··· 비슷한 사이클 거친 조선·해운산업
1990년대 외환위기 등에서도 국내 조선업은 성장세를 지속했다. 그 덕에 2000년대 들어서는 수주량·건조량 면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고의 조선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다. 특히 2007년에는 3270만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사상 최고 수주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로 수주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기나긴 불황의 터널이 시작됐다. 이후 국내 조선산업은 지난해까지 약 12년 동안 불황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최근 몇 년 동안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위주로 수주 전략을 조정한 데다 코로나19로 수주가 몰리면서 가까스로 불황에서 벗어나는 데 성공했다.
다만 해운산업도 2008년 글로벌 경제 위기부터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지독한 장기불황을 겪어야 했다. 이 때문에 호황기에 고속 성장했던 국내 해운 1위사였던 한진해운이 2016년 파산하는 데 이르렀으며, 지금도 10여개 해운사가 회생절차를 밟는 처지에 놓였다.
해운산업도 지난해 초 코로나19로 인해 물동량이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으나,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되레 물류 수요가 폭증한 덕에 불황의 고리를 끊어냈다.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000년대 중반 호경기에 체력을 튼튼히 하지 못했던 점을 반성해야 한다"며 "호경기에 벌어들인 수입을 잘 간수하고 곧 들이닥칠 불경기에 대비하는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호황 때 불황 대비 필수··· 일본의 댐 경영 참고해야"
조선해운 산업은 경기순환에 매우 직접적 영향을 받는 산업이다. 문제는 잠깐의 호황 뒤의 불황이 너무도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선해운기업은 호황이 도래했을 때 불황에 대비해야 할 필요가 더욱 크다.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도록 '댐 경영'을 하자고 주장한 마쓰시타 고노스케(松下幸之助)의 발언이 최근 주목을 받는 이유다. 그는 자전거 가게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굴지의 글로벌 기업 파나소닉을 창업한 인물이다.
마쓰시타는 1965년 2월 일본 오카야마현(岡山縣)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강연을 통해 댐 경영이라는 개념을 처음 제시했다. 그는 댐에 물을 비축해 필요에 따라 물을 활용하듯이 사람과 물자·자금도 댐처럼 비축해두면 불황이 닥쳐도 안정적으로 회사를 운영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시 마쓰시타는 댐 경영을 설명하면서 공장을 예로 들었다. 기계가 100% 가동되어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공장은 조금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이익을 낼 수 없게 되지만, 80%만 가동시켜도 이익을 낼 수 있는 공장은 다소 문제가 발생해도 이익을 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는 "댐을 만들지 못하겠다는 것은 결심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는 간단히 10%가량의 여유 설비를 갖추자는 의미다. 여유 설비가 있으면, 경제적인 변동에 따른 수요 변화가 발생해 제품이 부족해도 여유 설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거꾸로 제품이 남아돌면 여유 설비를 쉬게 하여 조절할 수 있다. 마쓰시타는 이 개념을 정확히 인식해 실천에 옮긴다면, 건전하고 이윤이 높은 경영을 펼칠 수 있다고 봤다.
일본의 경영 컨설팅 전문가들은 댐 경영의 구체적 방법으로 두 가지를 제시한다. 불필요한 비용을 줄여 경영자원을 집중시키는 '단순화' 작업과 이익을 최우선 순위에 두는 '고수익화'다. 호황기에 많지 않은 이익을 늘리려고 자원을 비효율적으로 투자하기보다는 기존의 사업을 단순화·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조선·해운산업 같은 경기 영향이 큰 산업이야말로 댐 경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특히 조선·해운산업은 기간산업으로서의 측면도 크기 때문에 불황기에 타격을 입을 경우 국가경제 전체에 커다란 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한진해운 파산으로 물류 대란이 벌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조선업계에서는 '호황은 짧고 불황은 길다'는 경구(警句)가 있다"며 "최근 같은 호황기에 선박 발주가 몰리는 것 같지만 곧 이어 닥칠 수밖에 없는 불황기에 일감이 없어 설비가 놀게 되는 일을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