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간에 벌어진 물품대금 소송도 분쟁 당사자 모기업이 한국 회사면 우리나라 법원이 재판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6일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중국 회사 4곳이 한국 업체 A사를 상대로 낸 물품대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소송을 각하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1심인 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B사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현지 기업들에서 물품을 공급받았다. 그러던 중 현지 기업 4곳이 모기업인 한국 A사를 상대로 B사가 일부 미지급한 물품 대금 1500만원을 달라며 우리 법원에 민사소송을 냈다.
중국 회사들은 A사가 B사 지분 100%를 가진 만큼 중국 회사법(공사법)에 따라 대금 채무에 연대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A사는 우리나라 법원에 국제재판 관할권이 없어 소송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은 A사 손을 들어줬다. 1·2심 재판부는 "대한민국과 관계가 없는 소송 제기 자체가 부적합하다"며 "원고들 소송을 모두 각하한다"고 판시했다. 중국에서 현지 기업 간에 중국법을 적용해 발생한 법적분쟁을 한국 법원이 다룰 수 없다는 취지다. 각하란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 재판부가 별도 심리 없이 재판을 끝내는 것이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중국 회사법에 따른 소송이라도 A사 주요 사무소와 영업 활동 지역이 한국인 만큼 대한민국과 실질적 관련이 있다"며 우리 법원에서 소송을 받아들이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봤다.
A사 재산이 우리나라에 있어서 중국 업체들이 승소할 경우 바로 대금 지급 집행이 가능해 권리구제나 판결 실효성 측면에서도 우리 법원의 국제재판 관할권을 인정할 수 있다고도 했다.
불편함과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우리 법원에 소송을 낸 중국 회사들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중국 회사인 원고들이 대한민국에서 소송을 하면 증거 수집·제출, 소송 수행 등에서 지리적·언어적 불편함을 겪게 된다"며 "그런데도 불이익을 감수하며 우리 법원에서 재판을 받겠다는 의사를 표하고 있으므로 이 또한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원고들 상고는 이유 있어 원심판결을 파기한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1심 법원에 환송한다"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