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산 규모 10억 달러 이상인 40세 이하 글로벌 자수성가 부호 순위에 이름을 새로 올린 '전자담배 여제'의 재산 규모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경기부양책 여파 등으로 자산시장 변동성이 커지면서 그의 재산도 덩달아 불어났다.
'중국판 포브스'로 불리는 후룬리포트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자수성가 청년 부자 순위에 새로 이름을 올린 사람 가운데 중국 최대 전자담배 제조회사 우신커지(霧芯科技, NYSE: RLX, 이하 릴렉스) 창업자 왕잉(汪瑩)의 재산이 가장 많다고 중국 증권매체 증권시보가 13일 보도했다.
글로벌 자수성가 청년 부자 숫자가 지난해 53명에서 올해 79명으로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미국인과 중국인이 각각 11명씩 증가한 31명과 30명으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79명 중 45명이 새로 이름을 올렸다고도 했다.
이는 릴렉스의 약진 덕분이다. 릴렉스는 설립된 지 3년 만에 중국 최대 전자담배 제조기업으로 성장했다. 2020년 기준 중국 전자 담배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63%에 달할 정도다.
릴렉스는 설립 1년 만에 흑자를 기록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좋은 날은 오래 가지 않았다. 이듬해(2019년)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우려한 중국 당국이 온라인에서 전자담배 판매와 광고를 금지한 것이다. 이에 릴렉스의 같은 해 4분기 매출은 처음으로 전 분기 대비 감소했다. 릴렉스는 자구책을 마련, 오프라인 매장 위주로 유통망을 재편하며 대응했다.
올해 1월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성공적인 데뷔전도 치렀다. 상장 당일 릴렉스 주가는 공모가보다 무려 150% 가까이 올라 시가총액 458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뉴욕 증시에 상장한 비 정보통신(IT) 중국 기업 가운데 최고액이었다.
릴렉스의 승승장구 배경엔 왕잉이 다년간 쌓아온 경험과 소통이 뒷받침됐다. 올해로 39세인 왕잉은 서안교통대학에서 금융학을 전공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영학 석사과정(MBA) 학위를 받았다. 이후 2014년부터 미국 차량 호출 서비스 우버의 중국 지사 대표를 맡았다. 우버가 디디추싱과 합병한 후에는 디디추싱에 들어갔다가 퇴사했다.
왕잉은 흡연자다. 2017년부터 전자담배 회사 창업을 결심하고 시장조사를 했다고 한다. 왕잉은 우버와 디디추싱에서 근무할 때 아이코스 등 당시 출시된 전자담배를 쓰면서 애로사항을 발견했고, 이에 직접 만들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해졌다. 그는 "중국 전자담배 시장의 성장 전망이 밝다고 판단, 내 경험을 녹여 창업을 시작했다"고 했다.
왕잉은 우버·디디추싱 등에서 같이 일한 동료 6명과 함께 창업했다. 초기엔 각자 월급이 9000위안에 불과했다. 현재 왕잉이 최고경영자(CEO)·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