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100일] ②최대 외교 성과는 미·일 회담?...'성공적 중국 공세 vs 중동·유럽 난항'

2021-04-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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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결 과제부터 꼬인 美...'유럽 동맹 규합·이란핵협정' 어디로?

일본 앞세운 중국 신(新)냉전 '출사표'...기후변화 협력은 변수

[편집자주] 29일(이하 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다. 코로나19와 미·중 대립 환경 속에서 출발한 바이든 정부는 국내외 위기 극복을 위해 각 분야 정책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주경제는 '바이든 100일' 기획을 통해 미국 새 행정부의 외교, 경제, 보건 정책을 짚어보고, 향후 방향을 전망해본다.

지난 1월 미국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최대 외교 현안 10개를 제시하며, 향후 이란 핵협정(JCPOA)을 중심으로 국제 정세를 풀어갈 것을 전망했다.

당시 제시했던 10대 현안은 △중국에 대한 접근법 전반의 전환 △북한의 도전 △러시아 고립 정책 유지 △이란과의 협상 테이블 복귀 △이라크·아프가니스탄 등지에서 벌어진 '영원한 전쟁' 종결(End Forever Wars)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군사 지원 종료와 관계 재설정 △이스라엘 평화협정 후속 조치 △유럽연합(EU)과의 관계 개선 △기후변화 대응 △코로나19 사태 종결 등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미국 백악관]

◇선결 과제부터 꼬여버린 바이든...'유럽 동맹 규합·이란핵협정 복귀' 어디로?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 직후 가장 빠르게 풀어낼 것으로 예상됐던 유럽 동맹국 재규합과 이란핵협정 복귀 문제는 예상보다 진행이 더디다는 평가다.

실제 바이든 행정부 외교팀은 취임 후 가장 먼저 유럽과 접촉하며 독일·프랑스·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 관계를 개선한 후 이를 기반으로 이란과의 핵협정 복귀 협의에 나서는 수순을 밟았다.

이 과정에서 나토를 중심으로 한 유럽 동맹 재규합에는 첫발을 뗐지만, 아직까지 각국과의 관계는 제자리 걸음에 가깝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과는 러시아로부터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해저 가스관 건설 '노드스트림2' 사업 승인을 두고 갈등을 봉합하지 못했으며, 러시아와의 대립각을 세우면서 미국이 오히려 당장 '눈앞의 적'만 늘린 것 아니냐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수감 문제를 두고 러시아 정권에 인권 문제를 제기하고 제재 단계에 나서는 과정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향해 '살인자'라고 지칭해 먼저 나서 갈등을 키웠다는 것이다.

중동 문제 역시 쉽지 않다. 정권 출범 전후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바이든 행정부 외교팀은 당장이라도 이란 핵협정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지만, 협상이 길어질수록 제재 해제와 핵활동 동결 조치의 선후를 놓고  양측의 대립각이 날카로워져만 가는 모양새다. 

특히 지난 6일과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독일, 프랑스 등과 함께 협정 복구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것은 미국으로선 뼈아픈 결과다.

오는 6월 18일 이란 대선을 앞두고 현 하산 로하니 이란 정부와의 협상이 수월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이란 내부의 정치 갈등세가 극심해지며 오히려 농축 우라늄 농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평화협정을 추진 중인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선제적 군대 철수로 '미국의 가장 긴 전쟁'을 끝낸다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놨다.

미국은 이달 중 아프간 주둔 병력의 귀환을 시작해 9·11테러 20주기를 맞는 올해 9월 11일 완전히 철수할 예정이지만, 극단주의 무장 반군인 탈레반 세력의 집권과 새 혼란을 불러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 [사진=AP·연합뉴스]

◇일본 앞세운 중국 신(新)냉전 '출사표'...기후변화 협력은 변수
반면,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을 향한 공세는 성공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말과 행동, 기조와 정책 모두에서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상의 강한 모습을 보이면서 세계가 '신(新)냉전 시대'에 돌입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불러올 정도다.

특히, 취임 전 청문회에서부터 '중국과의 체제 경쟁'이란 단어를 서슴지 않았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미중 양국의 관료가 처음으로 대면한 지난달 고위급회담에서 모두발언을 한 시간 동안이나 이어가며 강도 높은 설전을 벌였다.

당시 모습을 두고 중국 내부에서조차 냉전시대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기도 했다.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한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취임 100일 동안 구상해온 대(對) 중국 전략의 정점을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과 한국과의 대면 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추진한 이유가 있다"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 드러나듯, 이날 양측은 친분을 한껏 과시하면서 회담 결과 역시 모두에게 대체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이날 양국 정상은 양국 관계를 핵심(CORE) 파트너십으로 끌어올렸는데, 핵심의 의미를 '경쟁력과 복원'(Competitiveness and Resilience·CoRe)'으로 재해석하면서 새로운 시대의 '동맹 지침'을 출범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바이든 대통령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앞장서 중국 견제 행보를 위임할 수 있는 동맹국으로서 일본의 위치를 재차 확인했고, 스가 총리로선 미국 행정부와 대중 견제 보폭을 맞추면서 각종 국내 현안을 풀어갈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일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와 대만을 '동아시아 동맹 블록' 안으로 포섭하려는 의도도 읽힌다.

우선, 일본에 납북 일본인 문제 해결을 명분으로 북한에 대한 견제 방안과 단독 협상 가능성을 열어줬다. 이와 함께 중국을 견제한다는 명분 아래 52년 만에 미국의 공동성명에 대만의 이름이 공식적으로 등장했으며, 오는 5월 진행할 한·미 정상회담의 공동성명도 이날 미·일 성명을 기반할 것이라고 암시하기도 했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미일 정상회담 공동 기자회견 중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는 이달 29일까지 남아있는 미국의 굵직한 외교 행사는 오는 22~23일 예정한 화상 기후변화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말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는 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를 준비하는 명분으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40개국 정상을 초청한 상태다.

이를 위해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는 지난 14~17일과 17~18일 각각 중국 상하이와 우리나라 서울을 방문했다. 다만, 2박3일의 긴 일정에도 불구하고 중국 일정의 성과가 부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케리 특사가 중국을 떠난 후인 18일에야 양국은 기후변화 공동성명을 발표했으며, 그는 일정 내내 시 주석의 회담 참석을 적극적으로 설득했음에도 아무런 확답도 듣지 못하고 빈손으로 중국을 떠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공동성명 발표로 미국과 중국은 향후 기후변화 관련 협력의 여지를 남겨두긴 했지만, 이조차 녹록지 않다는 비관론도 나오고 있다.

18일 홍콩 일간지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케리 특사의 방중은 미·중 간 갈등이 고조하는 상황에서도 양국이 협력할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으나, 양국 모두 이번 회담을 활용할 생각이 없어보인다"면서 "중국과 미국이 서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에서 기후 문제 협력도 날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기후변화 협력이 미·중의 관계 악화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잘못됐다"면서 "케리의 방문은 양국 간 협력의 기회가 닫히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사진=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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